밥상 혁명 - 세상을 바꾸는 21세기 생존 프로젝트
강양구.강이현 지음 / 살림터 / 2009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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삶의 무게를 털어가며 살다보면 먹을거리나 입을거리가 가볍게 느껴져 되는대로 내버려 두는 경향이 있는 것 같다. 큰 이슈가 없으면 경제원리를 앞세워 대충 넘겨버리는 일 중 하나가 바로 먹을거리 문제이다. 그러다 ‘광우병 파동’이나 ‘GMO 문제’등이 불거져 가시적인 결과나 예측 보고서를 보고서야 잠시 관심을 가지면서 ‘비싸도 건강에 좋은 걸 먹어야지‘라고 부산을 떨었던 것이 지금까지의 습성이었다.


이번에 읽었던 ‘밥상혁명’도 역시 먹거리에 대한 관심을 갖게 만드는 단초를 제공해 주었다. 하지만 이 또한 ‘일회성 단상으로 끝나지 않을까‘라는 생각에 나의 허약한 문제의식을 돌아보게 된다. 나의 건강, 가족의 건강, 지인들과 지역주민들의 건강, 더 나아가 대한민국의 미래를 짊어질 후손들의 건강을 가볍게 여겨서는 안 될 것이란 생각은 하면서 건강한 식단에 대한 막막한 해결책에 위축된다. 지금도 세계 곳곳에서 이뤄지고 있는 지역 농산물 살리기와 직거래를 통한 농민과 소비자의 윈-윈 게임이 언제쯤 우리도 실천하게 될 지 한 없이 먼 미래로 여겨진다. 특히 정부가 나서서 해결할 수 없는 문제이며, 국가 정책으로 이어갈 수 없는 운동이라는 말에 나를 비롯한 우리 국민의 의식이 언제쯤 실천의 장으로 진입할 지 조금은 답답하다. 도시에 살고 있는 나로서는 주변을 돌아봐도 ’초록마을‘ 에서 벌이고 있는 건전한 식단을 위한 노력 외에는 찾아보기가 힘들다. 이 또한 가격이 만만치 않다보니 할인판매행사가 있을 때만 방문하는 일회성 고객으로 이용할 뿐이다.


책에서 말하는 여러 가지 밥상혁명을 위한 대안과 적극적 동참을 위한 방법제시가 아직은 절실하게 느껴지지 않는다. 내가 적극적으로 나설 수도 없는 입장이다 보니 달리 방법을 찾을 수 없다. 조만간 이런 작은 운동이 확산되겠지 라는 바람만 가질 뿐이다.


예전에 한참 읽으면서 감명을 받았던 장일순 선생님의 ‘한살림’운동에 대한 글들에서 제시한 건강한 식단과 삶의 방식이 10년 15년 20년이 다 흘려가건만 왜 우리의 생활에 접목이 되지 못하고 있는지 의문이 생기기도 하였다. 건강한 식단에 대한 지식과 오늘날 벌어지고 있는 여러 가지 건강하지 못한 (다국적 기업의 이익에 매몰된) 식단에 대한 예들은 정말 일목요연하여 많은 참고가 되었고 도움을 받았다. 특히 많은 용어들을 통하여 먹을거리에 대한 우리의 현주소를 지적하는 부분은 두고두고 새겨야 할 내용이었다.


참고로 이 책에서 말하는 용어들을 살펴보고 ‘밥상혁명’으로 건강한 식단이 조만간 우리들 생활 깊숙이 파고들기 기원한다.


1. 푸드마일(Food miles) - 먹을거리가 이동한 거리 (21p.)

2. 로컬푸드(local food) - 지역 먹을거리 (22p.) 한국의 신토불이(身土不二), 일본의 지산지소(地産地消)와 맞닿아 있는 말.

"지역 먹을거리는 이동 거리가 짧아서 변질을 막기 위한 별도의 처리가 필요없고, 대개 제철에 난 것이어서 건강에 더 좋다.“ (맥도널드 사무총장) ”농민장터에 참여하는 농민도 정기적으로 얼굴을 마주 대하는 소비자에게 안전한 먹을거리를 공급해야 한다는 책임감을 자지게 된다.(농민장터 코디네이터를 맡고 있는 엘리자베스 엘리엇) 22p.

