파란 섬의 아이
이네스 카냐티 지음, 최정수 옮김 / 문학동네 / 2008년 10월
평점 :
절판


음악을 듣는다. 부드러운 선율이 느껴진다. 섬세하고 끊어질듯하면서도 이어지는, 너무 아름다우면서도 동시에 슬픈 느낌을 주는 그런 음악. 나는 그런 음악을 들으면 때로 감동을 하기도 하였다. 예전 음악감상실이라는 곳이 있을때는 그곳에서 책을 보기도, 그곳에서 넋을 놓고 음악에 내 시간을 맡기기도 하였었다.

이 책은 마치 음악을 듣는 것처럼 읽혀진다. 세상에는 읽는 음악도 있을수 있다는 생각이 들었다. 이 책을 읽으면서. 남루하고 구차하여도 세상은 살아볼만한 가치가 있다는 말이 맞다는 생각이 한번씩 든다. 바로 이런 책을 만날때가 그런 순간들이다. 이 책을 읽는 동안 나는 슬프면서도 너무 너무 행복했었다. 슬프지만 아름다웠으므로 충분히 즐거웠노라... 그렇게 말하고 싶은 책이다.

책의 표지를 보고 처음에는 여성취향이나 아이들 위주의 서정적인 책이 아닐까 하는 생각을 했었다. 조금 유치해보이는 표지가 감상적인 최루성의 내용을 담고 있는 것은 아닐까 하는 의구심이 들었기 때문이다. 그러나 이 책을 구성하고 있는 유려한 문체는 일단 이 책을 읽기 시작하자 마자 읽는 사람의 마음을 쏙 잡아 빼 놓았다. 책을 읽는 것을 방해하는 모든 것이 귀찮아질 정도로,,, 밥벌이를 위해서 꼭 해야 하는 일마저도...

제목도 번호도 없는 짧은 장들이 연속된다. 대부분의 장들에서 앞의 장에서 나왔던 문장들이 되풀이된다. 지루하지 않냐고? 전혀 그렇지 않다. 음악을 들을때 주제가 되풀이될때마다 더욱 깊은 감상에 빠져들듯이, 이 책도 같은 말이 되풀이 될때마다 더욱 깊은 감동을 빠지게 된다. 오묘한 필법이다. 나는 이제껏 이런 방식으로 쓰여진 책을 한번도 읽어본 적이 없다. 책의 내용만 좋은 것이 아니라. 책을 구성하고 이루어가는 방식 또한 무척 특색있고 힘이있다.

참 아름답고도 슬픈 이야기다... 책을 읽으면서 나이에 어울리지 않게 한숨을 쉬어가면서, 가끔 허공을 바라보아 가면서 그렇게 책을 읽었다. 음악처럼 반복되는 아름다운 문체에 실린 그 강하면서 절제된 감정을 충분히 느끼고 즐기고 스며들면서... 그렇게 이 책을 읽는 시간은 아름다웠고 이 책은 아쉽게도 너무 빨리 읽혀져 버렸다.

책을 다 읽고 나서 책 뒤의 번역자의 해설을 읽었다. 이 책은 강한 시사성을 가지고 있는 책이라고 한다. 삶의 야만성과 폭력에 관한 주제를 다루는 책이라고... 그런 생각으로 내가 읽었던 내용을 되돌아본다. 분명히 그렇다. 이 책에는 삶이 얼마나 야만적이고, 인간으로 살아간다는 것이 얼마나 슬픈 일인지를 분명하게 느끼게 해준다. 그러나 동시에 이런 책을 읽는 시간이 있기에 삶이 의미가 있는 나같은 사람에게는 세상은 그래도 살아볼만한 가치가 있는 것이라는 위안을 주는 그런 책이다...  참 좋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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