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본 부락의 역사 - 차별과 싸워온 천민들의 이야기
일본부락해방연구소 지음, 최종길 옮김 / 어문학사 / 2010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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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락사' 한번도 들어본적이 없는 생소한 용어이다. 내가 우리 역사문헌을 깊이 알지 못해서인지, 일본인들의 조어감각이 우리들과 달라서 그런 것인지는 모르겠다. 그러나 부락사라는 단어엣 느껴지는 느낌. 그것은 처음 접하는 단어임에도 불구하고 그 뉘앙스가 거의 맞는 것 같다.

부락을 구성하는 사람. 즉 민중의 입장에서 일본의 역사를 되짚어 보자는 취지에서 나온 책인 것 같다. 원래는 1000페이지가 넘는 방대한 분량의 3권짜리 책이었다고 한다. 그러나 한권으로 정리된 이 책도 정독을 할려면 그리만만치 않은 에너지가 소요된다.

분명히 한글로 정리된 잘 번역된 깔끔한 번역서이지만, 일본인들의 문체는 책을 읽어나가는 속도가 느리게 하는 원인인 것이 틀림없다. 그러나 읽기 편하게 지나친 의역을 하면, 책의 내용이 가지는 뉘앙스가 손상될 우려가 있으니 이 책이 취한 번역의 태도가 옳다는 생각이 든다.

부락사라는 것이 중요하게 여겨지는 이유는, 일본의 역사가 우리와는 달리 봉건적인 시기를 오랫동안 겪었다는 것이다. 지방자치가 행해지고 있었지만, 강력한 정부의 권한하에서 이루어진 중앙집권적인 우리나라와 일본의 역사는 상당히 다른 구조를 가지고 있기 때문이다.

그래서 이 책을 읽으면서 이제껏 읽은 쉽게 읽는 일본사같은 유형의 책들과는 달리 제법 제대로 된 일본사를 접하는 듯한 느낌이다. 더구나 이 책은 제목 그대로 부락민의 입장에서 역사를 바라보는 분명한 관점을 가진 책이 아닌가. 일본사를 볼륨감있게 파악하는데 도움이 된다.

그러나 부락사라는 관점을 택하는 진영에 서 있음에도 불구하고 이 책이 가지는 일본역사관은 우리들의 일본역사관 한일교류관에 비추어 상당한 거부감이 이는 것 또한 사실이다. 그러나 나는 오히려 이런 책이 한국에 소개되는 것이 반갑다는 생각이 든다. 우리의 입맛에 맛춘책만 번역되는 것보다는, 그네들이 어떻게 생각하고 있는가를 그대로 잘 알수 있는 책을 읽는 것이 진정 일본인이 생각하는 일본사를 알아가는 방법이 아닌가 하는 생각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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