* 신토불이(身土不二) - 몸과 땅은 둘이 아니라 하나라는 뜻 (자기가 사는 땅에서 생산한 먹을거리가 몸에 가장 잘 맞음을 이르는 말)

* 지산지소(地産地消) - 지역에서 생산한 먹을거리를 지역에서 소비하자.


3. 석유 생산 정점(Peak Oil) 사태

4. 지구 온난화 문제

- 이런 문제 등이 본격화하면서 화석연료에 의존하여 원거리를 이동하는 현재의 먹을거리 유통이 지속될 수 있을지 의문시되는 상황이다. (24p.) / "물을 운반하기 위하여 석유를 태우는 격“(미국 컬럼비아대학의 조앤 구소 교수, 25p.)


5. 식량 안보(food security) - 식량 확보만 강조한다. 즉, 국민에게 식량을 공급할 수단으로 식량수입, 재고 관리 등을 최선의 방법으로 여긴다. 여기에는 ‘식량을 자급하자.’ 이런 생각에 빠져 있다. (31p.) 식량 안보는 남아메리카, 미국, 오스트레일리아, 캐나다, 프랑스와 같은 이른바 먹을거리 수출국에서 먹을거리를 지금보다 더 많이 생산해서 자금하고 남은 것을 싼값에 한국과 같은 나라에 공급한다는 식의 구조를 전제한다. (54p.)


6. 식량 주권 (food sovereignty) - 식량 주권은 비아캄페시나에서 식량 안보에 대항해서 사용한 개념. 내가 발 딛고 선 땅에서 직접 먹을거리를 생산하자, 내가 먹는 먹을거리의 질을 스스로 통제하자는 것이다. 이런 문제의식에서 나오는 해법 역시 단순하다. 바로 식량 자급률을 높이는 것이다. 우리가 지난 수만 년간 해온, 그래서 가장 잘할 수 있는 방법으로 식량을 확보하자는 것이다. (32p.)


7. GM(Genetic modified 유전자 조작)

8. 콩 트러스트 - 검정되지 않은 GM 종자로부터 전통 종자를 지키는 움직임

9. 푸드 스탬프 (Food Stamps) - 가난한 이들이 한 달에 일정액의 식료품을 구입할 수 있는 미국 정부가 발행하는 쿠폰이다. 이들은 이 푸드 스탬프로 농민장터나 공동체 지원 농업 프로그램에서도 먹을거리를 구입할 수 있다. (130p.)

10. 100마일 다이어트 소사이어티 (100mile Diet Society) - 밴쿠버 근방 150킬로미터(100마일) 이내에서 생산된 지역 먹을거리를 이용하자는 운동(166p.)

11. 뒤뜰 나누기 (Sharing Backyard)

12. 한 줄 나누기 (Grow a Row, Share a Row)

- 텃밭에서 직접 기른 먹을거리를 저소득층에 기부하는 벤쿠버 먹을거리정책위언회가 실천하는 프로그램

13. 제로마일 먹을거리 (zero-mile food) - 먹을거리가 1킬로미터도 이동하지 않으면 이동하는 데 드는 석유를 아예 쓰지 않을 수 있다. 단연히 석유를 수송 연료로 사용하면서 발생하는 이산화탄소 같은 온실가스도 배출되지 않는다. (172p.)

14, 내발적 발전 (Endogenous Development) - '외생적 개발‘과 대칭되는 개념. 지금까지 농촌의 발전은 외생적 개발에 따라 이뤄졌다. 즉 도시에 비해서 농촌이 낙후돼 있으니, 도시처럼 개발을 해야 한다, 개발을 위한 물적, 인적 자원은 외부로부터 끌어오자, 이런 논리의 개발 전략이다. 이런 외생적 개발의 문제점을 직시하면서 나온 게 바로 내발적 발전이다. 농촌 문제 해법의 실마리는 스스로의 문제를 해결할 주체를 만들어내는 것이다. 사람만 있으면 그 사람이 자기 문제를 알아서 풀 테니까. 내발적 발전은 그들이 발전 동력을 내부에서 찾아야 함을 강조한다. (지역 내부의 자원을 최대한 활용하라). (286p.)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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구운몽도 - 그림으로 읽는 『구운몽』 키워드 한국문화 3
정병설 지음 / 문학동네 / 2010년 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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막연히 알고만 있었던 조선시대 김만중의 소설 ‘구운몽’을 그림과 더불어 만나게 되었다. 책이라고 하면 대부분 글로 이루어져 있어야 하고, 읽는 이가 최대한의 상상력을 발휘하여 그림을 그려나가야 하는 것을 책의 법칙으로 알고 살아왔다. 그러나 이번에 만난 ‘구운몽도’는 이러한 나의 생각을 바꿔놓았다. 어른이 읽는 책도 그림이 들어갈 수 있다는 사실이다. 아니, 그림을 보면서 더 깊은 이해를 얼마든지 할 수 있음을 알게 되었다. 이번에 읽은 ‘구운몽도’가 반갑고 기쁜 이유가 바로 이것이다.

