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례한 시대를 품위 있게 건너는 법 - 차별과 배제, 혐오의 시대를 살아내기 위하여
악셀 하케 지음, 장윤경 옮김 / 쌤앤파커스 / 2020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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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냥 저냥 살다보면 지금 벌어지는 현상들에 대해 수동적인 수용자로 남게 되기 마련이다. 중요한 변화들 그 방향이 좋던 나쁘던 가치판단이나 사건 자체에 대한 숙고 없이 하루 하루가 지나간다.
최근 소위 네이버, 다음 등의 포탈이란 것이 생기면서 그들은 언론보다 더 큰 권력과 영향력을 지니고 있음에도 감시나 견제의 대상에서 살짝 벗어나있다. 포탈 기사를 원래 잘 안 보는 본 필자는 21대 국회를 뽑는 총선을 치르면서 필요?에 의해 포탈을 통해 뉴스를 보고 일일이 댓글?을 다는 수고를 치렀다. (유권자로 할 수있는 의무는 단순히 내 한표 이상의 의무가 있다고 판단했다)

언론이 기레기라고 싸잡아 비판을 받고 있고 일부 언론은 노골적인 가짜뉴스로 여론을 호도하고 있기에 그 비판은 어느 정도 합당하다. 엄혹한 군사독재 속에서 민주화운동의 숨은 공신 중에 언론도 한 역할을 했는데 왜 이 지경이 되었을까?는 논의도 별개로 하고, 언론 수준이 낮아지면서 포탈 환경 속에서 여론전도 언론처럼 수준이 낮아진 것은 아닌지라는 염려 속에 이 책을 읽게 되었다. 

기사에 달린 댓글을 읽으면서 희노애락이 교차하게 하는 나 자신을 발견하게 된다. 또한 확증편향에 빠지지도 하는데 특히 나와 정치적 지향이 비슷한 익명이 남긴 속시원한 댓글에 고개를 주억거리게 된다. 그렇지 않은 댓글에는 짜증을 넘어선 분노의 댓글을 덧붙이고 싶은 욕구가 치밀어오른다. 건전한 토론 보다는 가공하지 않는 모가 난 날 솟은 말들이 난무한다. 더불어 함께 살아가는 사람이 아니라 마치 나찌들이 유태인을 대하는 것과 진배없는 주적?으로 다룬다. 유태인 학살하면 떠오르는 한나 아렌트의 "예루살렘의 아이히만"은 정직하고 충직하며 신실한 사람이었다 다만 나치 동료들에게만. 

책 속에서 한 구절이 다가왔다. "품위를 갖추고자 한다면 우리에게 익숙하고 자연스러운 것들을 가끔은 의심하고 반문할 필요도 있다." 최근 트렌드 중에 '착한 소비'라는 것이 있다. 내가 마시고 있는 맥주 회사는 도덕적으로 올바른가? 나는 최근에 몇 개의 치킨 브랜드를 소비하지 않고 있다(이상한 집회를 선동하는 있는 무리에 돈을 대고 있다는 것을 알아냈기 때문에). 늘 마시는 커피도 커피원두 수확하는 농민들에게 잉여를 제대로 돌려주는 브랜드로 바꿔 마시려고 노력한다. 오뚜기처럼 공동체를 위해 공익을 실현하는 회사에서 제조하는 것을 이용하려고 애쓴다. 현대자동차가 코엑스에 본사 사옥을 짓는 게 아니라 (아직 그 건물 내에 무엇을 넣을지 모르겠으나) 세계 최대 공공도서관을 지었으면 어땠을까? 삼성이 한남동에 쬐그만 미술관 지을 것이 아니라 뉴욕 메트토폴리탄 같은 것을 건립했다면 어땠을까? 우리 재벌들이 욕안먹으면서 더 커다란 부를 창출했으면 좋겠다. 그리고 그렇게 축적한 자본을 이렇게 썼으면 좋겠다. 

