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광기와 성 - 사이코패스의 심리와 고백
리하르트 폰크라프트에빙 지음, 홍문우 옮김 / 파람북 / 2020년 4월
평점 :
이 글에는 스포일러가 포함되어 있습니다.
본 책의 저자인 폰크라프에빙 박사는 처음으로 헤테로섹스, 사디즘, 마조히즘, 호모섹슈얼, 페티시즘 같은 변태 성향의 성적 용어들을 오스트리아 빈 대학 신경정신과 교수로 재직하던 시절에 내어놓았다. 정신병리학의 ‘성서’로도 통하던 이 책은 프로이트와 칼 융 등 현대의 정신의학자들에게 절대적인 영향을 미쳤다.
이 책의 띠지에는 두 문장이 시퍼렇게 살아서 우리에게 말을 건다.
"사이코패스에 대한 이해가 절실한 시대
그러나 우리는 정작 사이코패스를 모른다"
아마도 2014년도였을 거다. TV에는 제주도 지검장인 '김수@'씨가 길거리 음란 행위로 인해 이슈가 되어서 사람들을 놀라게 했다. 변호사이며 검사였던 제주지방검찰청 검사장이 사이코패스나 하는 행위를 하였던 것이다.
사이코패스라는 단어는 결코 특정한 존재의 사람만이 하는 행위가 아니며 누구나 할 수 있는 행위로 드러나면서 우리 주위에 혹여나 이런 사이코패스가 있지 않을까 딸을 가진 부모들은 염려를 하였다.
그리고 현재 우리는 N번방 사건을 지금 보도로 날마다 접하고 있다. 조주빈이라는 25살의 한 청년과 일명 '부따'라는 10대인 '강훈'이라는 청소년의 신상이 공개되는 모습을 지켜보고 있다. 그들은 우리 사회로부터 완전한 낙인이 찍힌 존재로 서 있다. 그 이유는 그들이 '성 착취물'을 통해 가학적이며 사이코패스적인 성 착취물을 자신들만 아니라 판매를 하면서 수많은 사람들에게 성에 대한 잘못된 인식을 주고 있기 때문이다. 무려 25만명이 N번방에 접속을 했다고 한다. 여기에 현재 30대 '승려'가 N번방 성적 착취물을 유포하여 구속되었다는 소식이 더해졌다. 그는 지난 2016년부터 지난달까지 음란물사이트 4개를 운영하면서 8,000건이 넘는 음란물을 텔레그램 채팅창에 유포했던 것이다. 그는 영리목적을 위해서 거대한 음란물을 유포하였다. 그러나 N번방은 가히 가학적인 요소가 있는 음란물로서 그 또한 그것을 즐기다가 이런 사태까지 가게 되었으리라 본다.
책은 이런 '사이코패스의 심리와 고백'에 대한 사례로 가득차 있다. 즉 도착적이고 이상한 성 심리를 가진 사람과 성범죄 등 다양한 사례를 면밀히 제시하고, 정신분석학적으로 이해하고 치료하려는 시도를 담고 있다.
사이코패스는 멀리 존재하는 어떤 사람이 아니라 우리 주위에 얼마든지 존재하는 자들임을 이 책은 말해 준다.
어떤 면에서는 거부감이 들 수 있다. 그것은 나 또한 이 책의 부제목에 끌려 "사이코패스의 심리와 고백"을 알고자 범죄 심리학자인 '이수정 교수'와 같은 범죄 심리학적 지식을 얻기 위해 이 책을 들여다 보고자 했던 것이다.
왜 그들은 정말 사이코패스가 되었는가?
성 도착증과 같은 성범죄 사건은 어떻게 해서 가학적이며 살인까지 이루어지면서 사회에 악으로서 존재하게 되었는가?
이 두 가지가 내가 이 책을 선택(서평 신청)해서 본 이유이다.
현대 지성사에서 한 획을 그은 프랑스 철학자 미셀 푸코는 본인 또한 '성의 역사'에 대해 1984년 세상을 떠나기 직전까지 이 책을 집필했지만(위독한 상태에서도 자신의 책을 완성하기 위해 수정작업에 매달림) 그런데 ''리하르트 폰크라이프트'가 쓴 이 책을 보고는 이렇게 평가했다고 한다.
'진실을 외면하고 슬그머니 꽁무니를 빼던 분야를 집대성한 걸작'
이 말이 무엇인지를 책을 보면 실감나게 적혀 있다. 전문적인 학술서적이지만 전문가뿐 아니라 성도착적인 환자와 환우 가족, 동성애자, 이상성애자를 비롯해 일반 독자 모두가 오랜 세월 탐독해온 베스트셀러로서 단순 사례를 나열하거나 인간의 본능이 초래하는 갖가지 이상 심리와 행동을 파헤치는 데 그치지 않고, 그것을 겪고 있으며 그것 때문에 고통받던 사람들의 생생한 체험을 있는 그대로 담아내고 있다. 즉 그동안 사회로부터 불온하게 여겨졌던 환자 또는 환자로서 의심받던 사람들의 폭로와 항변을 대변한 책이다.
지금 청소년만 아니라 초등 소년들도 성범죄에 노출되고 있는 상황이다. 성적 일탈은 그 누구의 문제가 아니라 지금 우리 사회의 문제이고, 우리 가족이나 가까운 사람들의 얘기이기에 우리는 이 사실에 대해 알 필요가 있다.