이야기의 플롯을 살펴보자. 불제자 성진이 육관대사의 심부름으로 용궁에 다녀오다 팔선녀와 희롱을 하게 된 부분과 그 이후 불도에 집중하지 못하자 육관대사가 인간으로 태어나는 벌을 받는 부분이 전반부에 속하고 양소유로 태어나 이전의 팔선녀의 환생이라고 할 수 있는 8명의 규수, 종, 공주 등과 관계를 맺는 부분과 인생의 덧없음을 깨닫고 불교에 귀의하려 할 때, 성진이 잠에서 깨어나 육관대사의 제자가 되는 마지막 장면(이때 8선녀도 불교에 귀의한다)까지가 후반부에 속한다.

플롯이 단순한 것 같으면서도 당시 사회에서는 파문을 일으키기 충분한 내용이었다.

한편으로 고대 판타지 소설의 형식에 다소 말초신경을 자극하는 내용을 담은 연애소설을 읽는 느낌을 받았다. 조선시대의 풍속이나 사상에 막연한 느낌만 가지고 있다 보니 처음에는 낯섦에 몰입이 되지 않았다. 지금도 다소 ‘멍’한 기분은 들지만 한편의 소설이 아무리 많은 이야기와 복선이 있다한들 결국 남는 것은 인간의 본성을 둘러싼 인간의 느낌과 생각이요, 인간에 대한 정이라고 생각한다. 현대의 관점으로 보아도 심상치 않은 인간본성의 표출이 과거 조선시대에 어떤 의미로 전해졌을까라는 물음을 갖고 ‘구운몽’을 보면 과히 충격적이라 할 수 있다. 당시나 지금이나 ‘즐거움은 억압받지 않는 자유로운 삶에서 시작된다(142p.)’는 필자의 주장이 ‘과연 이런 소설이 당시 사람들에게 통했을까’에 대한 답이 될 수 있을 것 같다.

중간 중간에 ‘키워드’를 끼워 넣어 읽는 독자가 ‘구운몽’을 둘러싼 배경을 이해하도록 한 부분은 여느 책에서 보기 어려운 참신한 편집이었다. 마치 강의를 듣는 듯한 기분도 느꼈고 한 편의 소설을 여러 가지 도움을 받아 읽는 느낌도 든 즐거운 읽기였다. 특히 기분 좋은 대목은 필자가 바라본 소설이 마땅히 맡아야 할 자리에 대한 정의였다.

- 소설은 수신서, 도덕서, 계몽서가 아니다. ‘이렇게 살아라’, ‘저렇게 행동하라’ 하는 듣기 싫은 말을 귀에 못이 박히게 되풀이하는 것을 좋은 교육이라고 할 수가 없다. 좋은 교육이란 남과 더불어 사는 방법을 가르치는 것이고, 잘 사는 방법을 가르치는 것이다. 잘 사는 것은 즐겁게 사는 것이다. (171p.)

이 시대 공부만이 지상최대의 목표인 양 달리는 현대인들이 꼭 명심해야 할 교육이라 하겠다. 적극 일독을 권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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굿바이 사교육 - 내 아이를 학원에 보내고 싶지 않은 학부모를 위한 교육 필독서
이범 외 지음 / 시사IN북 / 2010년 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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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굿바이 사교육’의 공동저자께서 자신들의 주장을 성실하게 말씀해주시어 너무 감사했습니다. 전 제8강의를 맡은 luck0602라는 인터넷 아뒤를 가진 사람입니다. 제가 맡은 제8강의의 내용은 앞서 유익하고 소중한 공동저자님들의 강의를 서평하는 것입니다.

