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본잡지 모던일본과 조선 1940 - 완역
모던일본사 지음, 한비문 외 옮김 / 어문학사 / 2009년 4월
평점 :
구판절판



우리역사에 공백기가 있다면 한일합방이후, 일본의 패망으로 식민지에서 벗어날때 까지의 역사이다. 그 중 1919년 3.1운동까지의 역사는 비교적 구체적으로 남아있으나, 그 이후 식민지 종주국 일본의 탄압으로 한국역사의 중심이 만주와 중국으로 옮겨진 후, 한반도 본토에서 일어난 실제적인 사람들의 삶의 변화에 대한 기록은 공백에 가까운 상태이다.

 

간간히 일어나는 의사들의 간헐적인 장렬한 의거. 일부 유명지식인의 친일행각. 문화통치, 중국진출을 위한 한반도의 병참기지화와 수탈, 강제징용과 강제입영, 그리고 가슴아픈 종군위안부... 종교인과 사회주의자들의 끊임없는 반발... 어떻게 생각하면 그 시절의 삶에 대한 그림이 그려지는 것 같으면서도, 그런 점과 점을 잇는 선, 선과 선을 잇는 면, 뚜렷한 입체적인 삶의 모습은 좀처럼 그려지지 않는다. 절대적인 사료의 부족떄문이다.

 

불과 10년 가량뒤의 해방정국에 관해서는 엄청나게 많은 자료들이 있다. 그리고 그보다 수십년 전인 대한제국 시기만 해도 상당한 자료들이 남아서 활발한 연구가 이루어지고 있다. 그러나 기록에 있어서는 다른 서구열강보다 못하지 않게 꼼꼼한 일본인들의 본격적인 식민통치 시절에 대한 연구는 너무나 부진하다. 그냥 침체기, 암흑기, 수탈기... 이런 단절적인 단어들만이 존재한다.

 

최근 조금씩 복원되는 그 시절의 기록들을 보면, 자료가 없는 것도 아니다. 그시절에도 한반도 내에서 신문의 출간이 있었고, 그 사절에도 한국문인들의 창작작업은 활발했었다. 오히려 그 시절은 한국에 이식된 근대가 본격적으로 꽃을 피우는 모던화 혁명이 일어나던 시기였었다. 신극, 신문학, 서양화, 이에 대립되는 개념으로서의 동양화, 무용등 다양한 새로운 문화가 꽃피던 시대였다.

 

그 시절은 근대화를 따라 반짝반짝하는 양은 그릇이 도입되듯이, 전통사회로 남아있던 우리에게 근대가 이식되는 시기였다. 때문에 가장 중요하고 가장 많은 변화가 일어났을 시기이다. 그러나 역설적으로 그 시대에 대한 연구가 없다는 것은 자료가 없어서가 아니라, 그 시대를 밝히기를 싫어하는 학계-출판계-독자들의 성향 때문일 것이다. 밝혀서 좋을것이 없고, 노력해도 돈이되지 않는 소재...

 

용감하게 그 시절의 모습을 보여주는 잡지를 완전히 번역해서 출간하는 출판사가 있다. 이번이 2번째라고 한다. 표지부터 책 안의 광고까지 하나도 빠짐없이 완벽하게 번역되어 고운 장정으로 편안하게 읽을수 있게 되어 있다. 부분발췌가 아니라, 완벽한 번역이라는 것은 큰 의미를 가진다. 빼고 가리고 숨기는 것이 없다는 뜻이기 때문이다. 그래서 이 책은 모던일본의 특별판이라는 점을 감안한다고 하더라도 우리에게 알려지지 않았던 많은 정보를 담고 있다. 비판적인 시각으로 일본적인 시선을 걸러내고 본다면 우리는 우리가 접하지 못했던 수많은 '팩트'들을 접할 수 있다.

 

그 시절. 우리에게 알려지지 않았던 그 시절. 그러나 우리가 근대와 만나는 그 중요했던 시절. 한반도에는 도대체 무슨 일이 일어나고 있었는지... 읽는 시각에 따라서 많은 것을 얻을수 있는 소중한 자료이다. 이런 책을 출간한 출판사에 박수를 보내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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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9-04-21 11:24   URL
비밀 댓글입니다.

푸른하늘 2009-04-21 12:54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감사합니다. 메일 보냈습니다.
혹시 못 받으시면, 다시 글을 올려주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