이 책은 불편하기 그지 없는 일탈의 내용들인 도착적인 성 심리와 스스로 제어할 수 없었던 잔혹한 성범죄까지 198개 사례를 드러내면서 불운하게 유전으로 타고난 운명과 육신의 강압에서 벗어나려고 몸부림치는 사람들의 입장도 대변하고 있다. 어쩌면 이 책은 사례 중심을 통한 성 심리 연구서이다. 사례를 통해 성적으로 별다른 이상 증상을 겪지 않는 보통의 사람이나 이상한(비범한) 사람들이 보면서 인간의 본능을 이해하게 되고 성을 깊이 이해하게 된다.
그런데 이러한 사례는 아이러니하게도 "성에 관련된 신심의 고통과 광기에 시달리던 정신의 이상한 굴레에서 벗어나려던 사람들이 이 책을 읽으면서 스스로 치료하는 이상한 효험을 보여 준다." 동변상련의 마음인가? 모르겠다.
아마도 사례를 통해 자신을 들여다 보면서 잘못된 성 편력이 옳지 않은 것임을 보게 되는 동시에 자신과 같은 사람들이 한 두명이 아님을 보면서 자신의 욕구가 자연스러운 현상임을 보게 되지 않아서일까?
이 책에 자주 등장하는 단어가 있다. 그것은 "자위행위"와 "동성애"이다. 선척적으로 이루어진다는 입장 보다는 후천적으로 이루어 진다고 말하고 있다. 특히 동성애 부분에 있어 선천적 질환에 대해 부정적이다.
"실제로 남성과 여성이 한 몸으로 나타나는 쌍성은 볼 수 없다. 심리적으로 쌍성(양성)은 가능하지만, 육체적으로는 성기는 완전히 구별된다." p297
"심리적으로 남성과 여성의 일체가 선천적 동성애와 후천적 동성애 어느 쪽에서 비롯한 것인지는 장담하기 어렵다." p280
"선천적 동성애는 후천적 동성애의 발생에서 볼 수 있는 발전 수준과 완벽하게 일치한다. 따라서 다양한 동성애의 수준을 조상과 다른 방식으로 발전하거나 후천적으로 얻게 되었거나 후손에게 생식으로서 전달되었거나 아무튼 비성상의 다양한 수준이다." p288
물론 이 말은 선척적으로 동성애 부분이 있다고 해서 그것이 합당한 성의식이 아니라는 말을 전제하는 것이다.
따라서 모든 성도착증은 자위행위와 함께 치료가 되어야 한다. 여기에 관한 예방법을 이 책은 소개하고 있다.
"자위행위를 비롯해 성생활에 해로운 요소를 추방한다."
"건강한 성생활에 불리한 조건에서 비롯한 신경쇠약을 제거한다."
"동성애 대한 충동과 감정을 이겨낵 이성에 대한 관심을 키우도록 심리를 유도한다." p409
결국 이 책은 다양한 성도착증적인 사례를 수없이 가져오면서 말하고 싶은 것은 '정상의 상태로 돌아오기 위해 노력'해야 한다는 것이다. 폰크라프트에빙 박사의 말이다. "성생활의 건강에서 자위행위와 지나친 본능의 억제를 가장 중시한다. 이상하게 신경과 정신이 빗나가고 정상의 상태가 기벽과 변태로 기울게 되는 악습을 경고한다."
성범죄에 대한 사례가 다양하게 서술되어 있고, 성장 과정 속에서의 심리적 억압 속에서 나타난 정신적인 미약 상태에서 벌어지는 성적 상태에 대해서도 여러가지 다양한 사례를 언급한다. 거기에는 "정신병에 따른 정신미약, 뇌졸증에 따른 정신미약, 뇌손상에 따른 정신미약, 마비성 치매, 간질, 주기적 광증, 조광증, 색광증, 우울증, 히스테리, 편집증" 등이 모두 성도착적인 증상과 관련되어 범죄가 나타났다.
따라서 제목에서 보여주듯 잘못된 성은 "광기"이다. 광기는 치료 받아야 한다는 것이 내가 본 이 책의 결론이다.
혹여나 이 책이 가학적인 성 탐닉자들이 자신들의 가학성을 인정받고자 하는 사례가 되면 안 될 것이다.
책은 28번의 사례에서 "처녀들에게 칼을 휘드르고 사정한 남자"의 얘기도 나온다. 읽어보면 미친놈이라는 생각 밖에는 안 든다. 여자 신발에 집착하는 청년의 얘기며, 밟히는 것을 좋아하는 모범 가장의 얘기, 추녀에게 흥분하는 예술가(여자가 욕설을 하면 거칠게 발기함), 배설물을 자신에게 보게 하는 행위, 먹는 행위 등 이상한 변태적 얘기가 이 책을 장식하고 있다. 따라서 성을 대상으로 한 연구자나 심리자가 아니면 이 책이 과연 인간을 이해하는데 얼마나 도움이 될까 하는 생각도 가진다.
그러나 종종 앞 부분에서 언급했듯이 우리는 정상적으로 보이는 사람들이 이상한 성도착증을 보이는 증상이 있기에 인간이 가진 "광기의 성"을 알고자 한다면 한 번 읽어도 좋을 것이다. 그러나 썩 추천하기에는 망설여지는 부분도 있다. 그러나 원래 인간은 금지된 열매를 더 탐닉하는 법, 이 책이 아마도 그런 책이 되지 않을까 싶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