전체적인 면에서, 이범, 조기숙, 송인수 씨는 대한민국 교육의 전반에 대한 말씀을 하셨습니다. 특히 입시와 관련된 현재의 교육정책이나 공교육, 사교육의 실태를 거시적으로 말씀하셨고 앞으로 가야 할 교육의 방향을 짚어주셨습니다. ‘솔빛표 영어교육’의 이남수 씨와 학습법 강의와 상담 전문가 신을진 씨, 이우학교 교감으로 바른 교육을 직접 일선에서 실천하시는 이수광 씨, 인문학 서점 인디고 서원 대표이신 허아람 씨 등 네 분은 구체적으로 영어와 독서, 교과과목에 대한 학습법 그리고 특성화학교를 통한 진정한 교육의 표본을 소개하였습니다. 실경험을 바탕으로 구체적인 교육방식을 보여주시어 진정한 참교육이 뭔지를 말씀하시어 참으로 유익하였습니다.

첫 번째 세 분의 글에서는 약간 답답하다는 생각을 했습니다. 이념이 한낱 공상이 될 수 있는 복잡하고 음흉한 세상이다 보니 여러 가지 이념이 구체화되면서 윤곽을 드러내고 급기야 하나의 견고한 성이 되어 또 다른 이념이나 독선으로 강하게 각인되지나 않을지, 그래서 출발점과 달리 도착점에 이르면 독선과 아집의 이데올로기로 처음에 반대하였던 비인간적 교육제도가 이름만 인간적 교육제도가 되고 근본은 다른 것 없는 교육이념으로 세력화 될 수도 있지 않을까 우려가 생겼답니다. 나름대로의 대안을 내놓고 있지만 때로는 너무 구체적인 부분까지 손을 대고 있다는 느낌을 받았습니다. 교육은 수정과 반복, 창조와 도전, 실패와 격려가 늘 상존하는 미완성의 완성화를 향한 과정입니다. 그러므로 주도적인 주체와 올바른 제도가 반드시 필요하겠지만 이 이상의 구체적이고 절대적인 내용까지 규범화시키고 제도화시켜버린다면 새로운 변화가 개입될 여지가 없다고 생각합니다. 이런 점에서 앞서 구체화된 사교육의 불필요성과 참된 교육의 필요성 접근하는 방식에 더 깊은 성찰이 필요하며, 이를 위한 고민을 늘 해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저 또한 지배이데올로기로 기득권 보호를 최우선시하는 극보수주의자들과 무뇌적 경제 우선주의 논리만을 우선시하는 전혀 실용적이지 않으면서 실용주의자라고 혹은 중도주의자라고 말하는 현체제의 교육관련 지도층 및 관련자들을 너무 싫어합니다. 말로는 그럴싸하게 ‘지역안배’나 ‘교육평등’을 외치면서 내심은 공고한 자신들의 이득만 챙기는 사람들과 제도와 학교를 자신들의 논리로 고착화시키려는 사람들은 이 나라 교육에서 손을 떼야합니다. 이런 여러 가지 불합리한 교육제도와 입시제도에 대한 비판과 대안을 이범 씨와 송인수 씨의 글에서 읽었고 많은 도움을 받았습니다. 더 많은 조사와 연구가 이루어져야겠지만, 당장 지배권자들의 논리가 영원히 고착화되지 않도록 최대한 많은 깨어있는 지식인들의 협조가 있어야겠고, 한 번 정한 틀은 항상 유지가 되도록 하는 제도적인 장치가 있었으면 좋겠습니다. 누구나 감히 건드릴 수 없는 틀을 만들고 세부적인 부분만 조금씩 연구해서 바꿔나간다면 비로소 ‘교육은 백년대계’라는 말을 자랑스럽게 사용할 수 있는 대한민국이 될 수 있다고 생각합니다.
 