책 속에 크니게 Knigge의 <<인간관계에 대하여>>의 인용이 소개되어 있다. (참고로 이 책은 독일어권 책이라 독일쪽 저자들이 많이 소개되는데 장점이라고 본다) "모든 인간에게는 책임이 있다. 그 책임은 바로 도덕성과 분별력을 통해 우리가 속한 체계를 든든히 유지하는 것이다" 국가가 보장하는 복지제도 만으로는 부족하다. 우리네 재벌은 지금 정치권력보다 더 비대한 언터쳐블이다. (최순실이가 무서워서 말을 사줬겠나 이명박이 뭐가 이뻐서 돈 줬겠나) 미국이 아무리 민주주의가 무너졌어도 코로나 19에 의해 더 망가졌어도 그들의 기업가정신과 기업가들 본인들이 생각하는 사회적 책무는 우리 기업가들에 비해 더 높다고 본다. 록펠러대학원 대학교 같은 것을 굴지의 대기업들이 왜 운영 못하는가? 일부 대학에 학과에 투자해서 인재 끌어당기려고만 하지 말고...정말 자기네 기업 연구개발이 아니라 인류공영을 위한 정말 큰 프로젝트 지구방위대는 미국만 하란 법이 있나? 코로나 19를 통해 우리가 최선진국임을 증명하지 않았나? 영화 남산의 부장들에 대사 기억하는가? 

 "각하, 정치를 좀 대국적으로 하십시오" --> "총수님들, 사업을 좀 지구적으로 하십시다" 

책을 열어 몇 장 안 넘기면 품위에 대한 저자의 정의 비슷한 게 나온다. 
누군가에게 "사람이 그러면 안 되지!"라고 말하면 "왜 안 돼? 합법인데!"라는 답이 돌아옵니다. 저는 요즘 같은 시대일수록 품위나 예의 같은 '말랑말랑한 가치들'을 더욱 집중적으로 조명해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인생을 가치 있게 만드는 것은 딱딱한 법이 아니라 부드러운 품위이기 때문입니다.

이 구절을 읽으면서 서양인들에게 저자가 주장하는 "품위"라는 것이 어렵겠다는 생각이 든다. 특히 대륙법 체계 속에 사는 '독일'인들에게는 또한 조금 결은 다르겠지만 '프랑스'인들에게는 '똘레랑스'가 이에 근접했다고 할 수 있으려나.  법가로 천하를 통일한 진나라가 멸망하고 세워진 한나라는 최초로 공자의 가르침을 근간으로 삼았다. 공자의 사상이란 게 무엇인가? 논어에 허다한 언설이 있지만 仁이다. 그런데 아이러니하게도 논어 처음부터 끝까지 읽어봐도 仁의 정의라는 것은 없다. 

41p, 현대 사회는 결속과 분열이 동시에 이루어지는데, 그 한가운데에 이른바 '중간 세계'가 있다. 이 중간 세계에서 개인은 타인과 서로 조율하고 화합하며, 서로를 받아들이면서(사적 영역을 존중하며) 나란이 성장해 간다. 
논어 옹야편에 "仁者先難而後獲,可謂仁矣"을 우리말로 풀어보면 "仁한 사람은 어려운일을 먼저하고 자신을 위한 것은 뒤에 하는데 이런 것을 仁하다 할 수 있겠다"  계속해서 최애제자 자공과의 문답에 다음의 구절을 보겠다. "夫仁者,己欲立而立人,己欲達而達人。能近取譬,可謂仁之方也已." 우리말로 풀면 "仁한 사람은 자기가 서고자 하면 남을 서게 한다. 자기가 도달하고자 하면 남을 도달케 한다. 가까이에서 능히 깨달음을 취하는 것을 인을 실천하는 방도라 부를 만하다." 
엘리아스의 <<문명화과정>>도 책에 언급되고 있는데 "인간은 문명화라는 진보의 과정을 통해 자신의 충동을 늘 통제하는데, 그 이유는 인간이 타인과의 관계에 의존적인 존재이기 때문이라고" 

갑자기 이런 협력 속에 번영한 인류가 기술진보로 24시간 지구촌 전체가 소통하는 시기와 왔는데 서로 잡아먹을 듯이 공격하면서 살고 있다. 유발하라리가 여러 책에서 인간은 진화를 통해 타인과 결속하는 능력이 발달되었다고 했는데 지금은 자신이 소속되기로 인정한 집단 속에서만 살려고 한다. 요즘 소위 "관심경제학"이라는 경제학의 한 분과가 신생했다. 페이스북 인스타그램에 '좋아요'를 받고싶어서 피드를 올린다. 소셜 미디어는 우리 대다수가 미쳐 채우지 못한 인정욕구를 채우는 곳이고 서로를 향해 지속적으로 관심과 애정을 교환하고 서로를 관찰하고 관찰당하는 ....그래서 이건 마약이나 다름없다고 저자는 말한다. 

