걷기의 기적
세실 가테프 지음, 김문영 옮김 / 기파랑(기파랑에크리) / 2006년 5월
평점 :
절판


 

학창시절 나는 가끔 학교에서 집까지 걸어다니곤 했었다. 말이 쉬워 학교에서 집이지 버스를 타고도 한시간이 걸리는 거리였다. 그 거리를 걸어서 집으로 온 것이 그리 적은 횟수는 아니었다. 때로는 술김에 지친줄도 모르고, 어떤때는 생각에 사로 잡혀 걷다가 보면 문득 집앞에 서 있곤 했었다.


버스를 타고 집으로 돌아온 날도, 일부러 거리를 걸어다닌 적이 있었다. 집에 들어가려고 초인종을 누르려는 순간, 팔 너머로 보이는 어둠이 그렇게 매력적으로 보인날... 나는 한참동안을 거리를 배회하다가 피곤이 온몸에 절어서야 다시 집으로 돌아간 적도 있었다. ‹š로는 아무런 목적도 없이 오리지 그냥 걷기 위해서 거리를 돌아다닌 적도 있었다. 내가 사는 도시에 내가 모르는 골목이 하나라도 있어서는 안되기라도 하듯이 나는 온 도시를 헤집고 다녔다. 덕분에 나는 눈을 감고도 도시의 모습을 내 머리속에 입체적으로 떠올릴수가 있었다.


몹시 춥고 바람이 많이 부는 날. 나는 그 추운 거리를 걷는 느낌이 어떨까 싶어 일부러 걷기 위해 집을 나섰다. 얼마나 걸었을까. 제법 멀리 떨어진 육교위에서 낮익은 친구를 만났었다. 낮은 익었지만 그리 가깝게 지내지는 않은 친구였다. 그 친구에게 물었다. "추운데 왜 나왔어?" 친구는 대답했다. "춥잖아. 추우니까 나왔지..." 그날부터 그 친구와 나는 막역한 친구가 되었다.


걷는 다는 것. 나는 그것이 좋다. 아무런 이유가 없다. 건강을 위해서, 지리를 익히기 위해서, 병을 낫기 위해서, 스트레스를 해소하기 위해서... 아니다. 나는 그냥 걷는 것이 좋다. 이유없이 걷는다는 무목적성이 좋다. 그러나 때로는 걷는 것의 목표를 찾아야 할때가 있다. 나를 위해서가 아니라 내가 걷는 것을 의아하게 여기는 사람들에게 변명할 거리를 만들기 위해서이다. 이 책은 그런 목적을 위해서 대단히 유용하게 쓰일듯하다. 걷기를 응호하는 갖가지 이야기들이 가득히 담겨있기 때문이다. 게다가 재미있기도 하다. 앞으로 누가 나에게 걷는 것에 대해서 시비를 걸면 나는 빙긋이 웃을 것이다. 그리고 그에게 말없이 이 책을 내밀어 줄 생각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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