굿바이 사교육 - 내 아이를 학원에 보내고 싶지 않은 학부모를 위한 교육 필독서
이범 외 지음 / 시사IN북 / 2010년 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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품절



‘굿바이 사교육’의 공동저자께서 자신들의 주장을 성실하게 말씀해주시어 너무 감사했습니다. 전 제8강의를 맡은 luck0602라는 인터넷 아뒤를 가진 사람입니다. 제가 맡은 제8강의의 내용은 앞서 유익하고 소중한 공동저자님들의 강의를 서평하는 것입니다.

전체적인 면에서, 이범, 조기숙, 송인수 씨는 대한민국 교육의 전반에 대한 말씀을 하셨습니다. 특히 입시와 관련된 현재의 교육정책이나 공교육, 사교육의 실태를 거시적으로 말씀하셨고 앞으로 가야 할 교육의 방향을 짚어주셨습니다. ‘솔빛표 영어교육’의 이남수 씨와 학습법 강의와 상담 전문가 신을진 씨, 이우학교 교감으로 바른 교육을 직접 일선에서 실천하시는 이수광 씨, 인문학 서점 인디고 서원 대표이신 허아람 씨 등 네 분은 구체적으로 영어와 독서, 교과과목에 대한 학습법 그리고 특성화학교를 통한 진정한 교육의 표본을 소개하였습니다. 실경험을 바탕으로 구체적인 교육방식을 보여주시어 진정한 참교육이 뭔지를 말씀하시어 참으로 유익하였습니다.

첫 번째 세 분의 글에서는 약간 답답하다는 생각을 했습니다. 이념이 한낱 공상이 될 수 있는 복잡하고 음흉한 세상이다 보니 여러 가지 이념이 구체화되면서 윤곽을 드러내고 급기야 하나의 견고한 성이 되어 또 다른 이념이나 독선으로 강하게 각인되지나 않을지, 그래서 출발점과 달리 도착점에 이르면 독선과 아집의 이데올로기로 처음에 반대하였던 비인간적 교육제도가 이름만 인간적 교육제도가 되고 근본은 다른 것 없는 교육이념으로 세력화 될 수도 있지 않을까 우려가 생겼답니다. 나름대로의 대안을 내놓고 있지만 때로는 너무 구체적인 부분까지 손을 대고 있다는 느낌을 받았습니다. 교육은 수정과 반복, 창조와 도전, 실패와 격려가 늘 상존하는 미완성의 완성화를 향한 과정입니다. 그러므로 주도적인 주체와 올바른 제도가 반드시 필요하겠지만 이 이상의 구체적이고 절대적인 내용까지 규범화시키고 제도화시켜버린다면 새로운 변화가 개입될 여지가 없다고 생각합니다. 이런 점에서 앞서 구체화된 사교육의 불필요성과 참된 교육의 필요성 접근하는 방식에 더 깊은 성찰이 필요하며, 이를 위한 고민을 늘 해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저 또한 지배이데올로기로 기득권 보호를 최우선시하는 극보수주의자들과 무뇌적 경제 우선주의 논리만을 우선시하는 전혀 실용적이지 않으면서 실용주의자라고 혹은 중도주의자라고 말하는 현체제의 교육관련 지도층 및 관련자들을 너무 싫어합니다. 말로는 그럴싸하게 ‘지역안배’나 ‘교육평등’을 외치면서 내심은 공고한 자신들의 이득만 챙기는 사람들과 제도와 학교를 자신들의 논리로 고착화시키려는 사람들은 이 나라 교육에서 손을 떼야합니다. 이런 여러 가지 불합리한 교육제도와 입시제도에 대한 비판과 대안을 이범 씨와 송인수 씨의 글에서 읽었고 많은 도움을 받았습니다. 더 많은 조사와 연구가 이루어져야겠지만, 당장 지배권자들의 논리가 영원히 고착화되지 않도록 최대한 많은 깨어있는 지식인들의 협조가 있어야겠고, 한 번 정한 틀은 항상 유지가 되도록 하는 제도적인 장치가 있었으면 좋겠습니다. 누구나 감히 건드릴 수 없는 틀을 만들고 세부적인 부분만 조금씩 연구해서 바꿔나간다면 비로소 ‘교육은 백년대계’라는 말을 자랑스럽게 사용할 수 있는 대한민국이 될 수 있다고 생각합니다.
 

