꿈꾸는 앵거스 - 사랑과 꿈을 나르는 켈트의 신 세계신화총서 7
알렉산더 매컬 스미스 지음, 이수현 옮김 / 문학동네 / 2007년 11월
평점 :
절판


  

캘트족에게도 신화가 있을 것이라는 생각을 왜 못해보았을까. 그리스 로마신화를 지겹도록 듣고, 최근에 붐을 이룬 북유럽 신화에도 눈독을 들이면서, 나는 캘트신화라는 것은 생각조차 해보지 못했었다. 멀린에 관한 이야기를 들으면서도 그저 아더왕 설화중 하나겠지... 라고만 생각했었다. 멀린 이야기가 캘트족 신화의 한부분이라는 것을 몰랐던 것이다. 캘트족에게는 그들만의 우주관이 있고, 올림포스 산의 신들에 못지 않은 신들의 계보가 있다. 나는 그 사실을 이 책을 통해 처음 알았다.






어쩌다 보니 문학동네의 세계신화총서와 친해져 버렸다. 영겁의 세월동안 우주를 떠받치고 있는 아틀라스의 이야기를 담은 책 ‘무게’. 시지프스의 숙명보다 훨씬 더 깊은 그 숙명을 다룬 책을 읽고 깊은 감동을 받았었다. 얼마 전 읽었던 쑤통의 눈물. 그것이 중국의 신화를 소설화 한 것이라는 것은 책을 읽고도 한참이 지나서야 알았었다. 책마다 다른 문체와 다른 주제를 다루고 있기에 그것들이 세계신화총서의 일부라는 것도 이 책을 접하면서 비로소 알게되었다.






꿈을 선사하는 신 앵거스. 앵거스는 꿈의 신이다. 부드러운 신이고, 새와 동물들이 따르는 신이다. 그러나 앵거스는 무엇보다 가장 인간적인 면모를 가진 신이다. 인간에게 인간다움을 선사하고, 사람들이 잊고 있던 그 무엇을 깨닿게 해준다. 꿈은 우리들의 잊혀진 기억들과 허락받지 못한 소망들이 모여있는 창고이다. 앵거스는 그 창고의 단단한 자물쇠를 열어서 우리들에게 자신들이 정말로 원하고 바라는 것을 깨닿게 해준다.






이 책은 신 앵거스의 생애와 현실을 살아가는 사람들의 삶을 한 장씩 병치 시킨다. 한 장은 앵거스가 태어나서 살아가는 과정을 그리고, 그 다음 장은 힘든 삶을 살아가는 사람들의 꿈에 관한 이야기를 그린다. 그렇게 반복되는 과정은 참으로 절묘하게 서로에게 녹아들어간다. 마침내 앵거스라는 캘트 신화의 신의 이야기는 꿈이 모자라서, 꿈을 실현하지 못해서 고통 받는 사람들의 이야기와 서로 하나의 이야기로 융화되어 작품을 완결시킨다.






쑤통의 눈물을 읽을 때도 느낀 점이지만 이 책의 작가는 신화를 현실의 삶 속에 녹여내고, 현실의 삶을 통해 신화를 생생하게 살려내는데 대단한 자질이 있는 사람 같다. 비록 영국에서 오래살고 영국에서 교육을 받았지만, 아프리카 출신이고, 후에 다시 아프리카로 돌아간 사람이 이 책의 저자이다. 다른 문화권의 신화를, 그 문화권의 현실의 삶과 그렇게 잘 융합시키고 의미를 되살려 낼 수 있다는 것이 대단하다. 저자가 그 문화를 이해하면서도 객관적으로 바라보는 타인의 시선을 유지하고 있어서일까. 그리고 나 역시 그 문화를 비교적 이해하지만 타자이기 때문일까...






사족으로, 책을 읽고 난 후 이 책을 번역한 이의 이름을 물끄러미 쳐다보았다. 물론 모르는 사람이다. 내가 번역자의 이름을 눈여겨보는 일은 이번이 처음이었기 때문이다. 번역을 한 문체는 부드럽고 매끄럽고 시적이다. 원래 짧게 끊어서 쓴 문장들을 어쩌면 그렇게 맛깔스럽게 옮겼는지 모르겠다. 삶의 아픔과 연민과 희망에 대한 그 부드러운 말과 아름다운 단어들이 책을 읽으면서 더욱 감칠 맛나게 느껴지는 것이 아마도 번역의 힘 때문일 것이다. 재미있고 감명스러운 내용과 부드럽고 빠른 속도감 나는 문체 덕분에 평소 문학책은 정독하는 나도 이 책은 단숨에 읽어버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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