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골든 슬럼버 - 영화 <골든슬럼버> 원작 소설 ㅣ Isaka Kotaro Collection
이사카 고타로 지음, 김소영 옮김 / 웅진지식하우스 / 2008년 6월
평점 :
절판
필자가 말한 대로 전적으로 재미를 위한 글이다.
평소에 추리소설류는 잘 안 읽는다. 재미보다는 인간 냄새가 물씬 풍기는 작품을 선호하기 때문이다. 추리소설이라고 인간적인 면이 없을 리가 없고, 개인과 사회의 그물망을 완전히 벗어나리라는 법은 없다. 하지만, (개인 취향이겠지만) 주로 읽은 작품들이 정통 소설류가 대부분이다 보니, 다소 편식을 하고, 편향된 사고를 지니고 있었다.
이번에 읽게 된 이사카 코타로의 작품은 기존의 나의 생각을 조금 바꿔주었다. 추리소설에도 끈끈한 인간 상호간의 정(情)과, 사회 정화 차원의 비판의식이 존재함을 알게 해 주었다. ‘골든 슬럼버’는 흥미를 위한 단선적인 이야기 전개의 무미건조한 무협지류의 수준 낮은 글이 아니라, 독자의 관심을 소설이 끝나는 마지막 페이지까지 끌고 가는 작품이었다.
총리 폭발 사망의 범인으로 자신도 모르는 새에 오인 받게 된 전직 택배사 직원 아오야기 마사하루와 도망자의 운명을 예언하고 안타까워 하는 친구 모리타와 주인공을 도와 계속 도망을 하게 만드는 후배 가노 그리고 옛 애인 히구치 등이 벌이는 범죄 수사형 이야기이다. 작가가 소설 속에서 언급하였던 조지 오월의 <1984>을 연상시키는 시큐러티 포드의 감시와 암살에 사용된 무선 조정 헬기, 동일인 조작을 위한 성형술 등의 소재가 서로 얽히는 다양성을 추구한 작품이다. '태양 아래 새로운 것이 없다(Nothing new under the sun)‘는 말처럼 여러 가지 소재가 패러디 수준임은 인정해야 하나, 작가의 이야기 전개 기법이 참으로 훌륭하기에 진부한 SF식과 과학 기술의 변신술이 새로운 색깔을 지니고 마음에 와 닿았다. 비틀즈의 노래 ‘골든 슬럼버(단잠)’에 나오는 가사 ‘Once there was a way to get back homeward' (한때는 집으로 돌아가는 길이 있었지)처럼 이제 영영 집으로 돌아가지 못한 채 도망을 다니는 신세가 된 아오야기만 집을 잃고 떠도는 미아가 아니라, 현대에 사는 우리도 바쁜 세계 속에서 죽는 날까지 떠도는 미야임을 보여주었다.
가볍게만 느꼈던 일본 작품들 중에 다소 무게감을 지닌 작품을 만나 즐거운 읽기가 되었고 시간이 허하는 대로, 이사카 코타로의 작품을 더 읽어봐야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