품위란 것이 규정하기 어렵다고 해서 나는 그 답을 동양철학 특히 '논어'와 '중용'에서 찾아진다고 생각한다. 좀처러 하기 힘든 일도 하게끔 만드는 무언의 강요같은 거. 누군가에게 닥친 문제를 우리가 직접 풀어줄 수는 없지만 그 사실을 당사자에게 전달하고 그럼에도 우리가 할 수 있는 무언가를 시도하는 것 그것이 품위가 아닐까? (책의 서술 방식은 익명의 동료와 저자가 나누는 대화가 主를 이룬다) 

까뮈의 <<페스트>>를 인용하며 저자는 품위는 한 인간이 스스로를 통제하는 행위라고 말한다. (이게 愼獨이 아니고 무엇이라는 말인가?) 다른 이들과 기본적인 연대 의식을 느끼고 우리 모두가 생을 공유하고 있음을 느끼는 것이야말로 품위다라고 저자는 결론맺고 있다. 

공자선생님이 작금의 포탈 속에 댓글을 보면서 뭐라고 꾸짖으실까 생각하면서 논어 속의 구절을 찾아보았다. 문미의 두 구절을 음미해 보길 바란다. 작금의 코로나 19와 환경문제 등은 물질문명의 과도한 무절제에서 기인한다고 본다. 결국 우리는 자연친화적인 동양적 사유와 해후해야 한다고 생각한다. 이 책의 저저자에게 감히 권하겠다 논어와 중용을 같이 읽읍시다. 
"己所不欲,勿施於人" 
"仁者其言也訒"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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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개월마다 만나는 마이크로 트렌드 Vol 1. 우리 집에 왜 왔니 3개월마다 만나는 마이크로 트렌드 1
포럼M 지음 / 쌤앤파커스 / 2020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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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금의 트렌드는 비관적이든 낙관적이든 좋던 싫던 "코로나19"
코로나 19는 지구인의 생존이 달린 문제인다 생물학적이고 또한 경제학적인 삶 둘 다에 해당된다. 특히 retail에 새로운 물결을 몰고 왔다. 사피엔스는 어떻게든 생물학적 위기 biohazard를 100년전에 스페인독감처럼 극복해내긴 할 것이다. 그런데 이전과는 매우 다른 미래를 가져올 것임에는 자명하다.

개념어: HOLO (health care, oversize, life at home, online shopping)를 알려줌으로써 책은 시작된다. 건강의료 관련 제품 매출이 급증했다. 이는 비단 코로나19가 몰고 왔다고도 볼 수 있지만 비타민 등의 건강보조식품 시장은 성장해 왔다. 특히 미국에 본사를 둔 네트워크 마케팅 업체들이 시장을 주도해 왔다. 이들이 시장을 주도할 수 있었던 것은 책 중반부에 소개하고 있는 "자기관여성"과 연결지을 수 있다고 생각한다. 체험형 마케팅과 구전광고다. 일찍이 이들 업체는 기존 광고가 지닌 한계를 간파하고 있었다. 

어쨌든 차세대 키워드는 "건강"인데 코로나19는 그 시대를 조금 더 앞당겼다. 이와 연결하여 lockdown, social distancing 덕분에 홈트레이닝의 급상승도 눈에 띈다. 또한 배달서비스의 급성장인데 그동안 한국같은 배달시장이 낮았던 서양도 본격적으로 배달이 중요해질 전망이다. 이렇게 되면 조금 미래가 암울해 진다. mom and pop 즉 소매점포들이 이 시장에서 과연 살아남을 수 있을지다. 아마존이 미국은 모조리 다 점령하는 것은 아닐런지. 빈부격차는 더 벌어지는 것 아닐까? 

 전세계가 가보지 않은 길: 온라인 개학이라는 미지로의 여행은 아직까지 글쎄요인 것 같다. 사회전반이 모두 준비되지 않은 채 맞이했고 대다수 아이들도 아직 적응하지 못 한 것으로 보인다. 아이들이 device에 더 의존하게 만든 듯 싶다. 적절히 통제할 수 있는 자율성을 기르는 훈련에 더 많은 시간투자가 필요하다. 아이들이 학교에 가지 않는 것을 보면서 본 필자는 조금 위험한? 상상을 해 보았다. 

왜 우리는 매일 학교에 가야만 했던가? 학교는 이틀에 한 번만 가면 안될까? 하루 정도는 그냥 놀거나 체험학습을 떠나거나 집에서 개인 학습을 하면 어떨까? 월화수목금 9시-6시....그런 근대적인 산업시대의 프레임에 여전히 얽매여 있는 것은 아닌지? 국가에서 일률적으로 통제된 획일화된 교육시스템 이제는 새롭게 다 바꿔야지 않을까? 선생님과 ZOOM에서 질문하고 과제 내고 검사하면 오히려 대면접촉으로 생기는 각종 문제들 따돌림, 교사폭력, 학생들끼리 폭력 등에서 자유로와 지지 않을까? 학교의 순기능이 있지만 역기능도 분명히 있고 그 역기능이 가져오는 학생 개인에게 주는 폐해를 생각해 보면 이제는  대안을 진지하게 코로나 19가 제시했다고 봐야지 않을까? 

