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은 왜 신용불량 국가가 되었을까?
찰스 R. 모리스 지음, 송경모 옮김 / 예지(Wisdom) / 2008년 8월
평점 :
절판


It's economy. stupid" 클린튼 전 대통령이 했다는 이 말은 유명하다. 경제야 말로 우리들의 삶에 흐르는 피나 공기만큼이나 중요하다. 나이가 들고 세상의 아픔을 알아가면서, 점점 더 경제란 것이 중요하다는 것을 느끼게 된다. 우리는 언어라는 감옥에서 살아간다고 하지만, 우리는 동시에 경제구조라는 것의 영향권 안에서 살아가는 존재이다. 지구의 인력을 벗어날 수 없는 것처럼 우리는 경제라는 것을 벗어나서 살수가 없다.

지금 우리는 경제라는 것이 우리들의 삶에 미치는 그 거대한 힘의 영향력을 다시 한번 실감나게 느끼고 있는 중이다. TV뉴스의 첫머리를 경제관련 기사가 차지하지 않는 것이 오히려 불안한 것이 요즘이다. 얼마나 경제에 관한 기사들을 맨 처음에 방송한 횟수가 많았으면, 오늘 같이 중요한 경제뉴스가 있을 것 같은 날에도 일부러 경제뉴스를 뒤로 미루기까지 하겠는가. 경제는 이제 중요한 정도가 아니라, 두렵고 무섭고 지겹지만 도망갈 수 없는 거대한 괴물이 되었다.

이 책은 미국의 신용위기가 생겨난 과정을 다루고 있다. 2차 세계대전 이후부터 시작하여 미국의 경제가 오늘날의 상황에 이르기까지의 과정을 일반인이 읽을수 있도록 쉽고도 체계적으로 잘 정리한 책이다. 경제라면 무조건 어렵게만 느껴지기에 이런 책이 적절한 시기에 나와준 것이 무척 반갑다. 물론 오늘날의 경제위기를 이용해 책을 팔려는 발빠른 움직임도 있었다. 그러나 그런 책들이 담은 내용은 천편일율적이고. 빨리 만든 책인 만큼 책의 수준도 신문기사수준을 넘지 못하는 것이 당연하다.

이 책은 우연히 미국의 경제가 막 침체로 들어서는 그 순간에 기획되고 있었다. 아직은 아무도 신문이나 논뭄에서, 혹은 경제의 현장이나 경제정책을 다루는 사람들의 입장에서 심각하게 고려하지 않던 그 시기에 이 책은 이미 기획되고 대부분의 내용을 만들고 있었던 책이다. 이 책은 아마도 2008년 초까지의 기록을 담고 있을 것이다. 그래서 그 후의 내용은 나오지 않지만, 그 후의 내용들은 이미 우리들이 다 알고 있지 않은가. 우리에게 정말 필요한 것은 지금과 같은 일들이 생겨난 과정을 차근차근하게 설명해주는 메스컴 이상의 수준이되, 쉽게 전달되는 고급정보이다. 그리고 이 책이 바로 그런 책이다.

사실 나는 이 책을 정독했지만 이 책의 내용을 완전히 이해하지는 못했다. 그러나 브레튼 우즈체제와 금태환 정지 후에도 미국의 헤게모니가 유지되고, 또 변화하는 과정, 미국의 대통령과 정책의 칼러가 어떤 식으로 바뀌어 갔고, 과거의 미국의 경제위기는 왜 발생했으며 어떻게 극복되었는지에 대한 일반인에게는 충분히 자세한 지식을 얻을 수가 있었다. 그 유명한 시카코 학파에 관한 이야기와 케인즈 학파의 차이점도 이해할 수 있게 되었다.

이 책은 요즘 신문에 나오고 있는 제 2의 브레튼 우즈 체제가 이미 2000년대 초부터 시작되었다고 말하고 있다. 신문에 그런 용어가 등장한 것은 G20회담이 개최된 불과 얼마전의 일이었다. 그리고 이 책은 왜 그런 제 2의 브레튼우즈 체제가 생겨난 것인지, 그것이 의미하는 것이 무엇인지를 말하고 있다. 이 책이 발간된 후에 일어난 사건들에 대한 설명이 이 책을 통해 가능한 것을 볼때 쓸모없는 경제전망을 남발하는 기사들에 비교해서 이 책이 얼마나 쓸모있는지를 알수가 있다.

이 책은 달러화가 한창 약세를 달리고 있던 작년에 주로 쓰여졌었다. 그래서 오늘날 역설적으로 전세계적으로 달러가 강세를 보이고 있는 희안한 현상에 관한 설명은 빠져 있다. 그러나 이 책을 통해 우리는 오늘날 우리세계의 경제주체들이 가지고 있는 입장과 힘의 균형을 이해할 수 있다. 이 책의 결론은 모범적인 답안이다. 남의 돈으로 하는 파티는 빗만 남간다는 평범한 진리이다. 

그래서 이 책에서 앞으로의 전망과 번쩍이는 헤결책을 찾을수는 없다. 애당초 경제의 각 주체들이 정치, 사회, 경제적 힘겨루기를 통해 경제문제를 전쟁을 치루듯이 해결하고 있는 오늘날같이 복잡하게 돌아가는 그런 것을 예견한다는 것이 무리가 아닐까 하는 생각이다. 이 책이 담고 있는 차분한 설명과 논리, 그리고 모범적인 답안. 그것이 좋은 안내서가 줄수 있는 최선이 아닌가 생각한다. 나머지는 걍제전쟁의 와중에서, 무수한 전투와 전략의 결합에 의해서 이루어질 아무도 모르는 미지의 영역일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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