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설이 - 심윤경 장편소설
심윤경 지음 / 한겨레출판 / 2019년 1월
평점 :
오랜만에 내 마음을 움직인 소설을 읽었다. 내 기준에 좋은 소설이란 나를 바꾸는 소설이다. 내가 가지고 있던 생각이나 가치관을 움직이게 하고 내가 심적으로 방황하게 되면 나를 붙잡아 줄만한 소설들이다.
나는 이 달콤한 무심함을 시현에게 한 숟갈만 떠먹여주고 싶었다. 내가 가진 가장 좋은 것, 최고의 가정에서 자란 시현이 단 하나 가지지 못한 바로 그것, 허술하고 허점투성이인 부모 밑에서 누리는 내 마음대로의 씩씩한 삶 말이다.
<설이>가 내 마음 속의 책이 된 이유는 이 책이 '가족'에 대한 내 생각을 바꾸었기 때문이다. 이제까지 나와 함께했던 내 가족들에 관해 내가 가지고 있던 모든 감정들, 그리고 그들과의 관계를 다시 바꿔줄 수 있는 발판이 되어주었다.
사람이 외롭지 않으려면 사랑하는 사람이 있어야 한단다.
드라마 <sky캐슬>이 방영되고 난 후 비슷한 소재로 쓰여진 책이기 때문에 <sky캐슬>과 비교가 많이 되는데 이 책은 <sky캐슬>과는 조금 다른 느낌이었다. <sky캐슬>이 한국 사회의 엄청난 교육열로 인해 아이들에게 무엇이 우선되어야 하는가에 대한 의문에 대해 중점적으로 이야기 한다면 <설이>는 설이가 가진 가족에 대한 생각들, 세상에 가진 의문을 볼 수 있었다. 가족의 의미와 사랑, 타인과의 관계에 관한 생각들을 설이의 시점에서 들여다본다.
그들은 나를 어떻게 다루어야 할지 몰라서 그냥 내버려두었다. 내가 원한 것이 바로 그것이었다.
책은 담담하지만 아픈 이야기를 써내려간다. 설이가 가지고 있는 의문들이, 생각들이 무심하게 툭툭 던져질 때면 그 물음을 나는 힘들게 주워삼킨다. 설이는 정말 순수하다. 스스로는 세상에서 버려졌다고 생각하고 음식물쓰레기통에서 발견된 것에 상처를 가지고 있지만 설이의 순수한 영혼은 그 누구보다도 맑다고 생각한다. 설이가 상상했던 완벽한 가족, 그리고 그 완벽한 가족이라는 것이 허상이라는 것을 알아가는 설이의 질문이 나에게 왔을 때 나는 아무런 말도 할 수 없었다.
이 책을 모두에게 추천해주고 싶은 이유는 간단하다. 모두에게 가족이라고 부르는 관계가 있기 때문이다. 그것이 정말 혈연으로 맺어진 부모님이든, 아니면 반려동물이라도 상관이 없다. 사실 가족이라고 하기보다 넓은 의미로 '사랑하고 믿고 의지하는' 관계가 모두에게 있기 때문이다. 각자가 가진 관계 속에서 이 책을 다양한 방식으로 받아들일수 있다는 것. 그것만으로 이 책은 추천할만한 가치가 있다. 더욱이 책을 읽고 우리가 가진 관계를 다시 되돌아 보고 더 견고히 할 수 있게 만들어 줄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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