다시 책얘기로 돌아가겠다. 학교온라인개학도 책에서 말하는 "언택트마케팅"의 한 지류라고 봐야겠다. 부동산 계약도 직접 가지 않고도 이뤄진다 하고, 차량 구매도 테슬라의 경우 온라인 구매로만 가능하다. 매장이 있지만 구매보다는 계속 시승정도 할 수 있는 체험센타라고만 봐야 한다. 포르쉐나 랜드로버도 딜러를 통하지만 비대면으로 내가 구입하는 싶은 차유형 즉 외관, 파워트레인, 실내디자인, 시트, 고급사양 등을 다 소비자인 내가 정한다. 그리고 나는 출고센터에서 차량 인수하러 가거나 배달을 기다리면 된다.

Political Correctness: 정치적 올바름으로 환경, 성평등, 인종차별금지 등의 이슈에 민감하며 적극적으로 참여한다. 또한 "착한 소비"에 지갑을 여는 트렌드가 관찰된다. 이런 현상들이 그져 트렌드로만 취급될 것이 아니라 이 사회의 성숙된 시민의식이라고도 볼 수 있지 않나 생각해 본다. 친일매판자본주의 기업이나 소위 극우집회에 후원하거나 동조하는 기업 제품을 불매하는 역사의식. 일본의 수출금지라는 희대의 사기극에 대해 일본제품불매운동으로 갚아준 국민성. 트렌드가 아닌 지각이 있는 의식적인 적극적인 소비자로서의 권리를 표출한 것으로 봐야한다. 

레트로토피아는 필자는 사실 그렇게 깨닫지 못 했는데  최근 옛날 타자기 느낌의 레트로키보드를 구매하면서 그 인기를 실감했다. 책에서 소개된 작가 한강의 인터튜를 옮겨 보겠다. 

"유투브 다음은 뭐지? 다시 종이책이 아닐까? 사람들이 손으로 만질 수 있는 것에 배고파하고 있다고 생각해요. 모니터 속에 존재하는 이미지의 총합이 아니라 손으로 만질 수 있고 크기와 무게가 있고 감촉이 있는 매체를 그리워하고 있지 않나 생각합니다." 

이 책을 빠르게 읽고 든 생각은 내가 만들고 싶은 것은 무엇인지다. 나는 책을 만들고 싶고 책으로 소통하고 싶다. 그리고 그 책을 시장에 내놓고 싶다. 갈 길이 분명해졌다.

참고로 이 책의 백미는 뒷부분에 수록된 이런 트렌드를 만들어낸 숨은 주인공들의 실제 증언이다. 끝까지 읽으시길 바랍니다. 주인공은 늘 뒷부분에 등장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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실버 로드 - 사라진 소녀들
스티나 약손 지음, 노진선 옮김 / 마음서재 / 2020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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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설은 주인공 렐레(리나의 아빠)가 실종된  딸을 찾는 여정을 쫓아간다. 아네테(렐레의 아내)는 미친 듯이 딸만 3년 동안 찾아 헤매는 렐레를 남겨두고 떠난다. 렐레는 리나가 다들 죽었다는 전처를 포함한 주위 사람들의 체념에 저항한다. 세월호의 부모님들이 문득 떠오른다. 왜 구하지 않는가? 왜 진실을 온전히 밝혀내지 않았는가? 주인공 렐레의 딸의 시신은 아직까지 사라진 실버로드 어딘가에서 발견되지 않은 채로 있다. 

27p. "그해 여름부터 그는 실버 로드를 따라 운전하기 시작했다. 크고 작은 쓰레기통을 모두 열어보고 맨손으로 뒤졌으며, 습지와 폐광에도 들어가 확인했다. 집에서는 컴퓨터 앞에 앉아 일면식도 없는 사람들이 리나의 실종에 관해 각자의 가설을 써놓은 인터텟 커뮤니티의 글을 읽었다." 

