잃어버린 아이 이야기 나폴리 4부작 4
엘레나 페란테 지음, 김지우 옮김 / 한길사 / 2017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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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폴리 4부작의 마지막 이야기가 끝났다.
작가는 4부가 끝나도록 '엘레나 페란테'라는 필명 속에서 나오지 않았다. 가디언이라는 잡지에 정기적으로 칼럼을 실기로 했다는  인터뷰기사에서 종이봉지를 뒤집어 쓴 작가를 보았다. 작가는 나폴리를 보호하고 싶어서 익명성 속에 자신을 숨겨두었다고 했다.
작품 속 '엘레나'와는 대조적이다. 그녀는 마지막 4편까지 자신과 나폴리, 그리고 리나의 이야기를 한다. 리나가 원치않는 이야기를 해서 리나와도 오랜 단절의 시간을 보낸다.  그녀의 직업은 작가였고, 그녀의 존재 가치를 알리기 위해서는 써야 했지만 너무 많은 이야기를 했다. 릴라의 말처럼 '티나'의 행방불명이 엘레나와 관련이 있을지도 모른다는 생각이 들기도 했다.

4부는 기존의 세 편의 이야기보다 훨씬 호흡이 빠르다.
정말 많은 일들이 있었다.
엘레나의 사랑(?)과 별거 그리고 이별
지진
리나와 엘레나의 출산과 육아
사라진 티나
피폐해져 가는 리나
엘레나의 귀향과  고향을 떠나는 엘레나
그리고
여러 사람의 죽음
리나 사.라.지.다

사람들에 대한 이야기도 많았지만 나폴리에 대해서도 많은 부분을 할애한 이번 시리즈를 같이 책을 읽은 샘들은 더 선호했다. 나도 그 어느때보다 포스트잇을 많이 끼워두었다. 이번 시리즈를 읽으면서 나폴리의 역사에 대해서 좀 더 관심을 가지게 되었다. 현재의 우리가 수 많은 희생 위에서 평화롭게(?) 살고 있는 것처럼 나폴리도  수 많은 피 흘림이 지나간 후에 고요한 아침을 맞고 있는 것 같다.

각자의 삶이니 관여하고 평가할 수 없지만, 평범한 시선으로 이해하기 어려운 부분도 많았다. 그게 비단 이번 시리즈에 국한된 것도 아니지만 말이다.
엘레나를 보면서 맹목적인 사랑과 브레이크를 모르는 내달림에 대해서 생각해 보았다.
써야 한다는 강박감이 그녀가 써서 간직할 것과 내놓아야 할 것을 구분하지 못 하게 한 것 같다. [어떤 우정]은 엘레나의 후회처럼 내놓지 말아야 할 작품이었다. 글이라는건것이 무섭다는 생각을 했다. 그것이 내 주변인들과 관련된 자전적인 이야기라면 더더욱 그렇다. 그러니 '나'를 벗어난 글을 쓰는 작가들이 더 대단해 보인다. 그리고 '나'를 내보일 용기를 내는 작가들도 대단해 보인다.
'대박인물'은 니노이다. 사람들은 리나를 자기중심적이라고 보겠지만, 그만큼 '자신만' 생각하는 인물도 없다.

4편이 끝났다.
시원함과 섭섭함이 교차한다.
시원함은 4편을 다 읽었다는 것이고
섭섭함은 아직 다 끝나지 않은 이야기들이 있다는 느낌때문이다.
티나의 실종과 리나의 행방불명이 이 해결되지 않아서 더욱 그런지 모르겠다. 열린 결말 느낌의 이 이야기의 후속편이 나왔으면 좋겠다. 이번엔 리나가 이야기 했으면 좋겠다. 나폴리 4부작은 엘레나가 자신이 알고 있는 것과 들은 것을 가지고 자신과 리나의 이야기를 한 것이다. 이번에는 리나의 입장에서 리나와 엘레나 그리고 주변인 이야기를 해 줬으면 좋겠다. 같은 상황에 대해서 리나는 어떻게 생각했는지
리.나.가 궁.금.하.다.

