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르푸스 크리스틴
막스 몬네 지음, 이승재 옮김 / 문학동네 / 2008년 11월
평점 :
장바구니담기


표지의 강렬함은 표지를 젖힌 순간 더욱 강한 느낌으로 다가온다. 책을 둘러싼 띠지에 있는 여류작가의 얼굴이 더욱 큰 모습으로 부각되어 있기 떄문이다. 정면을 향하여 쏘아보는 듯한 강렬한 눈빛, 구불그리며 삶을 불태우고 있는 듯한 머리카락, 그리고 가슴아래까지 풀어헤친 블라우스 단추... 도발적이다.

그렇다. 이 책은 도발적인 책이다. 강한 톤과 강한 힘을 가진 책이다. 삶에 대해서, 인간의 존재라는 것에 대해서, 사람과 사람의 관계에 관해서 강한 도전의식을 가진 책이다. 차마 어떻게 이렇게 까지... 라는 말이 나올만큼 대담하다. 문체도, 문제의식도, 문장을 이끌어가는 힘도, 세상을 바라보는 그녀의 자세도.

도발적인 이미지를 전달하기 위해 저자는 독특한 환경을 창조한다. 수직성과 수평성의 대립, 지붕위를 걷는 것과 자유낙하의 대립. 극단적인 굶주림과 극단적인 비만의 대립. 사랑이라는 이름의 관계와 증오나 두려움이라는 것의 대립. 자유로움과 갖힘의 대립. 남성과 여성의 대립. 이 책은 그런 것들을 가지고 읽혀져야 할 것 같다.

문제의식1. 그런 대립이 우리에게 가져다 주는 것은 무엇인가. 대립의 그 날카로운 충돌에도 불구하고 우리들의 삶은 여전히 비루하고 남루하다. 우리는 생각만큼 그렇게 대단한 존재가 아니다. 그저 죽음이라는 정해진 목표를 향해 하루 하루 그날 만큼의 분량의 시간을 소비하고 있을 뿐이다.

문제의식 2. 사랑이라는 것은 무엇인가. 불타오르며 사람의 존재를 사로잡고, 온몸을 휘감는 열정. 그것을 위해서라면 모든것을 다 희생해도 좋을만큼 가치 있는 것. 세상의 모든 것 위에 존재하는 절대적인 가치. 아니면... 사랑이라는 것은 적절한 시기에 어떤 방아쇠 장치에 의해 파도처럼 밀려나는 그저 인간의 생물적 본능에 따른 열정이라는 에너지의 분출인가.

문제의식 3. 갖혀 있다는 것은 무엇인가. 생존을 위해 그토록 간절하게 노력하는 것의 의미는 무엇인가. 죽음과 살아있음의 차이는 무엇인가. 무엇을 위해 그토록 살아남으려고 했던 것일까. 자유라는 것이 주어졌다면, 그때의 삶은 얼마나 다를수 있었을까. 우리는 여전히 지구라는 것에, 세상이라는 것에, 삶이라는 지옥에 잡혀 있을 뿐인데...

이 책이 무엇을 말하는 것인지 알수 없다. 나의 박약한 지성의 한계이다. 어쩌면 지성을 사용하지 말고 읽어야 하는 것을 사용법을 잘못 이용한 결과인지도 모른다. 그러나 수확이 없는 것은아니다. 많은 질문들을 던져주는 책이고, 나른해지는 안락한 삶에 대한 강인한 도발. 잔인한 칼날을 안이한 살갖에 찔러대는 삶에 대한 강한 질문, 그것이면 충분하지 않은가?


댓글(0) 먼댓글(0) 좋아요(1)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