렐레는 딸이 죽지 않았다고 강하게 믿고 있으며 딸의 방도 그대로 두었고  딸의 체취가 행여 사라질까 청소도 하지 않은 채로 둔다. 실버 로드가 책 제목이자 사건의 단서가 되는 소설의 무대이고 또한 우리를 이색적인 북유럽이란 공간으로 초대하는 곳이다. 이 책의 흥미로운 점이라면 스웨덴이란 이국적인 자연환경과 백야이라는 특이한 풍경을 꼽을 수 있겠다. (여담이지만, 스웨덴이 선택한 듯 안 한듯한 코로나 19 집단면역이라는 도전은 현재 시점에서는 실패인 것 같다. 북유럽의 대표적인 복지국가인 스웨덴이 많이 망가지질 않기를 기도한다. 지금이라도 검사키트 수입해서 검사라도 했음 한다)  

"실버 로드는 노를란드(스웨덴 가장 북쪽이고 국가 전체 면적의 절반이 넘는 광활한 지역) 전원을 가로질러 광범위하게 뻗어나간 수많은 이면도로와 연결된 간선도로이다. 이곳에는 하늘을 찌를 듯이 자란 나무가 늘어선 길이며 스노모빌이 지나다니는 길, 버려진 마을과 인구가 줄어든 도시 사이로 구불구불 이어진, 사람들이 많이 지나다니는 길도 있다. 땅 위 그리고 아래로 강과 호수, 마실 수 없는 시냇물이 흐르고, 진물이 나는 상처처럼 퍼지며 김이 모락모락 나는 늪이 있는가 하면, 바닥이 안 보일 정도로 깊고 시커면 호수도 있다." - 37P

이야기의 또다른 한 축은 메야라는 소녀가 맡고 있다. 메야의 엄마 실리에는 알콜중독에 약물중독까지 정신과 진료가 필요한 여자인데 인터넷으로 만난 토르비요른이란 늙은이와 살려고 사건의 무대로 이주한다. 이 스토리의 초반에 등장하는 이 메야와 그 주변 인물이 어떻게 렐레와 연결되는지가 책장을 넘기는 이유가 되었다. 

메야는 제정신이 아니고 예측불허인 엄마를 벗어나고 싶어한다. 그리고 그 늙은이는 ...멀쩡한 사람은 아니다. 동네를 돌아다니다가 우연히 칼요한이라는 남자애를 만나게 되고 그 집까지 가서 가족들을 만난다.  
한편, 렐레만의 비공식 수사는 계속된다. 딸의 남자친구, 미카엘을 닥달하기도 하고 실버로드 근처의 버려진 주택 등을 몰래 들어가기도 하고, 마약공급책을 찾아 탐문도 벌인다. 그 여정에 딸의 환영은 조수석에서 다음과 같이 계속 아빠와 대화한다. 

"날 찾아야지. 날 찾을 수 있는 사람은 아빠 뿐이야."
"미카엘은 절대 날 해칠 사람이 아냐, 아빠." 
"닙엥 가, 아빠. 여긴 아빠가 있을 곳이 아냐."

그러던 중 조간신문 헤드라인에 17세 여학생 실종이라는 기사가 실린다. 본능적으로 렐레는 이 사건이 정확히 3년 전 자기 딸의 실종과 연결되었음을 직감한다. 스웨덴에는 프로파일러가 없었는지...지역경찰의 반응과 수사속도는 뜨뜨미지근...원래 소설은 이런 것인지....세월호 조사에는 적극 훼방을 놓았던 당시 정권과 합체가 되었던 모든 사건들이 내 의식 속에 떠오른다. 

76p. "요즘 렐레는 이웃 간의 돈독한 정이나 공동체 의식 따위에는 관심이 없었다. 그가 원하는 것은 그져 진실이었다."  

렐레의 고독한 딸 찾기와 진실은 어떻게 끝이 날까? 
1부와 2부로 나뉘어지는데 1부만 읽고서는 범인이 누구인지 전혀 알 수가 없었다 적어도 나는.
책을 읽어가면서 "양들의 침묵"이 떠오르기도 했으나, 희대의 살인마 이야기로 전개되지는 않는다.
범인이 누구인지 좋은 추리 게임을 해 보시면 어떨까? 난 이제 영어판을 읽어보고 싶어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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블리츠스케일링 - 단숨에 ,거침없이 시장을 제패한 거대 기업들의 비밀
리드 호프먼.크리스 예 지음, 이영래 옮김 / 쌤앤파커스 / 2020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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블리츠스케일링은 차세대 경영학개론 교과서로 자리매김할 것으로 보인다. 왜인지는 설명할 수 없겠다. 책을 사서 읽으셔야 한다. 


