누들 메이커
마젠 지음, 이은선 옮김 / 문학동네 / 2008년 11월
평점 :
장바구니담기


 

사람들의 삶은 여러갈래의 손에 의해 찢겨져서 수많은 국수갈래처럼 갈라진다. 사람들은 생명의 울음을 울면서 세상에 태어나지만, 그들을 맞이하는 세상은 복잡하기 그지 없다. 수천가지의 국수가락처럼 그들을 둘러싸는 운명도 환경도 억압도 여건도, 또 그런 주변의 상황에 대한 사람들의 대응도 사람들의 운명을 다르게 한다. 그것이 사람의 삶이다.

가장 지역적인 것이 가장 세계적인 것이라고들 한다. 이 책은 말한다. 가장 중국적인 것이 가장 세계적인 것인것이라고. 조자인 마첸은 천안문 사태의 아픔을 생생히 기억하는 소위 반체제 작가이다. 이 작품속에서도 그런 주제의식은 다양한 변용을 통해 서로 다른 목소리로 변주된다. 때로는 직접적으로 때로는 간접적으로.

그러나 이 책은 반체제 이상의 더 많은 것을 담고 있는 책이다. 이 책이 반체제를 담고 있다면, 그것은 저자가 살아온 삶의 궤적이 그 시대의 그 공간을 통과해 왔기 때문일 것이다. 그렇다. 사람은 누구나 자신의 한계를 벗어나서 살 수는 없다. 그러나 작가는 자신이 지나온 과정의 수많은 오솔길들을 되돌아보는 자이다. 창백한 얼굴을 하고 밤늦게 불면과 어울리며 인생을 반추하는 사람이다.

세상에 태어나 한 일이라고는 자신의 혈액형의 피를 끊임없이 생산한 것밖에 없는 사람과, 세상에 태어나서 한 일이라고는 사람의 삶에 관한 수많은 공상들 밖에 없는 두 사람이 구성하는 복잡하고 혼잡하고, 그러나 책의 끝에가면 교묘하게 맞추어지는 복잡다단한 퍼즐로 만들어진 것이 이 책이다. 책은 다양한 에피소드로 구성되고, 자칫 뒤죽박죽 희황찬란한 이미지의 향연처럼 여겨지기 쉽다.

그러나 이 책은 그런 서로 분리된 에피소드들이 서로 결합하면서 사람의 삶이란 것에 대한 저자의 시선을 전하는 책이다. 그가 살았던 시대의 아픔에 대해. 인간으로서 이 세상을 산다는 것에 관해서, 공산주의나 마오이즘, 혹은 문화혁명이라는 것에 관해서, 사람이 사람에게 가하는 잔인함과 폭력에 대해, 그리고 끊임없이 펼쳐지는 생명력에 대한 갈망과 서서히 낡아가는 삶에 관해서.

이 책은 부척 편안한 문체로, 너무 자극적인 단어들이 난무하지 않은 비교적 젊잖은 문체로, 너무 우아하게 보이려고 애쓰지 않는 문체로, 다양한 상상력과 새로운 창의력으로 무장한 문체로, 그리고 매우 진솔하고 솔직한 글 쓰임으로 우리들을 그의 사고의 세계로 인도하는 책이다. 그리고 우리는 그와 함께 그가 삶에서 관찰한 것에 대해 같이 음미하고 같이 생각하는 기회를 갖게 될 것이다.


댓글(0) 먼댓글(0) 좋아요(0)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