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간의 피안
하오징팡 지음, 강영희 옮김 / 은행나무 / 2020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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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는 자신을 마주하기 위해

그들을 만들어냈다.”
 


하우징팡의 <인간과 피안>은 인공지능(AI)과 로봇과 인간의 이야기가 만난 SF 장르의 중단편 소설로 이루어져 있다. 

초반부는 들어가는데 있어 흥미롭지 못했다. 그러나 '영생병원'이라는 대목부터는 마치 한 편의 영화처럼 몰입하게 만들고, 책을 놓치고 싶지 않았다. 이 책은 단순히 SF 형식의 소설인 동시에 "인간의 존재가 인간을 찾는 일련의 과정(본질)들이 매우 드라마틱하게 구성되어 있다." 

그러면서 중간 중간에 심도 있는 사유성 짙은 수많은 질의와 인간 자신을 마주 대하게 하는 글들이 있어 독자가 잠시 멈춰 생각할 사유의 시간을 주고 있다. 마치 인간의 본질에 대한 명언들이 곳곳에서 '인간'이라는 형태를 띠고 있는 자들에게 말을 걸고 철학적 물음을 주고 있다. 


이미 한국에 두 번째로 소개되는 그의 소설 《인간의 피안》은 책 소개에서 언급되듯이 "인공지능이 일상화된 사회를 가까운 현실에서부터 먼 미래까지 시간 순으로 그리며 인간의 본질과 정체성에 대해 탐색을 하며 결국 인간이 가진 현재를 더 사랑하고 중요하게 생각하라고 말해 주고 있다. 즉 ‘인간의 피안’은 지금 이곳의 현실 세계와 대비되는, 인공지능이 존재하는 가상의 세상을 말한다. 이 가상의 세계에서 인공지능은 이성과 효율을 추구하며, 인간들이 가지고 있는 불규칙한 감정을 장애물로 여기고 있다. 따라서 불완전한 인간을 태어나기 전에 유전자 가위로 돌연변이나 장애를 제거하고 건강한 아이만 낳을 수 있도록 '생명윤리법의 유전자 치료 및 연구에 관한 1항에' 이미 유전자 치료 연구가 시행되고 있다. 그래서 어디서 본 기사에 의하면 '지능과 육체가 최적화 된 DNA를 주입하여 자녀를 낳을 수 있는 시대가 온다'는 것을 본 기억이 난다. 


올해는 유전자가위(CRISPR)가 암과 유전 질병 치료에 얼마나 효과적인지 시험하는 해가 될 전망이다. 사진제공 셔터스톡


정상인의 난자(왼쪽)에 크리스퍼 유전자가위 효소가 녹은 수용액과 정자를 함께 주입하는 모습. / 미국 OHSU 제공


그러므로 인간은 점차 기계화되고, 인공지능은 그런 인간을 모방해 더욱 무기질적인 존재가 되어가고 있다. 


그런데 인간은 불완전하기 때문에 완전한 존재인 것을 아는가. 불완전해 보이는 요소가 인간 요소의 말살 정책으로 제가 되어야 하는 것이 아니라 불완전하기 때문에 인간의 삶은 가치가 있고 소중한 것이다. 즉 인간은 프로그램화 된 AI 인간이 아니다. 모든 감정 요소를 다 가지고 있고 자유롭게 펼칠 수 있는 자유로운 인격체요 영혼이다.

그래서 "인공지능이 비합리적이라고 여기는 인간의 특징―집착, 좌절, 애정, 분노, 후회 등―은 오히려 인간을 인간답게 존재하게 하는 가치들이다. 《인간의 피안》은 이러한 가치가 상실된 세계를 간접적으로 체험하게 함으로써 우리에게 미래에도 소중히 여겨야 할 것이 무엇인지를 선명하게 일깨워준다"는 말에 충분히 동의를 하며 수긍하는 바이다.


그녀는 베이징 대학 중문과 입학 자격을 얻었지만 이르 포기하고 청와대학 물리과에 입학한다. 졸업 후 동대학에서 천체물리학과 경제학으로 각각 석사와 박사학위를 받은 과학도이다. 더군다나 그녀는 SF 작가로서 그의 지식은 철학적 사유와 함께 탄탄한 논리와 서사를 지니는 동시에 읽는 이로 하여금 생생한 현실감을 느끼게 한다.


이 책을 읽으면서 이 책이 영화로 만들어지면 좋겠다는 생각을 했는데 그런데 아니나 다를까 총 여섯 편의 수록 작품 중 절반에 해당하는 세 편이 미국 및 중국에서 영화화가 결정되었다고 한다. 그 영화가 <인간의 피안>인지는 나온 자료가 없어서 모르지만 영화 감독들에게 꽤 러브콜을 받을 작품이라고 본다.