책은 블리츠스케일링은 공격적이고 전면적인 성장 프로그램으로 소개하고 있다. 불확실한 환경에서도 효율보다 속도를 우선하여 '전광석화'와 같이 빠른 성장을 이루도록 도와준다. 그냥 1등이 아니라 독보적인 압도적인 1등이 되는 전략이다. 책에서 격하게 공감이 되는 비유가 나온다 영화 Glengarry Glen Ross중에 대사 중 하나이다. 


"모두들 아시다시피, 1등상은 캐딜락 엘도라도입니다. 2등상이 뭔지 알고 싶습니까? 2등상은 스테이크 나이프 세트입니다. 3등상은 당신이 해고당하는 것입니다. 이제 좀 아시겠습니까?"


블리츠스케일링은 기업이 맹렬한 속도로 성장해서 경쟁자를 완전히 제거하는 것이다. 왜 새로운 경영학 교과서나면 기존의 효율성을 우선시하는 비즈니스전략이 먹히지 않아서란다. 이 전략을 추구하려면 리스크와 손실도 감수해야 하기 때문이다. 행여 경쟁업체가 먼저 이 전략을 쓴다면 패배자로 떨어지는 건 시간문제이다. 


지금의 실리콘밸리를 주무르고 있는 시가총액 1,000억 달러 넘는 기업 단 14개가 전 세계기업들 시가총액의 절반 이상을 차지하고 있다. 이 중에 믿기 어려운 빠른 성장으로 블리츠스케일링의 전형을 보여주고 있는 회사가 있다. 다음의 통계를 보고 회사명을 맞춰 보길 바란다.  


1996년 직원수 151명    연매출 510만 달러

1999년 직원수 7,600명 연매출 16억4,000달러

2017년 직원수 541,900명 연매출 1,770억 달러


정답은 "아마존"! 아마존은 의도적으로 미래에 대한 공격적 투자를 감행했고 엄청난 돈을 벌어들였다. (p.50)

제프 베조스를 알아야 할 필요가 있다. (https://www.newyorker.com/magazine/2019/10/21/is-amazon-unstoppable)

4차 산업혁명시대 생존전략이 그져 아마존 구글 페이스북 등을 따라가야 할 것인가? 경영학이란 무엇인가에 대해 솔직히 성공한 기업들 벤치마크라는 선입관을 확실히 깨주는 책이다. 책에도 소개되었지만 AI, VR, 클라우드 등 제3,4,5물결이 한꺼번에 몰아치고 있는 시대에 그 이전 어느 때보다 기회가 창출되고 있다. 


블리츠스케일링은 속도를 위해 기꺼이 전통경제의 "효율성"을 희생하는 것이다. 그 희생이 성과를 낼 것이라는 확신을 얻을때까지 기다리지 않는 게 블리츠 스케일링이라고 저자는 말한다. 재밌는 비유로 '비행기를 더 빨리 조립하면서 날개를 만드는 와중에 제트엔진에 불을 붙이는 일' 전략이 블리츠스케일링이다. 


페이스북 저커버그는 2가지 조치를 취했는데 첫째로 사업의 방향을 데스크톱-->모바일로 바꿨고, 최고운영책임자를 영입하면서 비대한 광고매출 조직으로  탈바꿈시켰다. (58p) 그리고 단숨에 경쟁우위에 올랐다. 왜 1등 즉 시장의 리더를 해야 하는가? 부자가 될 가능성을 보이고 인재들이 모이고 그 인재들이 더 훌륭한 제품과 서비스가 만들어지고 더 큰 성장으로 이끈다. 투자자들도 위와 같은 폭발적인 성장하는 곳에 연료를 주입하려고 한다. 


4차산업혁명시대 기업에게 제일 중요한 것이 기술, 소프트웨어, 제품, 디자인 등을 우리는 떠올리는데 이 책은 다른 관점을 제시한다. "비즈니스"는 기업이 고객을 확보하고 고객에서 상품이나 서비스를 제공함으로써 돈을 버는 방법이다!  구글이 뛰어난 검색 알고리즘을 구축한 것은 맞지만, 돈을 번 것은 검색어와의 관련성과 성과를 고려한 광고라는 비즈니스 모델 덕분이었다는 것이다. 

"실리콘밸리가 오랫동안 추구해오던 신념들 대부분은 좋은 제품을 만드는 데 관한 것입니다. 하지만 그것이야말로 실리콘밸리에 있는 대부분의 기업들이 제품을 만드는 단계를 넘어서고 나서 살아남지 못하는 이유라고 생각합니다. 제품을 만드는 일을 잘해내는 것은 당연합니다. 하지만 이후 사용자를 끌어들이는 일 역시 그만큼 잘 해내야 합니다. " -96p.