이남수 씨의 경험에서 나온 영어교육방법과 ‘인디고‘라는 인문학 책읽기 운동을 벌이는 허아람 씨의 글 그리고 학생의 문제를 돕는 상담과 방향제시라는 점에서 탁월한 방법론을 제시하고 있는 신을진, 조기숙 씨의 글 또한 여러 번 읽어야 할 훌륭한 글이었습니다. 이 중 제가 가장 으뜸으로 꼽고 싶은 글은 이우학교에 직접 참여하시고 운영하시는 이수광 선생님의 글입니다. 우리에게는 참된 교사와 믿음을 주는 학부모 그리고 늘 꿈과 이상을 갖고 평등한 세상에서 올바른 사고와 자부심을 가지는 학생을 삼위일체로 해서 교육을 시키는 장이 필요합니다. 이 책의 제목이 ’굿바이 사교육‘이지만 실제 사교육은 필요 없다거나 사교육은 이래서 잘못되었다고 아무리 외쳐보아도 현재 사교육은 절대 무너지지 않습니다. 그 이유는 공교육이 없기 때문입니다. 학생들이 가서 배울 데가 없는데, 부모들이 가만 앉아서 학생들이 우왕좌왕하는 모습을 보려고 하겠습니까? 절대 그렇지 않습니다. 자녀에게 한 자라도 더 가르쳐 인생을 살아갈 때 도움이 되도록 만드는 일을 필생의 업으로 삼는 부모가 어찌 제대로 서 있지 않는 공교육을 보고도, 사교육이 더 양질의 교육을 시키는데도 그냥 손 놓고 있겠습니까? 절대 그렇지 않습니다. 사교육은 불패의 신화를 계속 이어나갈 것이라고 전 확신합니다. 지금과 같은 공교육이 계속된다면 말입니다. 이런 점에서 ’이우학교‘는 정말 육성하고 장려해야하는 공교육의 본이라고 생각합니다. 이것이야말로 굿바이 사교육을 실천하는 핵심입니다. 이수광 선생님과 같이 사랑과 이해심을 가지고 올바른 교육을 하시는 분이야말로 ’사교육의 불필요성‘을 말할 수 있는 자격이 있다고 생각합니다. 학생들이 경험할 수 있는 여러 가능성을 받아들이고 이를 통해 스스로 깨닫도록 기회를 주며, 올바른 인식하에 비록 늦지만 하나씩 깨우쳐 가는 길로 인도하는 교육이야말로 수평적인 관계가 실천되는 장이며 백년대계가 이루어질 수 있는 교육이라고 생각합니다.

좋은 미래를 약속하는 희망의 교육을 보고 읽고 싶은 사람에게 꼭 권하고 싶은 훌륭한 책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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과학 시대의 이성 책세상문고 고전의세계 72
한스 게오르크 가다머 지음, 박남희 옮김 / 책세상 / 2009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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구판절판


세상에 있는 어떤 책이라도 인간의 생각을 자극하고 반성의 기회를 주며 새로운 생각의 단서가 된다는 것이 평소 독서에 대한 나의 철학이다.  그래서 책을 대할 때는 항상 기뻤고 흥분하였으며 한 페이지씩 넘길 때마다 새로운 세계가 펼쳐지는 느낌을 받아왔다.  이런 생각을 갖고 있었기에 책이 어렵고 쉽고는 읽는 이의 주관적인 판단일 뿐이며 읽어서 극복할 수 없는 책은 없다는 신조를 가지고 살았다.

이번에 만난 가다머의 ‘과학 시대의 이성’은 이런 나의 신조에 도전장을 던진 책이었다.  근래에 들어 철학 서적을 읽은 경우가 없다보니 책을 읽는 내내 패배할 수 밖에 없는 장군이 배수진을 쳐서 도망갈 수 없는 필연의 시간을 보내는 느낌을 받았다.  ‘읽기 시작한 이상 질 때 지더라도 적의 힘이라도 느껴봐야 하지 않겠는가‘라는 각오로 계속 읽었다.

단어와 단어가 난무하고 나의 인식이 따라잡을 수 없는 말과 말의 조합이라니... 참으로 기가 막혔고 난감하였다.  어디에 도대체 실타래의 끝과 끝이 있단 말인가.   읽기를 통해 인식의 희열은 없고 반성만 남을 것인가라는 고민에 쌓여 꾸역꾸역 책을 넘겼다.