이남수 씨의 경험에서 나온 영어교육방법과 ‘인디고‘라는 인문학 책읽기 운동을 벌이는 허아람 씨의 글 그리고 학생의 문제를 돕는 상담과 방향제시라는 점에서 탁월한 방법론을 제시하고 있는 신을진, 조기숙 씨의 글 또한 여러 번 읽어야 할 훌륭한 글이었습니다. 이 중 제가 가장 으뜸으로 꼽고 싶은 글은 이우학교에 직접 참여하시고 운영하시는 이수광 선생님의 글입니다. 우리에게는 참된 교사와 믿음을 주는 학부모 그리고 늘 꿈과 이상을 갖고 평등한 세상에서 올바른 사고와 자부심을 가지는 학생을 삼위일체로 해서 교육을 시키는 장이 필요합니다. 이 책의 제목이 ’굿바이 사교육‘이지만 실제 사교육은 필요 없다거나 사교육은 이래서 잘못되었다고 아무리 외쳐보아도 현재 사교육은 절대 무너지지 않습니다. 그 이유는 공교육이 없기 때문입니다. 학생들이 가서 배울 데가 없는데, 부모들이 가만 앉아서 학생들이 우왕좌왕하는 모습을 보려고 하겠습니까? 절대 그렇지 않습니다. 자녀에게 한 자라도 더 가르쳐 인생을 살아갈 때 도움이 되도록 만드는 일을 필생의 업으로 삼는 부모가 어찌 제대로 서 있지 않는 공교육을 보고도, 사교육이 더 양질의 교육을 시키는데도 그냥 손 놓고 있겠습니까? 절대 그렇지 않습니다. 사교육은 불패의 신화를 계속 이어나갈 것이라고 전 확신합니다. 지금과 같은 공교육이 계속된다면 말입니다. 이런 점에서 ’이우학교‘는 정말 육성하고 장려해야하는 공교육의 본이라고 생각합니다. 이것이야말로 굿바이 사교육을 실천하는 핵심입니다. 이수광 선생님과 같이 사랑과 이해심을 가지고 올바른 교육을 하시는 분이야말로 ’사교육의 불필요성‘을 말할 수 있는 자격이 있다고 생각합니다. 학생들이 경험할 수 있는 여러 가능성을 받아들이고 이를 통해 스스로 깨닫도록 기회를 주며, 올바른 인식하에 비록 늦지만 하나씩 깨우쳐 가는 길로 인도하는 교육이야말로 수평적인 관계가 실천되는 장이며 백년대계가 이루어질 수 있는 교육이라고 생각합니다.

좋은 미래를 약속하는 희망의 교육을 보고 읽고 싶은 사람에게 꼭 권하고 싶은 훌륭한 책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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과학 시대의 이성 책세상문고 고전의세계 72
한스 게오르크 가다머 지음, 박남희 옮김 / 책세상 / 2009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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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상에 있는 어떤 책이라도 인간의 생각을 자극하고 반성의 기회를 주며 새로운 생각의 단서가 된다는 것이 평소 독서에 대한 나의 철학이다.  그래서 책을 대할 때는 항상 기뻤고 흥분하였으며 한 페이지씩 넘길 때마다 새로운 세계가 펼쳐지는 느낌을 받아왔다.  이런 생각을 갖고 있었기에 책이 어렵고 쉽고는 읽는 이의 주관적인 판단일 뿐이며 읽어서 극복할 수 없는 책은 없다는 신조를 가지고 살았다.

이번에 만난 가다머의 ‘과학 시대의 이성’은 이런 나의 신조에 도전장을 던진 책이었다.  근래에 들어 철학 서적을 읽은 경우가 없다보니 책을 읽는 내내 패배할 수 밖에 없는 장군이 배수진을 쳐서 도망갈 수 없는 필연의 시간을 보내는 느낌을 받았다.  ‘읽기 시작한 이상 질 때 지더라도 적의 힘이라도 느껴봐야 하지 않겠는가‘라는 각오로 계속 읽었다.

단어와 단어가 난무하고 나의 인식이 따라잡을 수 없는 말과 말의 조합이라니... 참으로 기가 막혔고 난감하였다.  어디에 도대체 실타래의 끝과 끝이 있단 말인가.   읽기를 통해 인식의 희열은 없고 반성만 남을 것인가라는 고민에 쌓여 꾸역꾸역 책을 넘겼다.

이론 학문으로서가 아니라 실천 학문으로서의 철학을 주장한 가다머는 이해하고 해석하며 자신을 실현하는 구체적 실천이 곧 철학이라고 하였다.  내 머리에 맴도는 ‘실천’이라는 단어는 ‘과학 시대의 이성’이 가져야 하는 가장 큰 덕목이라고 생각한다.  ‘도구적 이성’이 인간 삶의 총체적 위기를 가져왔다고 비난하면서 늘 새롭게 거듭나는 ‘하나로 융합’된 사유의 운동이 필요하다고 한 가다머의 주장에 백번 찬성하면서도 다른 한편으로는 말은 쉽지만 실천이나 현실 적응성은 얼마나 될까라는 회의도 들었다.

