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좋아하는 마을에 볼일이 있습니다 - 무심한 소설가의 여행법
가쿠타 미츠요 지음, 박선형 옮김 / 샘터사 / 2019년 7월
평점 :




여행에세이 <좋아하는 마을에 볼일이 있습니다>는 색다른 느낌이 듭니다.
그동안 읽었던 여행 베테랑들의 에세이와 조금 다른, 서툰 여행자인 나와 비슷하여 친근감이 느껴지는 글입니다.
모르는 게 약이었을까요. 이 책의 저자는 홀로 여행을 한지 20년이 지난 후에야 본인이 여행에 서툰 사람이었다는 걸 깨달았답니다.
여행지에서 예상치 못한 일이 발생하면 무척 난감합니다. 다 큰 어른이 길바닥에 주저앉아 울고 싶은 심정이 되죠. 여행을 마치고 일상으로 돌아오면 그 난감한 일이 재미있는 추억이 됩니다. 지금은 스마트폰도 있고 교통상황도 좋아져 여행하기가 한결 수월해졌지만 그만큼 재미있는 에피소드를 만들 기회는 줄어든 것 같습니다.
저자는 출장 또는 자유여행으로 오랜시간 굉장히 많은 나라를 여행했다고 합니다. 가이드북처럼 어느 나라 어느 도시에 맛집, 명소를 소개하는 것은 아니지만 여행하면서 저자 본인이 무엇을 느꼈는지 오롯이 묻어납니다. 완벽한 사람의 여행이 아니라 공감되는 부분도 많습니다. 등산에 관심이 없어 어떻게 준비할 줄을 몰라 아주 간편한 차림으로 등산에 임했던 에피소드는 아직도 생각하면 피식 피식 웃음이 납니다.
저도 여행을 아주 좋아합니다. 저자와 다른 점은 철저한 계획를 세워서 떠난다는 점이죠.
이 책을 읽고 몇 가지 참고한 사항이 있습니다. 지금껏 여행이 끝나면 한두권의 포토북을 제작하여 여행을 정리하곤 했는데 저자처럼 노트를 만들어봐야겠습니다. 사진만 찍어서 정리할 것이 아니라 있었던 일이나 그 당시 느낌을 글로 덧붙이면 오랜 세월이 지나도 잘 떠오를 것 같습니다.
아직은 정하지 않았지만 저도 지구촌에 좋아하는 마을을 하나 정해놓을까 합니다. 아직은 좀 더 많은 곳을 다녀본 후에 결정해야겠습니다. 저자의 경우 대만, 홍콩, 태국을 참 좋아하는 것 같습니다. 한번 간 곳을 또 가기보다는 새로운 곳을 가보자는 기준은 저와 같지만 그래도 끌리는 곳이 있나봅니다. 마음의 안정을 느낄 수 있는 나만의 좋아하는 마을을 꼭 찾았으면 좋겠습니다. 몇 년이 지난 후 다시 방문했을 때 나만이 기억하고 있는 그곳이 그대로 떠오르는 감동을 저도 느껴보고 싶습니다.
여행지에서 만난 부부를 25년만에 만난 에피소드 역시 기억에 남습니다. 저는 여행지에서 오롯이 혼자가 됩니다. 누가 다가올 기미라도 보이면 잽싸게 뒤돌아섭니다. 사람을 잘 못 믿어서 그런 것 같습니다. 사실 좋은 사람도 많은데 여자 혼자 여행하는 거라 많이 조심스럽습니다. 좀더 나이가 들고 마음이 편해지면 여행지에서 만난 사람과 반갑게 인사하고 대화할 수 있는 날도 오겠죠. 모든 것이 낯설고 어려울 여행자에게 나도 친절을 베풀 수 있는 사람이 되었으면 좋겠습니다. 이 책은 읽은 후부터는 공중화장실에 휴지를 삼각형으로 접어보려구요.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