너무 시끄러운 고독
보후밀 흐라발 지음, 이창실 옮김 / 문학동네 / 2016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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삼십오년째 폐지더미에서 일하는 한탸가 책을 압축해 꾸러미를 만든것처럼 이 책 역시 압축하고 농축해서 발효시킨 찐덕찐덕한 표현들의 꾸러미같다. 깔끔하지 않다.
처음에 나오는 비유들은 오글거렸다. 예를들면 이런것.
[나는 근사한 문장을 통째로 쪼아 사탕처럼 빨아먹고, 작은 잔에 든 리큐어처럼 홀짝대며 음미한다. 사상이 내 안에 알코올처럼 녹아들 때까지. 문장은 천천히 스며들어 나의 뇌와 심장을 적실 뿐 아니라 혈관 깊숙이 모세혈관까지 비집고 들어온다]
일부러라는 생각은 하지 않지만 멋드러지게 만들어내려고 한 것 같은 느낌이 들었다. 이후로 읽다보면 금새 사라지는데 엄청 감성적이고 너무 심각하게 고독해보여서 잠시 거부감이 들었던것 아닌가한다.

위대한 책들로 뜻하지 않게 교양을 쌓았다고 반복하는 한탸지만 실제로 남들에게 교양있어 보이지는 않을것이다.
혼자 속으로 쌓은 교양일지는 모르지만 교양의 가식적인면이 그에겐 보이지 않기 때문이다. 있는 그대로 느끼고 행동한다.
그가 쥐 새끼들이 압축기로 빨려들어가는 모습을 보는장면이나 엄마의 유골을 무 밭에 뿌리고는 맛있게 먹었다는 표현, 뜨거운여름에 방치되어 썩어 문드러진 삼촌의 유해를 삽과 흙손으로 긁어내는 장면등에서 그의 가식 없음을 느꼈다.

주인공과 과거의 연인 만차는 똥과 관련이 깊다.
아....이런 얘기 정말 싫어하는데 책 전체에 걸쳐 몇번이나 나오기 때문에 그냥 넘어갈 수가 없다.
사람들에게 발생확률이 극히 적은 일이 주인공에겐 세번씩이나 닥친다. 특히 좋아하는 여자와 잘되가나 싶으면 일어나는 일이다.
누군가와 좋을만하면 일어나는 주인공의 재수없는 상황을 가장 쉽게 망했다는 이미지를 주는 똥에 대한 이야기로 만들어 넣었는지도 모른다. 타인과의 만남을 방해하는 똥이라니...
이렇게 주인공 주위엔 늘 더러움이 함께한다.
똥을 포함해 먼지 가득한 낡은 책, 쥐새끼들, 씻지 않은몸뚱아리, 더럽고 낡은 지하실, 하수구같은 것들이다.
그것들과 가까울수 밖에 없는 가난하고 고독한 운명의 주인공은 일자리를 잃을 처지에 놓이자 책들과 함께 압축기 속으로 들어가 뼈가 꺾이고 내장이 터져서 책과 한 꾸러미가 된다.
뜻하지 않게 홀로 교양을 쌓았지만 타인과의 교류 없는 심각한 고독은 사람을 병들게 할 뿐이다.
짧은 소설인데 너무 길게 읽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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