이론 학문으로서가 아니라 실천 학문으로서의 철학을 주장한 가다머는 이해하고 해석하며 자신을 실현하는 구체적 실천이 곧 철학이라고 하였다.  내 머리에 맴도는 ‘실천’이라는 단어는 ‘과학 시대의 이성’이 가져야 하는 가장 큰 덕목이라고 생각한다.  ‘도구적 이성’이 인간 삶의 총체적 위기를 가져왔다고 비난하면서 늘 새롭게 거듭나는 ‘하나로 융합’된 사유의 운동이 필요하다고 한 가다머의 주장에 백번 찬성하면서도 다른 한편으로는 말은 쉽지만 실천이나 현실 적응성은 얼마나 될까라는 회의도 들었다.

철학적 논리에 매몰되어 질질 끌려 다녔던 내가 제4장 ‘실천철학으로서의 해석학’에 이르렀을 때, 눈이 팍 떠였고 마치 낯선 사람과 어색하게 눈을 바라보고 앉은 채 오랜 여행을 해야 하는 불편함이 돌연 상냥하고 예쁜 아가씨와 달콤한 애기를 나누는 즐거움으로 바뀐 느낌이 들었다.

평소에 언어에 관심이 많았던 터라 해석학이 말하는 텍스트 읽기의 역사와 자세에서 많은 것을 배웠다.  특히 고대의 해석학이 단순한 ‘기술’에 다름 아니라면 현대의 해석학은 ‘실천철학’으로서 우리가 직접 텍스트 읽기에 참여하여야 하고, ‘텍스트를 말하는 자와 우리가 그것의 고유한 이해 사이에서 성립하는 사태와 연관을 가져야 한다(106쪽)‘고 한다.  글을 해석한다는 말은 글을 이해하는 수준에서 그치는 것이 아니고 읽는 자와 쓰는 자의 소통이 단선적인 진리의 1대 1 공유가 아니라 여러 다양한 사유와 작위적 해석이 있다는 뜻에서 충분한 숙고가 따라야 하는 문제임을 다시 한 번 더 느꼈다.  그러므로 ’최종적 해석이라는 말은 그 말 자체 안에 모순을 가진다.  해석이란 언제나 과정 중에 있는 것이다(115쪽)‘는 말과 ’명백한 해석보다는 우리가 주도하는 관심을 알아내는 것이 더 중요하다(115쪽)‘는 말은 실천적이고 다양한 탐구를 철학의 과제로 삼은 가다머의 태도를 볼 수 있는 대목이었다.  마지막으로 가다머의 사상에 인상 깊었던 대목은 그가 주장한 언어관이었다.  그는 ‘언어의 이중성, 즉 말해짐과 가려짐을 근거로 언어가 말해지는 사건을 존재가 자기를 드러내는 계시와 은폐로 언어를 이야기하는 하이데거와는 달리 대화를 통해 늘 달리 자신을 실현해가는 운동으로, 그래서 구체적으로 행위를 낳는 힘으로 언어를 본다(186쪽)’

해석학과 언어에 관한 그의 논리는 좀 더 시간을 두고 생각해야 하는 문제이다.  여러 가지 많은 용어와 주장이 서로 얽혀서 처음에는 정신없이 따라가기 바빴지만 다 읽고 난 뒤 줄 친 부분과 관심 있는 파트를 따로 읽다 보니 사골이 우러나듯 진한 맛을 느낄 수 있었다.  비록 간혹이지만. 

한 차례 소나기를 맞은 듯 글의 조각 속에 흠뻑 젖었던 시간이었다.  참으로 읽기는 즐겁고 재밋다.  다음에 시간을 내어 좀 더 선각자들의 사상을 드려다 보도록 해야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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캔서 앤더 시티 - 마리사 아코첼라 마르케토의 실제 이야기 세미콜론 그래픽노블
마리사 아코첼라 마르케토 글.그림 / 세미콜론 / 2009년 9월
평점 :
절판


 


[책에 대한 첫 느낌]

유방암을 극복한 뉴욕 잇걸('it' girl)을 다룬 책을 남자가 읽는다는 것이 처음에는 다소 불편했다. 보편적 가치가 많이 작용하는 만화라는 장르가 남녀 구분법 사고를 많이 희석시켜주긴 했지만, 다루고 있는 소재는 평생 경험할 수 없는 내용이라 생뚱맞은 느낌을 극복하기는 쉽지 않았다. 이 난제를 극복하게 한 것은 ‘책’이라는 매체가 갖는 힘이었다. 책이라면 사두고 보는 습성과 ‘어떤 책이라도 나의 삶과 무관한 책은 없다‘는 평소의 소신이 암에 대한 호기심에 더해져 드디어 책을 손에 넣게 되었다. 즐거운 일이었다.

