책의 구성은 고대 이후 현대까지 서양 철학 2500년사의 사상의 흐름을 살핀다. 그리고 철학과 이성, 신비 사이에서 길을 물으며 독자들의 호기심을 자극한다. 다시 말해 철학의 이성, 신학의 사색, 과학의 권위, 신비주의/에소테리시즘의 사유를 그 학문들 사이의 관계성 안에서 담아 올리고 있다. 저자는 이러한 내용을 통해 독자들에게 바라는 바가 있다. 그건 철학사는 이성을 무기로 온갖 사유와 맞서 싸운 철학자들의 모험기인데, 그 모험기에서 자기 생각이 어디에 있는지 찾기를 바라고 있다. 나라는 자아와 가치관은 그 누구의 관념을 그대로 이어받아서 사는 자가 아니다. 많은 철학적 사유를 결국 내 것으로 만들어 살아야 한 사람의 철학 인생이 나오는 것이다. 신은 다양한 사고를 가진 자들을 환영한다. 물론 그것이 사물과 자연과 인간에게 해(害)되는 생각이라면 과감히 버려야 할 것이다. 그러니 모든 철학은 인류애를 가진 철학이어야 하며, 거기에 신이라는 독특한 신비 사상이 들어갈 때 인간은 신과의 합일이라는 것 속에서 조화로운 인간으로 살아가게 되는 것이다.
책을 보면 고대에서 중세까지는 '이성과 신비의 공생과 공존'이 있었음을 가르쳐 준다. 서양 철학의 출발점은 이성과 신비의 경계였다. 그러나 고대 철학자들은 철학과 신비주의의 경계를 허물었다. 특히 플라톤은 철학자이지만, 그의 사상은 이후 신플라톤주의, 기독교 신학, 근대 오컬트에까지 깊은 영향을 미치게 되었고 그것은 결국 중세 시대에 철학과 신학이 결합한 시기로 나아가는 길이 되었다. 대표적인 기독교 인물 중에 아우구스티누스와 아퀴나스가 있다. 그들은 기독교 교리 체계에 플라톤과 아리스토텔레스의 사상을 참고했고, 또한 이교의 신비 전통은 가톨릭 체계 안으로 부분적으로 수용되었다. 당시 신비주의는 교회 내에서 진지한 검토 대상으로 여겨졌다. 이처럼 중세에 철학은 신학 및 신비주의와 〈공생〉과 〈공존〉의 구도를 띠며, 인간 존재의 근원과 신의 본질을 해석하는 공동의 질문에 응답해 나아간다.
그러나 르네상스와 종교 개혁을 거치며 철학은 신학과 거리를 두기 시작하였다. 르네상스 시기 철학자들은 인간 중심의 사유로 회귀하면서 인간의 능력, 이성, 주체성에 주목했다. 특히 데카르트는 철학의 출발점을 회의에 두며, 외부 세계보다 내면의 사유 주체에서 출발하는 철학의 기반을 다져 나갔다. 한편 이 시기에는 철학과 오컬트의 〈분리〉가 급격히 진행되었다. 그리하여 18세기 계몽주의는 에소테리시즘을 미신으로 규정하며 학문 밖으로 밀어냈고, 야콥 브루커는 철학사를 〈이성의 역사〉로 재정의하며 에소테리시즘(신비주의 철학)과 종교를 배격하려 했다. 그리고 철학은 실존과 해체의 방향으로 전개되면서 쇼펜하우어 같은 경우는 이성 대신 의지를 강조하였고, 니체는 이성과 윤리의 기원을 의심하였다. 결국 계몽주의 이후의 철학은 이성의 승리를 선언하는 동시에, 이성이 넘어서지 못하는 영역에 대한 성찰로 전환되어 갔으며, 그리고 이것은 자기반성으로 전개되며 인간과 세계의 균열을 드러내는 성찰의 장이 되었고, 이는 현대 철학의 기초를 형성하는 계기가 된다. 그리고 현대 철학으로 와서는 또 다시 공존의 시대로 나아가게 되었는데 즉 철학, 신비주의, 종교, 과학이 각자의 영역에서 서로 영향을 주고받고 재구성되어 새로운 융합을 이루게 된다. 이것은 어느 것 하나가 모든 것을 설명할 수 없기 때문일 것이다.
인간이 무언가를 더 깊이 알기 위해 지금의 철학자들과 현대인들은 모든 것을 활용하고 이용하고 있다. 이성과 과학으로 설명할 수 없는 것을 직관과 통찰, 계시와 신비적 현상을 통해 오히려 과학과 이성을 바로 잡아주는 역할을 하기도 한다. 이 책은 쉽게 써졌지만 결코 쉬운 책은 아니다. 중요한 것은 철학이란 것이 결코 역사적으로 오컬트(숨겨진 지식)와 분리되지 않고 신비주의 영역을 빙빙 돌아 다녔다는 것을 명확히 알게 된 것이다. 숨겨진 것이 나타난 것보다 아무래도 매력이 있고 호기심을 자극한다. 더 큰 세계, 더 온전한 지혜로 나아가려면 이런 책 하나는 읽어주는 것이 맞다.
- 이 글은 컬처블룸을 통해 도서를 협찬받아 작성한 리뷰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