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떠나간 자와 머무른 자 ㅣ 나폴리 4부작 3
엘레나 페란테 지음, 김지우 옮김 / 한길사 / 2017년 5월
평점 :
마지막 장을 넘길 때 떠오르는 생각은 ‘샴쌍둥이’였다.
나폴리와 피렌체라는 떨어진 공간에 살고 있으면서 둘이 살아가는 모습이 너무도 닮아보였다.
피에르토와 결혼해서 피뢴체에 정착한 엘레나는 고향으로부터의 독립을 원했던 것 같다. 하지만 가족과 친구들이 있는 그 곳은 언제 어디서 불쑥 튀어나올지 모르는 ‘귀신의 집’ 귀신들처럼 등장했다. 그리고 그녀의 삶을 흔들었다.
'글쓰기치료'처럼 썼던 책이 성공을 거두면서 자신이 무언가 다른 사람이 되었다고 생각했던 엘레나는 결혼과 두 아이의 출산으로 자신의 존재감에 대해서 회의를 느낀다. 아무 생각없이 공부만 하다 어느 순간 ‘여기는 어디이고 나는 누구인가?’라는 자각을 하게 되는 사람처럼.
위로 올라가기 위해서, 다른 사람들에게 꿀리지 않기 위해서 해 온 엘레나의 공부는 그녀를 더 큰 침체기로 빠지게 한것 같다. 그녀를 자각시키는 것은 시어머니와 마리아로사로라고 생각된다.
사춘기 청소년에 대한 이야기를 읽던 중 ‘지랄총량의 법칙’이란 말이 발견하고 공감했다. 사람은 평생할 지랄이 정해져 있어서 언제가는 그걸 다 소진해야 한단다. 엘레나는 3편에서 그 ‘지랄’을 쓰고 있다. 리나는 1권과 2권에서 사용했던 그것을 말이다.
자각하던 그녀 앞에 부유한 여자와 결혼해 아들까지 둔 니노가 나타난다. 자신에게만 빠져셔 그녀를 존중해주지 않는 피에트로와 달리 고등학교부터 그녀를 인정해 주고 대단하다고 생각해 주던 그의 등장은 그녀를 흔들기에 충분하다. 그녀의 선택은 어떤 결과를 가져올까?
햄공장에서 핍박에 지쳐가던 리나는 엘레나를 부른다. 엘레나는 자신의 시댁이 될 아이로타 집안의 인맥을 동원해서 그녀를 도와준다.그 때 그녀가 할 수 있는 선택은 그것이 다였지만 주변사람들은 그런 그녀의 행도을 탐탁지 않게 생각한다. 리나가 컴퓨터 전문가가 될 수 있었던 발판을 마련해 준 것도 엘레나였다. 하지만 리나는 그녀에게 감사하지 않는다. 나폴 리가 불안하다며 두 아이의 양육에도 힘든 레누에게 젠나로를 맡긴다. 4편에서는 젠나로와 엘레나의 두 아이 데데와 엘사의 이야기가 어떤 관계도를 그리면서 펼쳐질지 궁금해진다.
‘네가 내 몫까지 멋진 삶을 살아줄거라 상상했는데 다 소용없는 짓이었어. ’(601)의 표현은 릴라의 진심인 것 같다. 속내를 드러내지 않고, 발톱을 세운 고양이같은 그녀의 본심은 자신은 악과 낮음을 맡을테니 레누는 선과 고귀함을 담당하라는 것이 아니었을까? 그녀가 좀 더 솔직하게 엘레나에게 다가갔다면 둘의 관계뿐 아니라 엘레나는 좀 더 달라졌을 것이라고 생각한다. 릴라와 거리를 두지만 항상 그녀에게서 벗어나지 못 하는 레누처럼 릴라도 그랬던 것 같다. 이들의 우정은 '물없이 먹는 고구마'같다.
정치적, 사회적으로 불안정해떤 60~70년대의 소용돌이 속에서 릴라는 자신의 방식대로 살아가는 방법을 찾았다면, 엘레나는 그 소용돌이 가운데 있다.
이 책을 읽다보면 피할 수 없는 운명이라는 것이 있지 않을까 생각해본다.
이 작품은 60~70년대라는 혼란한 시대적 상황과 당시 이탈리아인을 이해하지 않는다면 '막장드라마'를 보고 있는듯한 착각을 하게 된다.
"나는 자꾸만 내 자신을 릴라와 일치시키려 했다. 릴라에게서 분리되려고 할 때마다 불구가 되는 것 같았다. 릴리가 없으면 생각조차 제대로 할 수 없었다. 릴라 없이는 내 생각에 확신이 생기지 않았고 어떠한 그림도 그려지지 않았다. 나는 릴리와 분리된 내 모습을 받아들여야 했다. 해답은 거기에 있었던 것이다. 내가 평범한 사람이라는 것을 받아들이는 것이다. ‘(39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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