[책을 처음 펴고 30페이지 가량 읽고 난 후의 감상]

평소에 생각하고 있던 만화라는 장르를 다시 생각하게 만드는 심각한 도전을 받았다. 글이 춤을 추고 만화가 실감났다. 글이 만화이고 만화가 움직이는 글이었다. 참으로 묘한 인상을 받았다. 이런 느낌을 갖게 된 데는 소민영씨의 탁월한 번역이 큰 역할을 하였다. 큰 박수를 보낸다. 보통 만화라면 앉은 자리에서 금방 다 읽는 것이 예사인데 이 책은 ‘만화책’이라는 타이틀을 붙이기도 힘들 정도로 책을 읽는 것과 같은 정도의 시간과 집중력이 필요했다는 점 또한 한번 읽고 나면 그만인 가벼운 책은 아니었다는 반증이다.

[책을 이끄는 인물과 인물들]

주인공 마리사는 만화작가로서 여러 출판사에 자신의 만화를 팔면서 살아가는 직업여성이다. 뉴욕의 유행을 선도하는 ‘잇 걸’로서 당당하고 자신에 찬 여성이다. 그러나 야하고 무뇌적인 인간일 뿐인 화려한 족속과 명품족인 자신과는 철저히 차별한다. 진실, 선, 개성과 부도덕, 불성실, 거짓을 구분할 줄 아는 멋진 여성이다. 처음 자신이 유방암에 걸렸다는 사실과 더 이상 여성으로서의 기능을 수행할 수 없고 약속한 결혼도 할 수 없을지도 모른다는 불안과 원망이 그녀를 사로잡는다. 여느 여성처럼 낙담하고 실망하고 원망하는 그녀가 너무도 인간적이라서 좋았다. 유방암에 걸렸다는 사실을 알기 전에 결혼을 약속한 이탈리아 레스토랑 경영자인 실바노 역시 너무도 멋진 남성이다. 그에게 치근대는 뭇여성을 마다하고 마리사와 결혼하기로 한 실바노는 마리사가 암에 걸렸다는 사실에도 전혀 애정이 식지 않았고, 오히려 더 따뜻하게 자신의 진실과 사랑을 보여주었다. 또한 마리아가 실수로 들지 못했던 의료보험으로 엄청난 비용을 부담하게 되자 자신이 돈을 감당할테니 건강에만 신경을 쏟아라는 그의 여유로움이 한편으로 부럽고 돈이 여유와 행복을 만들구나 라는 자본주의의 일면을 생각하고 약간 씁씁하였다. 이 책에서 결코 빠질 수 없는 인물이 한명 있다. 마리사의 엄마이다. 그녀의 호들갑과 딸에 대한 애정은 과히 한국의 극성적인 어머니보다 더했으면 더했지 덜하지는 않겠다는 생각을 하였다. 하지만 이러한 그녀의 분주함과 엉성함이 세상 어디에나 있었으면 좋은 엄마의 성격으로 비쳤다. 엄숙하고 자애로운 엄마의 상이 사람을 어느 정도 질식하게 한다면 마리사의 엄마는 자녀에게 자유와 희망을 준다는 점에서 가벼움이 때로는 인생의 진수가 아닐까 싶다. 그 외 많은 베프(Best Friends)와 가족들은 여러 모습, 여러 성격, 여러 직업을 가졌음에도 불구하고 동료와 가족을 사랑하고 배려해 준다는 점에서 너무도 행복한 시티의 행복한 사람들이었다. 이들을 만나서 그들의 생활과 생각을 엿볼 수 있었던 것만 해도 책읽기 시간이 너무 보람되었다.

