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포츠 라이터
리처드 포드 지음, 박영원 옮김 / 문학동네 / 2009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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독서에 지칠때가 있다. 고전의 낡음이 지겹고, 현대 장르문학의 가벼움이 한없이 빈한하게 느껴질 경우 같은때 말이다. 여름이라고 여행에 관한 책자나 읽고, 무더위를 식힐 목적으로 장르소설이나 읽는 것은 인생에 두번다시 돌아오지 않는 아까운 자산인 시간을 소비하는 것과 다르지 않다. 이 여름. 생산적이면서도 즐거움을 주는 책이 필요하다.

 

마치 젊은 시절, 연신 부채로 가슴밑으로 흘러내리는 땀을 딱으면서 책에 몰입하던 그 신비로운 문자에 대한 경배처럼. 발을 얼음을 채운 세숫대야에 담근채 독서삼매경에 빠져들면서 세상의 모든 지식과 인생의 의미에 대해서 갈망하던 그 뜨거운 여름 햇살보다 더 뜨거운 삶에 대한 열정에 불타오르던 그 시절의 독서경험처럼, 세상에 대한 신선하면서도 깊이가 있고, 재미가 있으면서도 경박하지 않은 책을 발견했다.

 

스포츠 라이트. 사실 처음에는 이 책에 큰 기대를 걸었던 것은 아니다. 고스트라이트 처럼 글을 쓰는 사람에 관한 책이긴 하되 흥미롭고, 반면에 그다지 깊은 영양가를 기대한 것은 아닌 그런 책. 여름에 넘 가볍지는 않으면서 무더운 여름을 쉽게 이기고 지나갈수 있는 책. 그저 여름 시간을 허비한 것이 아니라는 자신에 대한 위안으로 삼기에는 충분할 정도의 책. 내가 처음에 바란 것은 딱 그 정도였다.

 

물론 이 책은 재미있다. 충분히 흥미롭고 책을 읽는 내내 나의 주의를 분산시키지 않는 매력을 가진 대단한 책이다. 그러나 이 책인 정말 흥미로운 것은 이 책이 스토리를 위주로 쓰여진 책이 아니라는 사실이다. 도입부부터 흥미로운 이야기를 펼치기는 하되, 스토리를 구성하는 사건과 사건 사이에 행동이나 대화보다는 내면의 독백이 훨씬 많은 지면을 차지하는 근래에 보기 드문 책이라는 사실을 발견한 순간 나는 긴장하고 흥분하고 마침내 이 책에 열광하기 시작했다.

 

그 두터운 율리시즈의 완역본을 사놓고도 읽지는 못했다. 이 책은 그 책과 비교해서 훨씬 얇은 책이다. 모르긴 하지만 그 책에 비해서 훨씬 흥미롭고 훨씬 재미있게 읽히는 책이기도 할 것이다. 나는 그렇게 읽었으니 말이다. 그러나 이 책이 율리스즈의 완역본을 읽을 용기와 준비를 시켜줄만한 책이라고 칭송을 하기에 별로 부끄럽지 않을 것같다. 이 책은 그만큼 스토리의 재미와 함께 인간의 삶에 대한 성찰을 담고 있는 좋은 책이다.

 

우리가 흔히들 3S라고부르는 것. 책 꽤나 읽었다고 생각하는 사람들이 입에 거품을 물고 비난하기 좋아하는 것들. 이 책의 주인공은 역설적으로 그런 직업에 몸담고 있다. 자신의 능력이 발휘되는 문학보다는 스포츠기자로서의 삶에 더 많은 흥미를 느끼고 있는 사람이다. 그러나 그의 내면에 흐르는 감성과 사고의 흐름은 어떤 것일까. 이 책은 정말 우아하게 오늘늘의 세계 문명의 중심지라고 할 뉴욕의 지척에 위치한 뉴저지에서 문명을 향한 비판의 시선을 펼치고 있는 것이다.

 

흔히 좋은 책이라고 불리는 책들이 담고 있는 고리타분한 과거의 생활상,. 과거의 사고방식이 아니라 오늘날 현대의 미국 뉴욕의 삶을 근저에 깔고 있으면서, 현실을 보는 시각을 살짝 뒤접어 반대의 방식으로 바라볼때 우리들의 삶은 과연 어떤 식으로 보이는 것일까. 삶이란, 인생이란, 가치란, 성고이란, 사랑이란, 사람과 사람의 관계라는 것은 과연 어떤 것인가. 그 진지한 질문을 이렇게 흥미롭고 재미있고 우아하게 직접적이면서도 우회적으로 표현하는 책을 만나는 것이 그리 쉽지 않은 경험일 것이다. 나는 그렇게 확신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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