철학적 논리에 매몰되어 질질 끌려 다녔던 내가 제4장 ‘실천철학으로서의 해석학’에 이르렀을 때, 눈이 팍 떠였고 마치 낯선 사람과 어색하게 눈을 바라보고 앉은 채 오랜 여행을 해야 하는 불편함이 돌연 상냥하고 예쁜 아가씨와 달콤한 애기를 나누는 즐거움으로 바뀐 느낌이 들었다.

평소에 언어에 관심이 많았던 터라 해석학이 말하는 텍스트 읽기의 역사와 자세에서 많은 것을 배웠다.  특히 고대의 해석학이 단순한 ‘기술’에 다름 아니라면 현대의 해석학은 ‘실천철학’으로서 우리가 직접 텍스트 읽기에 참여하여야 하고, ‘텍스트를 말하는 자와 우리가 그것의 고유한 이해 사이에서 성립하는 사태와 연관을 가져야 한다(106쪽)‘고 한다.  글을 해석한다는 말은 글을 이해하는 수준에서 그치는 것이 아니고 읽는 자와 쓰는 자의 소통이 단선적인 진리의 1대 1 공유가 아니라 여러 다양한 사유와 작위적 해석이 있다는 뜻에서 충분한 숙고가 따라야 하는 문제임을 다시 한 번 더 느꼈다.  그러므로 ’최종적 해석이라는 말은 그 말 자체 안에 모순을 가진다.  해석이란 언제나 과정 중에 있는 것이다(115쪽)‘는 말과 ’명백한 해석보다는 우리가 주도하는 관심을 알아내는 것이 더 중요하다(115쪽)‘는 말은 실천적이고 다양한 탐구를 철학의 과제로 삼은 가다머의 태도를 볼 수 있는 대목이었다.  마지막으로 가다머의 사상에 인상 깊었던 대목은 그가 주장한 언어관이었다.  그는 ‘언어의 이중성, 즉 말해짐과 가려짐을 근거로 언어가 말해지는 사건을 존재가 자기를 드러내는 계시와 은폐로 언어를 이야기하는 하이데거와는 달리 대화를 통해 늘 달리 자신을 실현해가는 운동으로, 그래서 구체적으로 행위를 낳는 힘으로 언어를 본다(186쪽)’

해석학과 언어에 관한 그의 논리는 좀 더 시간을 두고 생각해야 하는 문제이다.  여러 가지 많은 용어와 주장이 서로 얽혀서 처음에는 정신없이 따라가기 바빴지만 다 읽고 난 뒤 줄 친 부분과 관심 있는 파트를 따로 읽다 보니 사골이 우러나듯 진한 맛을 느낄 수 있었다.  비록 간혹이지만. 

한 차례 소나기를 맞은 듯 글의 조각 속에 흠뻑 젖었던 시간이었다.  참으로 읽기는 즐겁고 재밋다.  다음에 시간을 내어 좀 더 선각자들의 사상을 드려다 보도록 해야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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캔서 앤더 시티 - 마리사 아코첼라 마르케토의 실제 이야기 세미콜론 그래픽노블
마리사 아코첼라 마르케토 글.그림 / 세미콜론 / 2009년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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절판


 


[책에 대한 첫 느낌]

유방암을 극복한 뉴욕 잇걸('it' girl)을 다룬 책을 남자가 읽는다는 것이 처음에는 다소 불편했다. 보편적 가치가 많이 작용하는 만화라는 장르가 남녀 구분법 사고를 많이 희석시켜주긴 했지만, 다루고 있는 소재는 평생 경험할 수 없는 내용이라 생뚱맞은 느낌을 극복하기는 쉽지 않았다. 이 난제를 극복하게 한 것은 ‘책’이라는 매체가 갖는 힘이었다. 책이라면 사두고 보는 습성과 ‘어떤 책이라도 나의 삶과 무관한 책은 없다‘는 평소의 소신이 암에 대한 호기심에 더해져 드디어 책을 손에 넣게 되었다. 즐거운 일이었다.