맞다. 지금 기술은 특히 소프트웨어 영역에서는 공개소스도 흔해졌고 무료로 접근가능한 영역은 점점 더 넓어지고 있다. 즉 더이상 기술 그 자체는 차별화 요소다 아니고  서비스와 획기적인 상품을 결합하는 전략이 더욱 중요해졌다. 기업 자체의 기술 혁신도 중요하지만 최근의 경향은 혁신적인 기술기업을 사들이기는게 다반사다. 구글이 딥마인드를 인수하고 페이스북이 오큘러스를 인수했다.(잘 알다시피) 


책 part1, part2에서 논의된 "시장 규모" "유통" "매출총이익" "네트워크효과" "제품과 시장 궁합" "운영 확장성" 측면에서  Linkedin, 아마존, 구글, 페이스북의 성장 비결을 엿볼 수 있다. 지금 예비 경영인, 현직 경영인이 꼭 봐야 할 부분이라고 사료되고, 앞으로 더 큰 성장을 꿈꾸는 스타트업 뿐만 니라 인사조직을 꾸려가는 것에 고민이 있는 사람이라면 part4를 읽어야 한다. 저자는 책 볼륨의 대부분의 지면을 인사관리에 할애하고 있다. 

차후 이 부분을 다시 소개해 보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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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의 기억을 보라 - 비통한 시대에 살아남은 자, 엘리 위젤과 함께한 수업
엘리 위젤.아리엘 버거 지음, 우진하 옮김 / 쌤앤파커스 / 2020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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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글에는 스포일러가 포함되어 있습니다.

"위젤 교수는 아무 말 없이 재킷을 벗고 셔츠 소매 단추를 풀고는 소매를 걷어 올렸다. 그리고 선뜻 팔을 들어 올려 강의실에 있는 학생들 모두에게 문신으로 새겨진 수인 번호를 보여 주었다." - 68p.


나치의 유태인 학살에 대한 이 보다 생생한 증거가 있겠나? 물론 우리는 쉰들러리스트에서 예루살렘의 아히이만까지 유태인 비극사를 잘 '알고' 있다. 그런데 이 책을 읽으면서 관념적으로 아는 것과 체험으로 '아는' 것의 차이를 극명하게 깨달았다고 해야 겠다. 


이 책은 남다른 구성이 돋보인다. 위젤 교수에 대한 강의록의 성격을 지니지만, 그 강의를 기록한 저자 아리엘 버거 본인의 성장사(史)이기도 하다. 강의록도 위젤교수의 강의(lecture)를 기록한 것이 아니라 제자들과의 자유토론이 주(主)를 이룬다. 


첫 번째 질문, "홀로코스트 이후 교수님을 지탱해 준 건 무엇인가요? 어떻게 포기하지 않고 버티실 수 있었나요?" 우리에게 자문(自問)해 보자. 과연 생존의 위협을 받을 만한 사건을 겪고 이겨낸 후 우리는 무엇을 얘기할까? 대부분 '남탓하기' '환경탓하기'에서 더 나아가 '복수'가 아닐런지... 위젤 교수도 지체없이 "배움"이라는 답을 한다. 위젤 교수의 말을 좀 더 경청해 보자. "현재 인류가 직면한 문제들에 대한 해결책이 있다면, 그 중심에는 분명 교육이 자리해야만 합니다." 지구온난화, 극우 민족주의 부활, 코로나19 같은 신종 바이러스, 광신교집단의 지속적인 등장 등 이 모든 문제들은 인류의 생존지속과 직간접적으로 연결되어 있다. 이런 문제가 정치적인 개입이 아니라 교육을 통해야만 한다는 저자의 주장이 신선하면서도 동양적인 사유다라는 생각이다. 

  
이스라엘이 동서양 중에 어디에 가까운가라고 묻는다면 유대교전통과 유대인들이 특히 나치에 의해 반강제적으로 미국으로 이민간 덕분에 서양문화라고들 생각한다. 동서양의 전통을 이분(二分)법적으로 보는 것에 이제는 동의하기 어려운 것 같다. 인도문명이 사실 서양문명의 기원이라고 볼 수도 있고 조로아스터교가 기독교와 이슬람교에 끼친 영향만 봐도 동서양 구분 자체도 재고(再考)되어야 한다. 


