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로 K
돈 드릴로 지음, 황가한 옮김 / 은행나무 / 2019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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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소설을 뭐라고 표현해야 할지 많이 고민했다. 출판사에서 소개하는 것과 같이 SF소설이긴 하지만 굉장히 철학적이고 심오했기 때문이다. 단순히 'SF'와 '냉동인간'이라는 주제로 신나서 읽던 것과는 달리 책을 다 읽고 난 뒤에는 미간의 주름이 깊어졌다. 정말 어려웠던 책이지만 간단하게 줄인다면 죽음과 이름에 대해 끝없이 생각하고 고민하게 만드는 소설이었다. 


'제로K'는 화학적 온도 단위인 '켈빈(K)'에서 따온 제목이다. 0K은 이론상에서 존재하는 온도로 우리나라에 친숙한 도씨로 바꾼다면 -273.15'C이다. 0K에서는 엔트로피-에너지와 무질서도의 척도- 가 0에 수렴해 절대적인 정의를 갖는 한편 무질서도가 0에 도달한다는 점에서 현실적으로 도달하기 불가능한 온도이다. SF로써 미래과학을 보여주는 소설이지만 소설 속에서도 0K는 가까워질 수는 있어도 도달하지 못하는 온도이다. 작가는 '제로K'라는 제목에서 이미 냉동인간과 죽음에 대한 자신의 생각을 밝혔다고 생각한다. 


이 책을 단순히 SF소설이라고만 생각하지 못한 이유는 이 소설이 단순히 냉동인간이라는 주제를 가지고 미래에 일어날법한 일을 쓴 것이 아니기 때문이다. 그보다는 현대적인 관점에서 '냉동인간'이라는 주제로 생각할 법한 철학적 문제들을 미래를 배경으로 삼아 표현했다. 또한 이름이 가지는 의미, 언어에 대한 돈 드릴로의 생각이 담겨있는 책이라 더 심오하다. 그가 왜 미국의 대표적인 현대작가 중 하나인지 보여주는 소설이었다. 


이전에는 냉동인간은 아직 불가능하지만 과학의 발전 가능성을 생각하면 나쁘지 않은 선택이라고 생각했었다. 책을 읽은 지금은...잘 모르겠는 것이 솔직한 심정이다. 모든 털을 밀고 해체되어 냉동보관 되는 것은 사실상 죽음이 않을까 생각했다. 한편으로는 언제가 될지도 모르는 막연한 미래를 기다리며 그들이 잊혀진다면 그것은 그 어떠한 죽음보다도 허무하다고 생각했다. 책을 다 읽고 난 지금에도 죽음에 대한 심오한 물음은 끊임없이 나를 괴롭히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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