[책을 처음 펴고 30페이지 가량 읽고 난 후의 감상]

평소에 생각하고 있던 만화라는 장르를 다시 생각하게 만드는 심각한 도전을 받았다. 글이 춤을 추고 만화가 실감났다. 글이 만화이고 만화가 움직이는 글이었다. 참으로 묘한 인상을 받았다. 이런 느낌을 갖게 된 데는 소민영씨의 탁월한 번역이 큰 역할을 하였다. 큰 박수를 보낸다. 보통 만화라면 앉은 자리에서 금방 다 읽는 것이 예사인데 이 책은 ‘만화책’이라는 타이틀을 붙이기도 힘들 정도로 책을 읽는 것과 같은 정도의 시간과 집중력이 필요했다는 점 또한 한번 읽고 나면 그만인 가벼운 책은 아니었다는 반증이다.

[책을 이끄는 인물과 인물들]

주인공 마리사는 만화작가로서 여러 출판사에 자신의 만화를 팔면서 살아가는 직업여성이다. 뉴욕의 유행을 선도하는 ‘잇 걸’로서 당당하고 자신에 찬 여성이다. 그러나 야하고 무뇌적인 인간일 뿐인 화려한 족속과 명품족인 자신과는 철저히 차별한다. 진실, 선, 개성과 부도덕, 불성실, 거짓을 구분할 줄 아는 멋진 여성이다. 처음 자신이 유방암에 걸렸다는 사실과 더 이상 여성으로서의 기능을 수행할 수 없고 약속한 결혼도 할 수 없을지도 모른다는 불안과 원망이 그녀를 사로잡는다. 여느 여성처럼 낙담하고 실망하고 원망하는 그녀가 너무도 인간적이라서 좋았다. 유방암에 걸렸다는 사실을 알기 전에 결혼을 약속한 이탈리아 레스토랑 경영자인 실바노 역시 너무도 멋진 남성이다. 그에게 치근대는 뭇여성을 마다하고 마리사와 결혼하기로 한 실바노는 마리사가 암에 걸렸다는 사실에도 전혀 애정이 식지 않았고, 오히려 더 따뜻하게 자신의 진실과 사랑을 보여주었다. 또한 마리아가 실수로 들지 못했던 의료보험으로 엄청난 비용을 부담하게 되자 자신이 돈을 감당할테니 건강에만 신경을 쏟아라는 그의 여유로움이 한편으로 부럽고 돈이 여유와 행복을 만들구나 라는 자본주의의 일면을 생각하고 약간 씁씁하였다. 이 책에서 결코 빠질 수 없는 인물이 한명 있다. 마리사의 엄마이다. 그녀의 호들갑과 딸에 대한 애정은 과히 한국의 극성적인 어머니보다 더했으면 더했지 덜하지는 않겠다는 생각을 하였다. 하지만 이러한 그녀의 분주함과 엉성함이 세상 어디에나 있었으면 좋은 엄마의 성격으로 비쳤다. 엄숙하고 자애로운 엄마의 상이 사람을 어느 정도 질식하게 한다면 마리사의 엄마는 자녀에게 자유와 희망을 준다는 점에서 가벼움이 때로는 인생의 진수가 아닐까 싶다. 그 외 많은 베프(Best Friends)와 가족들은 여러 모습, 여러 성격, 여러 직업을 가졌음에도 불구하고 동료와 가족을 사랑하고 배려해 준다는 점에서 너무도 행복한 시티의 행복한 사람들이었다. 이들을 만나서 그들의 생활과 생각을 엿볼 수 있었던 것만 해도 책읽기 시간이 너무 보람되었다.

[책을 끝내고 난 후]

무릇 책이란 사람을 만나고 사람을 알아가는 과정이라고 생각한다. 책 속 등장인물들의 삶이 나의 삶과 결코 무관할 수 없는 것은 그들도 나와 같이 주어진 삶을 살아가는 한 생명체라는 이유뿐만 아니라 생존 이유가 어떤 경우라도 활자라는 매개물을 통해서 읽는 이의 마음을 울려 어떤 형식이든 영향력을 행사한다는 점이다. 이번 마리사의 암 투병기를 다룬 ‘캔서 앤더 시티’는 절체절명의 상황에서 인간적인 고민, 희망, 사랑, 관계의 모든 면을 다 보여준 훌륭한 책이었다. 우리나라 만화가들도 세계에 내놔도 결코 뒤처지지 않는다. 난 그들도 이보다 더 훌륭한 울림이 있는 만화를 그려 세계 사람들이 공감하고 즐겨 읽는 책이 탄생하길 기대해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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