시쳇말로 "형이 왜 거기서 나와?"라는 말이 있는데, 책을 읽다가 "도덕경"을 만났다. 유대인과 유대교에 대한 편견과 선입관을 바꿀 때도 된 것 같다. 이들의 치열한 자기네 전통문화와 그것을 기록한 문헌에 대한 배움의 정신을 우리가 배워야 할 것 같다. 코로나 19 국면이 아직 진행 중이지만 그간 우리는 우리가 그렇게 따르고 배우고자 했던 미국을 비롯한 소위 '이미' 선진국들의 바이러스 정국에서의 치명적인 실책들을 반면교사화 하게 되었다. 이제는 그들이 우리에게 묻고 배우는 형국으로 바뀌었다. 그런 자긍심으로 우리는 더욱 우리의 전통과 우리 조상들이 쌓아온 유무형의 문화를 다시 돌아봐야 할 시점이라고 생각한다. 


"앨리 위젤은 배움에 대한 열망으로  구원을 받았지만, 이 세상을 광기로부터 구해내기에는 역부족이었다. 그렇다면 교육이 도덕적, 그리고 윤리적 타락을 이겨내도록 해주는 뭔가 숨겨진 주요 요소가 어딘가에 있지 않을까." 위젤 교수의 제자이자 그리고 이 책의 저자:아리엘 버거의 말을 조금 옮겨 보았다. 교육만으로는 충분치 않고 위젤 교수의 결론은 '기억'이라는 것이다. 위젤은 강의 중에 이렇게 말한다. "당신의 이야기를 통해 누군가가 더 인간답게 사는 법을 배우 수 있을 거라고...(중략) 그렇게 된다면 당신이 간직하고 있는 기억은  일종의 축복이 되는 셈입니다."


망각은 우리를 노예의 길로 이끌지만 기억은 우리를 구원합니다. -50p


100여년 전, 조선의 국권 상실은 망각 때문 아니었나? 임란과 호란을 겪은 후 즉 고통과 절망에 어떻게 반응했느냐가 중요한데, 지배층의 이데올로기를 공고히 하는데 남은 에너지를 소모하면서 망했나 조선은. 그 훌륭한 실록을 남겼던 위대한 기록정신까지 모독당하면서. 그런데 그 후손들은 100여년이 지난 지금 메르스 사태를 기억했고 그에 대한 철저한 방비하는 자세로 대응했고 코로나19를 아직까지는 현명하게 대처해 왔다. 


이 책은 앞서에도 썼지만 위젤 교수의 가르침을 따라가는 구조지만 저자의 성장통과 그 극복과정도 솔직하게 그려나간다. "나는 하루하루 내 내면의 소리에 귀 기울이며 시간을 보내기 시작했다. 아주 어린 시절의 기억을 떠올리며 일종의 직관을 통해 전달되는 감각에도 신경을 썼다. (중략) 나는 겸손을 배워가며 점점 더 나 자신을 낮춰갔다. 나는 온몸의 긴장을 풀고, 심지어 걸을 때도 이전보다 천천히 움직였다. - 219p"

이보다 '중용' 스러울 수가 있을까? 신독(愼獨)으로가는 여정 저자처럼 더 더 성장하고 싶어졌다. 이 책을 펴들고 있는 지금 내가 중용을 읽고 있었던 것도 마치 하늘이 내게 명령하고 있었던 것은 아닐까?  


유태인은 '홀로코스트' 마케팅으로 전세계 부와 권력의 핵심에 위치해 있다. 부와 권력을 지향해서는 안 되겠지만 그보다 더한 일제에 의한 홀로코스트 그 이상의 피해자였던 우리는 군부독재와 친일세력의 더 큰 희생의 역사를 치렀다.  


과거사에 대한 복수보다는 새로운 미래를 세워 나가는 희망을 선택했던 '안네의 일기'의 저자 안네 프랑크처럼 우리 민족은 자의든 타의든 미래를 바라보고 지금까지 잘 왔다. 그렇기에 징용 피해자 위안부 피해자 독립운동가 후손 등 절망과 공포 속에 살았을 그들의 목소리에 귀기울이는 사회로 한 단계 더 성숙해야 한다. 또 우리 민족 내에 문제가 아니라 팔레스타인 문제에 대해서 기후변화에 대해서 멸종위기동물 보호에 대해서 즉 인류적인 이슈들을 우리가 고민하는 큰 나라가 되어야 한다고 생각한다. 남북, 북남 문제도 저물고 있는 미국에만 기댈 문제가 아님을 이제는 우리가 우리의 운명을 책임질 만한 그릇이 되었다. 대한독립만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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