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크노트
명지현 지음 / 문학동네 / 2009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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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책에서 정크를 뭐라고 표현했던가. 책을 읽을때는 그토록 신선하게 들리던 내용이 책장을 덮자마자 가물가물해진다. 정크. 정크선, 아편전쟁. 쓰래기. 쓰래기처럼 보이지만 새로운 의미를 가진 것. 쓰레기 같은 그늘 속에서 피어나는 양귀비 꽃처럼 아름다운 생명력의 화신... 이 책에서 말한 정크의 내용과는 다르다. 그러나 이 책을 다 읽고 난 나는 정크라는 단어에 그런 읨미를 붙이고 싶다.

'현실은 견고하다. 지긋지긋하게 튼튼하게 버티고 서 있다' 뭐 이런 말도 있었다. 이 책에는. 물론 그 현실을 신나게 헤엄치면서 살아가는 사람들도 있다. TV나 신문에서 만나는 사람들은 대부분 이 시대를 멋지게 살아가는 '성공한' 사람들의 모습들이다. 한 사람의 성공한 사람들이 있다면, 그에 비례해서 성공하지 못한 얼마나 많은 사람들이 있을까. 

현실에 아파하고, 아픈 현실을 견디고, 묵묵히 하루 하루를 침묵으로 살아가는 사람들. 신문에 절대 그들의 속마음이 드러나지 않는 사람들. 그래서 이 책은 그들의 내면을 시나게 대변해주는 책이다. 정크들의 세상. 세상의 온갖 잘나지 못한 사람들이 가슴속에 품고 살아가는 아픔의 대변자... 나는 이 책을 그런 책이라고 말하고 싶다.

'정상적이' 삶을 살아가는 사람들. 밝은 미소를 짓고 지나가는 사람들과 인사를 나누고, 가벼운 이야기와 세상사에 대해 이야기를 나누는 사람들. 저녁에 잠자리에 들고, 아침에 일어나 또 하루를 힘차게 시작하는 사람들, 하루의 일을 위해 지하철로, 버스로, 자동차로 달려가며 또 하루의 보람을 쌓기 위해 새로운 힘을 내는 사람들...  이 책은 묻는다. 발칙하게. 그 사람들의 내면도 정말 그렇게 활기차고 밝은 모습인가라고.

말로 꺼내지 않을 뿐, 얼굴에 표정으로 나타내지 않을뿐, 자신의 자손심을 건드리고 싶지 않아 꽁꽁 감싸서 숨겨 놓고 있을뿐, 사람들의 삶에는 어떤 방식으로든 삶의 그늘과 아픔과 통증이 숨어 있는 것이 아닌가라고, 다만 그렇게 보이지 않을려고 노력할 뿐이지, 누구에게나 풀리지 않는 체기 같은 것들이 가슴속 어딘가에 꽉 틀어박혀서 우리의 이성이라는 것이 약간의 경각심을 푸는 그 순간 다시 튀어오르곤 하지 않는가라고. 아무리 자신의 삶이 괞찮은 것이라고 스스로를 속이려고 하더라도, 사실은 당신의 꿈속에서는 그런 모습들이 나타나지 않는가라고.

이 책에 나오는 나, 그리고 확장 된 나. 즉 아버지, 어머니, 큰 어머니, 큰 아버지, 할머니, 그리고 무엇보다 언덕집 아저씨, 그리고 그 집에 깃들에 살게 된 개. 모두가 정크 같은 존재들이다. 쓰레기같은 존재의 아픔을 묵묵히 참고, 참다가 견디지 못해 폭팔하는 사람들, 집을 나가고, 말을 하지 않은 부부가 되고, 술에 몸을 망가뜨리고, 또 아편으로 몸과 정신을 놓아버리는 사람들, 

이 책은 그런 사람들의 응호자가 된다. 그들을 찬양하지는 않는다. 그러나 이 책은 주장한다. 모든 잘난 것들이 만들어 놓은 금지. 그 금지를 금지하라고. 금지르 금지하여. 금지하지 않고 자유로이 사는 세상이 되도록 하라고.... 화려하게 춤추는 양귀비 꽃의 아름다움은 정크 속에 피어나는 꿈의 상징과도 같다. 아편속에 해답이 있다는 것이 아니라, 아편을 만들어내는 양귀비가 커나가는 것 처럼, 아픔속에도 그 아픔을 치료하는 아픔이 있고, 또 쓰레기 속에서도 아름답게 피어나는 꿈이 있다고. 그래서, 정크라는 것, 우리에게 주어진 삶과 생명이 있다는 것을 다시 한번 더 기억해 보라고 말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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