"지구라는 행성 자체는 거대한 석탄 웅덩이야" 62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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떠나간 자와 머무른 자 나폴리 4부작 3
엘레나 페란테 지음, 김지우 옮김 / 한길사 / 2017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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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지막 장을 넘길 때 떠오르는 생각은 샴쌍둥이였다.

나폴리와 피렌체라는 떨어진 공간에 살고 있으면서 둘이 살아가는 모습이 너무도 닮아보였다.

피에르토와 결혼해서 피뢴체에 정착한 엘레나는 고향으로부터의 독립을 원했던 것 같다. 하지만 가족과 친구들이 있는 그 곳은 언제 어디서 불쑥 튀어나올지 모르는 귀신의 집귀신들처럼 등장했다. 그리고 그녀의 삶을 흔들었다.

'글쓰기치료'처럼 썼던 책이 성공을 거두면서 자신이 무언가 다른 사람이 되었다고 생각했던 엘레나는 결혼과 두 아이의 출산으로 자신의 존재감에 대해서 회의를 느낀다. 아무 생각없이 공부만 하다 어느 순간 여기는 어디이고 나는 누구인가?’라는 자각을 하게 되는 사람처럼.

위로 올라가기 위해서, 다른 사람들에게 꿀리지 않기 위해서 해 온 엘레나의 공부는 그녀를 더 큰 침체기로 빠지게 한것 같다. 그녀를 자각시키는 것은 시어머니와 마리아로사로라고 생각된다.

사춘기 청소년에 대한 이야기를 읽던 중 ​지랄총량의 법칙이란 말이 발견하고 공감했다. 사람은 평생할 지랄이 정해져 있어서 언제가는 그걸 다 소진해야 한단다. 엘레나는 3편에서 그 지랄을 쓰고 있다. 리나는 1권과 2권에서 사용했던 그것을 말이다.

자각하던 그녀 앞에 부유한 여자와 결혼해 아들까지 둔 니노가 나타난다. 자신에게만 빠져셔 그녀를 존중해주지 않는 피에트로와 달리 고등학교부터 그녀를 인정해 주고 대단하다고 생각해 주던 그의 등장은 그녀를 흔들기에 충분하다. 그녀의 선택은 어떤 결과를 가져올까?

햄공장에서 핍박에 지쳐가던 리나는 엘레나를 부른다. 엘레나는 자신의 시댁이 될 아이로타 집안의 인맥을 동원해서 그녀를 도와준다.그 때 그녀가 할 수 있는 선택은 그것이 다였지만 주변사람들은 그런 그녀의 행도을 탐탁지 않게 생각한다. 리나가 컴퓨터 전문가가 될 수 있었던 발판을 마련해 준 것도 엘레나였다. 하지만 리나는 그녀에게 감사하지 않는다. 나폴 리가 불안하다며 두 아이의 양육에도 힘든 레누에게 젠나로를 맡긴다. 4편에서는 젠나로와 엘레나의 두 아이 데데와 엘사의 이야기가 어떤 관계도를 그리면서 펼쳐질지 궁금해진다.

네가 내 몫까지 멋진 삶을 살아줄거라 상상했는데 다 소용없는 짓이었어. ’(601)의 표현은 릴라의 진심인 것 같다. 속내를 드러내지 않고, 발톱을 세운 고양이같은 그녀의 본심은 자신은 악과 낮음을 맡을테니 레누는 선과 고귀함을 담당하라는 것이 아니었을까? 그녀가 좀 더 솔직하게 엘레나에게 다가갔다면 둘의 관계뿐 아니라 엘레나는 좀 더 달라졌을 것이라고 생각한다. 릴라와 거리를 두지만 항상 그녀에게서 벗어나지 못 하는 레누처럼 릴라도 그랬던 것 같다. 이들의 우정은 '물없이 먹는 고구마'같다.

​정치적, 사회적으로 불안정해떤 60~70년대의 소용돌이 속에서 릴라는 자신의 방식대로 살아가는 방법을 찾았다면, 엘레나는 그 소용돌이 가운데 있다.

