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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인공은 선을 넘는다 - 나와 당신의 존엄을 지키기 위한 11개의 시선
오후 지음 / 사우 / 2020년 2월
평점 :
이 책은 자칭 아나키스트가 쓴 아나키즘에 대한 책이다. “아나키즘이란 이런 것이라고 꼭 집어서 말하진 않지만, 책을 읽어가는 도중에 독자들은 아나키즘이라는 것은 이런 것이구나...” 하는 느낌을 가지게 되도록 짜여진 책입니다. 저자의 이름은 오후이다. 영어로 OHOO 라고 써 놓았네요. 아마도 필명인 듯합니다. 민주주의 사회인 우리나라에서 아나키스트를 못살게 굴지도 않을 것 같은데요. 그런데도 그는 자신이 저술한 3권의 책을 모두 오후라는 이름으로 펴냈습니다. 경력도 학력도 나이도 없는 좀 불친절한 프로필이라고 해야겠지요 ?
그러나 책은 그다지 불친절하지 않습니다. 아주 흥미로워 휙휙 페이지를 넘기게 될 정도는 아니지만, 흥미로운 내용과 독특한 시선에 대한 흥미로움, 그리고 읽는 도중에서 이렇게 세상을 볼 수 있구나 하는 꺠닳음, 그리고 공감이 이 책을 꾸준히 읽게 만드는군요.
책은 각각의 내용을 영화에 대한 이야기로 시작합니다. ‘스타워즈 로그원’, 우리나라 영화 ‘해적’ 말고는 본 영화가 하나도 없네요. 저도 영화를 꽤 좋아하긴 하는데, 아마도 저자는 영화광인 듯 합니다. 아니면 제가 보지 않을 아주 지겨운 영화들을 좋아하는 독특한 사람인지도 모릅니다. 그러나 책을 읽다보면 저자는 꽤 박식하고 지적수련을 많이 받은 사람이라는 생각이 듭니다. 비록 저자는 낮에는 노동하고, 밤에는 영화를 보는 것이 자신의 삶의 전부라고 적고 있지만 말입니다.
아니카스트란 한국영화가 있었습니다. 영화를 보면서 보통의 독립투쟁을 하는 영화와 다를바가 없는데, 왜 그들을 아나키스트라고 하지.,, 하는 생각이 들었던 적이 있습니다. 또 2차 세계 대전 직전의 스페인 내전의 한편이 (그러니까 헤밍웨이가 참전했던 편이) 주로 아나키스트들이라는 것도 알고는 있었습니다. 그냥 보통 혁명군 같은데.... 그렇지만 그들을 아나키스트로 분류해도 무리는 없다는 느낌이 이 책을 읽으면서 들더군요.
“아나키즘은 무정부주의가 아니라, 지배에 대한 저항, 권위에 대한 저항을 의미합니다.” 라고 저자는 이 책의 서문에서 밝히고 있습니다. 또 “소련, 중국, 북한, 쿠바도 주류는 늘 우파였다. 입으로는 전세계 노동자에게 단결하라고 말했지만, 최후의 순간에는 늘 자신들의 국가와 권력을 더 중요시 했습니다” 라고 써 놓았습니다. 그러니까 좌익과 아나키스트가 구별하는 지점이 바로 여기라는 말입니다.
이 서문이 이 책 내용의 전부입니다. 나머지는 흥미로운 영화이야기를 풀어내면서 아나키즘적인 관점에서 보면 어떻다는 식으로 쉽고 흥미로운 예들을 들면서 독자들이 충분히 이해를 하도록 설명하는 것입니다.
이런 생각을 해봅니다. 민주주의 혁명을 이끈 386세대. 혹은 지금의 정치적 주류가 부패했다는 소리를 듣는 것, 그 이전의 4.19세대가 부패했다는 소리를 듣는 것. 그전의 독립운동가의 일부가 부패했다는 소리를 듣는 것.... 이런 것이 바로 이 책이 말하는 좌익과 아나키스트의 차이가 아닐까.... 그렇다면... 이 시대의 요청이란 정말 아나키스트를 요구하는 것인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