하오징팡이라는 작가가 이 책에서 보여주는 특징은 그 역시 인간임을 말하면서 결코 인공지능으로 만들어진 '사람과 똑같은 인간'이 우리의 삶을 지집고 들어와서는 안 된다는 것을 보여주고 있다. 


서문에서 그녀는 말한다. 첫째 인공지능의 위협성은 실은 원자폭탄과 같은 이치다. 더 강력해져 어쩌면 두려울 수 있다. 따라서 모든 사람을 파멸시킬 수 있지만 그 버튼은 인간의 손안에 놓여 있다. 다만 인공지능이 우리를 파멸시키기 보다는 우리가 우리 스스로 파멸시키는 상황이다. 둘째 인공지능을 통해 현행 일자리가 대거 줄어든다. 즉 우리는 인공지능에 대해 이해해야 하며 동행해야 한다. 그리고 우리가 가진 우위가 무엇인지를 이해하면서 우리 자신을 이해해야 한다. 인간을 이상으로 할 때만 미래에 우리 자신의 공간을 가질 수 있다.


그래서 그녀는 아동 교육 프로젝트인 '함께 만드는 교육'을 시작하며 인공지능과 함께 걷는 길을 아이들에게 심어주고자 한다.  어쩌면 영화나 책은 우리의 불안 심리를 부여하여 이슈를 통해 자신들에게 주목해 달라는 상업성도 있겠지만 그 불안이 어쩌면 현실이 되어 우리 삶 안으로 깊이 들어오는 여지가 충분히 있기에 우리는 이런 책을 통해 사유하고 통찰하며 문제를 미리 내 짚어 해결점을 찾아 나가면 좋겠다.


그렇다. 영화 "혹성 탈출: 종의 전쟁"이라는 영화에 보듯이 인간은 진화하는 유인원(시저)을 보면서 유인원이 언젠가 인간을 지배하여 노예 또는 현재 인간이 행하는 형태처럼 동물을 대할까 두려워 하고 있다. 그러나 과연 이것이 현실 가능한 일인가도 살펴 볼 만하다. 그 이유는 인간은 모든 사물을 다스려 왔고, 최고의 지배자 위치에서 인공지능 제품들을 활용하고 있기 때문이다. 다만 불안한 것은 베트맨 영화에 나오는 악당 잭 니파이어처럼 그런 자들로 인해 인간이 지배당하고 괴롭힘 당할까이다. 인공지능 문제가 없다. 언제나 인간의 손 안에 있기에...! 그러나 인간이 결국 문제다. 그걸 악으적으로 사용하기 때문에.


영생병원은 결국 인간의 염원을 다룬 '욕망'의 대상인지도 모른다.

본인만 아니라 내가 함께하는 대상이 영원토록 함께하는 세상을 꿈꾸고 싶은데 그 꿈이 좌절되는 상황을 보면서 인간은 '초능력적인 불로초'를 오늘도 찾고 연구하고 있는 지도 모른다.


어쩌면 인간이 성경이라는 책 속에 말을 귀담아 들어야 되는 지도 모른다.


구약성경 창세기 3:19절이다. "너는 흙이니 흙으로 돌아갈 것이니라"


종교적인 것을 떠나 이 말은 진실이며 과학이기에 우리는 결국 순응하면서 살아가야 하는데 인간 욕망은 그렇지가 않다. 그래서 인간은 최대한 노력하며 최고의 과학을 통해 죽음의 문제를 벗어나려 하지만 결국 이건 금기된 "에덴동산의 열매"가 아닐까 생각해 본다.


그런면에서 결국 이 책은 인간이 가진 최대의 특징인 "인간성"을 중요하게 여기라고 말한다.


"인간과 인공지능의 가장 큰 차이점은 인공지능은 감정을 이해하지 못하고, 세계에 대한 상식과 창조력이 부족하다는 점이다. 그래서 하오징팡이 그리는 이상적인 교육은 바로 사랑을, 세계를, 창조를 이해하는 것이다." p11

즉 인간에게 있는 육체성, 한계와 불완전함, 실패, 좌절, 회한, 애착, 반항, 비효율, 비이성 등의 모든 감정이 오히려 인간을 인간답게 하는 것임을 하오징팡은 말하고 싶은 것이다.


하오징팡의 글쓰기는 역자가 언급하듯 오로지 한 가지, "사람의 의식은 어디에서 왔는가"에서 비롯되었다. 이러한 그의 글쓰기는 고등학교 때 읽은 오스트리아 물리학자 에르빈 슈뢰딩거의 저작을 통해서 비롯 되었다. 슐히딩거는 자신의 책에서 '인간의 뇌가 작동하는 방식'에 대해 언급했다.


인간의 피안이라는 책에 보면 그런 내용이 나온다.


"인간 몸의 모든 세포의 모든 물질은 어느 정도의 시간 간격을 두고 전적으로 교체된다고 그러다라고. 지금 네 몸의 물질은 전부 더는 1년 전의 그것이 아니야. 하지만 자신이 몸이 아니라고 생각하는 사람은 없어. 인간의 대뇌와 기억은 여전히 일관성을 유지하지"(가짜 어머니 인조인간 어머니의 말이다.)


