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주 친밀한 폭력 - 여성주의와 가정 폭력
정희진 지음 / 교양인 / 2016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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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내 폭력에 관한 내용으로 뉴스나 영화 소재가 될만한
극단적인 사례들에 몸서리 쳐지고
충격을 받은게 아니라 충격을 먹었다.
읽는 내내 스트레스는 말 할 것도 없었고 우울증이 올 것 같았다.

남편이라는 자가 아내한테 하는 필터 없는 욕을 생으로 읽으며 기억 속으로 파고든 단어들이 꿈에 나왔고 얼굴도 모르는 꿈 속 남편에게 쌍욕을 퍼붓다가 새벽에 잠에서 깰정도로 분노했다.
느낀점이나 어떤 내용인지 쓰고 싶지가 않다.
그냥 남자든 여자든 모두 읽어 봤으면 한다.

공감되고 기억이 남았던 문장이 있다.
[남성들이 결혼하는 가장 실질적인 이유 중의 하나는 가사 노동 담당자를 구하기 위해서이다. 청소, 요리, 세탁, 남편과 자녀 돌보기, 시집에 대한 봉사 따위의 가사 노동은 가족 생활의 유지와 지속을 위한 여성의 가정 내 역할 중에서 아주 핵심적인 것이다.]
겉으로 대놓고 말하라고 하면 아니라고 발뺌할테고 속으로 곰곰히 생각해보라고 말하고 싶다.


폭력 자체의 심각성을 모르는 남편들은 맞을만한 짓을했다라며 폭력의 정당성을 주장하거나 어디 멍들거나 부러지지 않으면 폭력이 아니다라고 주장하기도 한다.
아내 폭력이 일어났을때 피해를 입은 아내를 대하는 일부 경찰의 태도로 상처 입은 아내들도 많다.
폭력 아들을 두둔하는 시모시부도 적지 않다.
어떡하면 그렇게들 생겨 먹을 수 있는지 이해 불가다.

결혼해서 좋은점도 있지만 특히 여성에게 포기하고 감내하라고 요구하는 인간들이 너무 많고 아직은 그런 사회다. 심지어 폭력까지도 말이다.

폭력 남편을 고쳐서 살기란 불가능하다라고 생각한다.
그리고 그럴 필요가 없으며 이런 사유로 가정을 깨는걸 두려워 할 필요가 없다.

남편은 폭력으로 문제를 해결하려고 하는데 아내는 끊임없이 대화를 시도한다. 정신의학자 에릭 번(Eric Berne)은 그의 교류 분석 이론에서 이와 같은 의사소통 방식을 부모/어른/아이의 방식으로 설명한다. 같은 수준(아이 대 아이, 어른 대 어른)에서 대화가 이루어져야 갈등이 없다는 것이다. 이미 상대방과의 관계는 힘의 원리에 좌우되고 있는데 아내들은 사랑의 원리로 문제를 해결하려 한다. 여성의 의도와는 반대로 관계는 더 나빠지고 여성은 더욱 상처받는다.

우리가 흔히 경험하는 ‘부부는 일심동체’, ‘가족 동반 자살’과 같은 언설에서처럼 가족이 하나의 단위(unit)라는 통념은 너무도 강해서 한국 사회에서는 이미 상식처럼 되어버렸다. 그러나 가족이 하나의 단위라는 담론은 성별과 연령에 따른 가족 구성원들 간의 권력 관계를 은폐하고, 실제로는 가정 폭력에 대한 외부의 중재를 방해하여 폭력을 지속시키는 역할을 한다.

피해 여성들이 가정을 지키기 위해 폭력 가정을 떠나지 못해서 가정 폭력이 지속되기 ‘때문’이다. ‘어떤 대가를 지불하더라도 현재의 가족은 지속되어야 한다’는 사고 방식을 피해자, 가해자, 사회 모두가 공유하고 있는 한, 우리가 그토록 지켜야 하는 가족이 과연 누구를 위한 가족인가를 새롭게 질문하지 않는 한, 가정 폭력은 근절되기 힘들다.

내가 만난 50여 명의 피해 여성들은 ‘무기력하고 자존감 없음’과는 거리가 멀었다. 그들은 사나웠고, 매우 적극적이었고, 분노가 넘쳤으며, 뻔뻔하기도 하고, 착하기도 하고, 순진하기도 하고, 나를 배려하기도 하고, 항의하기도 하고, 욕도 잘하고, 남성만큼 공격적이었으며, 내 앞에서 자녀를 심하게 때리기도 하고, 생활력이 넘쳤으며, 살려고 몸부림치며, 끊임없이 갈등하고, 생각보다 유순하지도 않았고, 인생을 포기하지도 않았다. 그리고 다른 사람들처럼 행복한 삶에 대한 꿈이 있었다. 내가 보기에 그들은 특별히 나쁜 사람들도 특별히 착한 사람들도 아닌, 다만 폭력의 피해를 당한 사람들이었다

한국이 막대한 군사비를 지출하면서도 ‘압축적 성장’이 가능했던 것은 국가가 사회 복지 비용을 최소화하고 그 짐을 가족 내 여성 노동으로 떠넘겼기 때문이다. 한국 가족 정책의 특징은 ‘가족을 통한’ 복지 제도이고, 더 직접적으로 말하면 이는 여성 노동에 의존한 복지 제도이다

가정은 사랑의 공간이기 때문에 그런 일이 일어날 리 없다는 인식은 폭력을 은폐하고, 반대로 폭력 가정에 사랑은 없고 갈등과 증오만이 있을 것이라는 생각은 그곳에 머물고 있는 피해 여성을 이해하기 어렵게 한다. 가부장제 사회에서 이성 간의 사랑과 폭력은 단절적, 배타적인 개념이라기보다는 남녀 관계의 연속선상의 양끝에 있다.

남성들은 가정이 휴식처이므로

마음대로 분노를 발산할 수 있고

아내는 조건 없이 수용해야 한다고 믿는다.

남편의 기분을 배려하지 않는

아내의 자기 감정 표현은 폭력의

충분한 이유가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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