[책을 끝내고 난 후]

무릇 책이란 사람을 만나고 사람을 알아가는 과정이라고 생각한다. 책 속 등장인물들의 삶이 나의 삶과 결코 무관할 수 없는 것은 그들도 나와 같이 주어진 삶을 살아가는 한 생명체라는 이유뿐만 아니라 생존 이유가 어떤 경우라도 활자라는 매개물을 통해서 읽는 이의 마음을 울려 어떤 형식이든 영향력을 행사한다는 점이다. 이번 마리사의 암 투병기를 다룬 ‘캔서 앤더 시티’는 절체절명의 상황에서 인간적인 고민, 희망, 사랑, 관계의 모든 면을 다 보여준 훌륭한 책이었다. 우리나라 만화가들도 세계에 내놔도 결코 뒤처지지 않는다. 난 그들도 이보다 더 훌륭한 울림이 있는 만화를 그려 세계 사람들이 공감하고 즐겨 읽는 책이 탄생하길 기대해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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절망의 구
김이환 지음 / 예담 / 2009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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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절망의 구』를 처음 읽기 시작하면서부터 정신없이 이야기에 빨려들었다. 주인공 ‘남자’가 처음 목격한 구는 사람을 흡입하면서 계속 주인공을 쫓아가고 급기야 하나에서 다수로 늘어나면서 세상을 파괴시킬 때 비현실적인 이야기라고 생각하면서도 늘어나는 구에 목이 조여드는 느낌을 받았고 부모를 찾아서 000으로 가는 남자의 절박함이 안타까웠다. 비현실적인 소재지만 판타지 소설이 갖는 비현실적인 소재와는 달리 내 주변의 이야기인양 감정이입이 되었다.

남자를 머무는 장소를 보면 처음에는 집 앞 거리, 다음으로 부모님 집으로 가는 거리 그리고 종교집단인 듯한 사람들이 모인 학교와 이야기의 많은 부분을 차지하는 대형마트 마지막으로 부모님 집 뒷집과 조사를 받은 심문실로 구분할 수 있다. 여기에 등장하는 장소는 우리 주변에서 흔하게 마주치는 공간들이다. 이 중 학교, 마트, 심문실은 종교, 경제, 정치를 상징하는 공간으로 작가는 우리를 둘러싼 세상의 제도에 대해 부조리함을 드러내려고 하지 않았을까 생각한다. 이 장소들은 모두 정상에서 벗어나 있고 사람들을 왜곡시키고 있다. 공에게 흡수되는 것을 피할 수는 있으나 종교집단의 일원이 되어 구가 움직이지 못하게 꼼짝없이 앉아 있어야 하는 학교 내 종교집단은 교육계를 잠식하고 있는 종교집단의 광적인 모습을 연상시킨다. ‘청년’과 어쩔 수 없이 손이나 발을 잡거나 묶어서 구가 자신들을 삼키지 못하게 한 채 많은 시간을 보낸 대형마트는 그야말로 현대 물질문명의 산실을 오롯이 보여주고 있다. 여러 가지 물건이 곳곳에 재여 있기는 하나 시간의 흐름과 더불어 썩어가고 널브러지는 모습에서 우리들 경제도 겉과 속이 다를 수 있음을 경고하고 있다. 마지막으로 구에 흡수되지 않은 유일한 인간이란 이유로 잡혀서 심문을 받게 된 심문실을 살펴보자. 주인공이 심문을 받는 곳에는 사람이 보이지 않고 마이크로 소리만 나온다. 심문자의 마이크도 있고 심문자의 상관이 또 다른 곳에서 심문자와 주인공을 보면서 지시를 내리는 마이크도 있다. 마치 공무원과 그 공무원을 지배하는 관료집단이 있고 정치인과 정치인을 지배하는 우두머리들을 연상시키는 장면이었다. 주인공의 의견을 무시하고 증인을 내세우고 그 증인들조차 공개처형을 하는 모습은 독재가 지배하던 시대의 모습과 똑같다. 군중의 처형요구 소리 또한 우매한 군중의 무모함을 나타내고 있다.

전체적으로 비현실적인 인간 멸망 시나리오와 더불어 다시 현실로 돌아온 인간의 모습에서 현재의 세상과 나를 돌아보게 되었고 집단의 우매함이 팽배하면 결국 혼란과 좌절 그리고 멸망이 나타날 수 밖에 없을 거라는 생각을 하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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