이 책을 읽다보면 피할 수 없는 운명이라는 것이 있지 않을까 생각해본다.

이 작품은 60~70년대라는 혼란한 시대적 상황과 당시 이탈리아인을 이해하지 않는다면 '막장드라마'를 보고 있는듯한 착각을 하게 된다.

"나는 자꾸만 내 자신을 릴라와 일치시키려 했다. 릴라에게서 분리되려고 할 때마다 불구가 되는 것 같았다. 릴리가 없으면 생각조차 제대로 할 수 없었다. 릴라 없이는 내 생각에 확신이 생기지 않았고 어떠한 그림도 그려지지 않았다. 나는 릴리와 분리된 내 모습을 받아들여야 했다. 해답은 거기에 있었던 것이다. 내가 평범한 사람이라는 것을 받아들이는 것이다. ‘(39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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새로운 이름의 이야기 나폴리 4부작 2
엘레나 페란테 지음, 김지우 옮김 / 한길사 / 2016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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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팠.다.

이 책을 본 느낌을 한 문장으로 표현한다면 그렇다.

사랑이라는 이름때문에 모든 것을 버렸지만 결국 얻은 것은 떠난 남자의 분신뿐인 릴라 때문에 아팠다. 그녀가 자신을 지키려고 타인에게 주는 상처들이 부메랑이 되어 돌아와서 아팠다.

어떻게 살아가야 하는지 가르쳐 주는 어른을 만나지 못 해서 모든 것이 서툰 레누를 보고 아팠다. 그녀가 자신을 지키려고 더 예의바르게 행동하고, 모르는 것도 아는 척 할 때 마음이 아팠다.

나폴리 4부작의 두 번째 이야기인 이 책은

17살 릴라의 결혼식 피로연 장면으로 시작해서 레누가 대학을 졸업하고 쓴 자전적 이야기가 출판되고 독자간담회를 하면서 끝을 맺는다. 이야기의 배경은 나폴리를 벗어나서 이스키아섬과 레누가 대학을 다녔던 피사, 출판사가 있는 밀라노까지 확장된다.

릴라의 공간이 나폴리를 벗어나지 못 하는 동안 레누는 나폴리를 떠나 피사와 밀라노까지 활동 영역을 넓힌다. 그런데도 레누는 릴라를 만나면 열등감을 느낀다. 자신이 아무리 노력해도 얻을 수 없는 것을 릴라는 너무도 손쉽게 얻는 것 같다. 그래서 레누에게 릴라는 가장 친한 친구이자 영원한 라이벌인 것이다. .

니노를 사랑하지만 릴라와의 관계를 지켜봐야만 했던 레누는 자신의 방식대로 릴라와 겨누겠다는 생각을 한다. 이 일은 후에 레누에게는 가장 큰 상처가 되어버린다. 릴라는 정말 레누의 마음을 몰랐던걸까?

만약 니노와 레누가 사귀고 있다고 해도 릴라는 니노를 포기하지 못했을 것이다. 그는 죽어가던 자신을 깨워준 사람이기 때문이다. 그런데 꼭 니노일 필요는 없었다. 릴라는 자신의 지성을 채워줄 수 있는 사람이라면 누구든 상관없었을 것이다. 그 자리에 니노가 있었기에 그가 자신의 죽은 지성을 깨워주었기에 그를 사랑했던 게 아닐까? 나는 릴라일까? 레누일까? 생각해 보았다

‘열광하는 그녀의 모습을 보니 과거 갈리아니 선생님이 교실에서 내 글을 읽었을 때처럼 뿌듯해졌다. 아니 그때부다 더 기뻤던 것 같다. 바로 그 순간 내가 가장 소중하게 생각하는 두 사람, 니노와 릴라가 나디아의 이야기를 듣고 있었기 때문이다. 그곳에서 내가 얼마나 사랑받고 존경받는지 두 사람 모두 깨달았을 테니 말이다. 21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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