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윈의 대답 - 전4권
피터 싱어. 콜린 텃지. 킹즐리 브라운. 마틴 데일리 지음, 최정규. 김상인. 강호정. 주 / 이음 / 2007년 2월
평점 :
절판


 

‘쿤’이 생각난다. 쿤의 과학연구를 이렇게 정의했다. “과학이란 엄밀한 검증을 통해서 발전하는 것이 아니라, 하나의 패러다임에 입각해서 그 패러다임의 기조에서 연구를 하는 한정된 학문이다. 마침내 그 패러다임으로 설명할 수 없는 모순들이 축적되면 그제야 새로운 패러다임으로 문제를 해결하려는 노력이 생겨난다.”


이 책은 다윈의 입장에서 사회체제와 인간의 사회성을 바라보려는 노력이다. 이제까지 인간을 보는 다양한 관점들이 존재해왔다. 때로는 한가지 학설이 주류를 이루었고, 때로는 다른 학설이 주류를 이루었다. 학설과 그 학설을 믿는 인간의 노력은 때로는 눈물겨운 노력으로 나타나기도 했다.


지금은 지구상에서 사라져버린 사회주의적인 사회를 건설하려는 인간의 노력은 마침내 비극적인 파국으로 끝나고 말았지만, 그 시작만큼은 열정적이고 인류애적인 사명으로 가득 차 있었다. 이 세상에서 내가 아는 한 자기 민족과 국가의 한계를 벗어나서 전체 인류의 복리증진이라는 거대한 목표를 가지고 국제주의 운동을 벌였던 것은 그것이 처음이었던 것이다.


그래서 사회주의는 멸망하고 없지만 우리는 사회주의의 아름다운 이상이 남긴 아름다운 사람들의 이름을 기억하고 있다. 트로츠키, 체 게바라, 주은래, 호치민, 파블로 네루다. 아엔데, 빅토르 하라... 나 같은 일반인의 머릿속에 남아 있는 그 아름다운 이상을 가진 사람들의 이름은 끝이 없다.


그러나 그 아름다웠던 이상은 실패하고 말았다. 사회주의가 실패한 것은 미국과 러시아의 과도한 군사적 각축이 가져온 경제적 부담 때문이 아니었다. 사회주의는 인간의 본성에 어긋나는 제도였기 때문이다. 인간은 본질적으로 이기적이다. 생물로서의 인간의 1차적인 목적은 생존과 후손의 번성이다. 그것이 바로 인간의 유전자 속에 새겨져 있는 부정할 수 없는 인간의 본성이다.


그것은 유전자에 단단하게 자리를 잡고 있기 때문에 삭제할 수도 변경할 수도 없다. 인간은 생물이고, 오랜 시간에 걸친 자연과 다른 동물과의 투쟁을 거쳐 인간이라는 지배적인 생물로 등극을 하게 만든 생존본능의 원천이기 때문이다. 그래서 사회주의적 이상이라는 패러다임은 사라지고, 인간성과 이상적인 사회를 바라보는 새로운 패러다임의 시대가 열리기 시작하는 것이다.


이 책은 그 가능성을 다윈이즘에서 찾아낸다. 다윈이 주장했다는 것이 아니라, 인간의 기나긴 역사 속에서 인간의 본성이 수용할 수 있는 이상을 찾아보자는 것이다. 만인의 만인에 대한 투쟁이라는 말을 떠올리게 하는 신자유주의 세계화의 끊임없는 자본축적에서 살아남기 투쟁을 벌이는 것이 결코 이상적인 사회일수는 없다.


인간이 지구상에서 지배적인 생명체가 된 이유는 다른 인간들의 희생위에서 가장 뛰어난 한 사람의 인간을 뽑아내어 번식시키는 과정을 통해 인간의 동물적 힘이 강해졌기 때문이 아니라, 불완전한 인간들이 인간이라는 사회적 집단을 이루어 인간보다 강하고 위험한 환경 속에서 살아나가는 메커니즘의 승리이기 때문이다.


다윈주의 패러다임이 말하는 인간의 본성에 기초한 사회의 이상적인 모델은 바로 그 어디쯤에 있을 것이다. 서로 투쟁하기 보다는 협력하고, 서로 싸우기 보다는 사랑하고, 그러나 체제의 무게로 사람을 억누르기 보다는 자유를 허용하는... 막연하기 이를데 없지만, 인간의 유전자에 새겨져 있는 바로 이런 본성을 거스르지 않는 그 어떤 체제. 그것이 궁극적으로 인간이 찾아가야할 새로운 세계의 모습일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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