"대뇌는 언제나 불변할까요?"(주인공 첸루이)


"대뇌 역시 날마다 변하고 있지, 비록 기억은 연속적이지만, 인간의 생각은 전부 변한 것이지. 대뇌 역시 변한다고 할 수 있어."(가짜 어머니)


"그렇다면 사람한테서는 대체 뭐가 안 변하나요? 내가 나인 줄 내가 어떻게 알 수 있죠?"(첸루이)


"네 주변 사람이 네가 너라는 것을 알면 돼"(가짜 어머니) p116-117


이 대화는 가짜 어머니와 주인공 아들인 첸루이의 대화이다. 그는 병든 어머니의 죽음을 목도하고 가짜 어머니를 대하고 있다. 그러나 아버지는 자신의 아내가 가짜 어머니인것을 모르고 그저 묘수병원(영생병원)에서 잘 치료되어 돌아 온 줄 안다. 그렇기에 어머니가 가짜 어머니인 것을 밝혀서 심장이 안 좋은 아버지에게 사실을 알리는 것이 나을지 아니면 아버지가 가짜 아내라도 그 여자가 진짜 아내인 줄 알고 살아가도록 할지를 주인공 첸루이는 고민한다. 


여러분은 어떤가? 가짜 어머니는 아버지가 볼 때 완벽한 어머니다.  복제된 몸과 죽어가는 환자 어머니의 대뇌를 통해 모든 감정과 지식들을 다 전달받아서 정말 어머니처럼 아내처럼 행동하고 말하고 있다.


반쯤 말하다 멈추는 모습도, 말하려다 입을 닫는 모습도 똑같다. 다만 진짜 어머니보다 훨씬 태연하다. 마치 자신의 신경과 감정을 건드릴 수 있는 건 아무것도 없다는 듯이 말이다. 어쩌면 신인의 감정이 완전하게 발달하지 못해서 그런지도 모른다. 하지만 사유와 기억 또한 분명히 어머니의 그것이다. p.118


그렇다. 인간의 의식은 어디에서 비롯된 것인가? 인간은 두뇌를 통해 자기라는 정체성을 인식하며 자기화로 살아가는가 아니면 영혼이 있어서 두뇌와 의식을 컨트롤하며 살아가는 존재인가?


이런 질문과 인간이란 존재의 본질에 대한 물음을 이 책은 곳곳에 주고 있다.

흥미롭고 탁월한 전개 방식으로 책은 인간을 향하여 자신을 마주하게 만든다.


이 책의 서문에서 저자가 밝힌 이 책의 핵심으로 서평을 마치고자 한다.


‘인간의 피안’이 내포한 것은 실은 아주 단순하다. 인간은 차안(此岸)에, 인공지능은 피안(彼岸)에 있다. 저 멀리 피안을 바라보는 건 우리가 서 있는 차안을 비춰보기 위함이다. _서문 중에서 

 

*차안此岸: 이승세계, 현세. /  피안(彼岸)은 현세를 벗어난 이상 세계, 혹은 그런 정신 세계를 나타내는 말

SF 영화: 알리타 장면


영화: 아일래드 한 장면

【책속으로】

“전혀 아니야! 문제는 말이야, 저건 화를 낼 줄 모른다는 거야! 내가 저걸 욕해도 저건 화를 낼 줄 모른다고! 그럼 저게 지금 내 심정을 어떻게 알겠어?” p.50

"눈앞의 이 사람은 대체 누구인가? 왜 이 사람과 이 사람의 기억 속 그 사람은 똑같은데, 왜 또 그 어떤 것도 같지 않게만 느껴지는가." p104

"그 순간 첸루이는 온 가족이 이렇게 오봇하게 지내는 것 역시 좋은 일 아닌가 하는 생각이 들었다. 첸루이는 눈을 감고 병원에서 임종을 앞두었던 어머니의 마지막 나날들을 한 번 더 떠올렸다. 그러자 가슴이 묵직하게 아려왔다." p105


설괴 앞의 기계 차가 침묵했다. 나는 녀석의 절망을 느낄 수 있었다. 혹은 그것의 절망을 연상했거나 뇌가 저절로 떠올렸을지 모른다. 녀석의 절망은 그 안의 인간에게서 온다. 내가 막아선 이 차는 단순히 버둥거리기 만 할 뿐 절망과 같은 그 어떤 것을 느낄 수 없는 것처럼 말이다.  p.258

“하지만 난 지금 이 순간 자유를 가지고 있어요. 나야말로 나 자신의 주인이죠. 나는 내 생각과 선택을 결정할 수 있어요. 당신은 영원히 이 점을 부정할 수 없어요.”  p.37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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