실버 로드 - 사라진 소녀들
스티나 약손 지음, 노진선 옮김 / 마음서재 / 2020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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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글에는 스포일러가 포함되어 있습니다.

소설은 주인공 렐레(리나의 아빠)가 실종된  딸을 찾는 여정을 쫓아간다. 아네테(렐레의 아내)는 미친 듯이 딸만 3년 동안 찾아 헤매는 렐레를 남겨두고 떠난다. 렐레는 리나가 다들 죽었다는 전처를 포함한 주위 사람들의 체념에 저항한다. 세월호의 부모님들이 문득 떠오른다. 왜 구하지 않는가? 왜 진실을 온전히 밝혀내지 않았는가? 주인공 렐레의 딸의 시신은 아직까지 사라진 실버로드 어딘가에서 발견되지 않은 채로 있다. 

27p. "그해 여름부터 그는 실버 로드를 따라 운전하기 시작했다. 크고 작은 쓰레기통을 모두 열어보고 맨손으로 뒤졌으며, 습지와 폐광에도 들어가 확인했다. 집에서는 컴퓨터 앞에 앉아 일면식도 없는 사람들이 리나의 실종에 관해 각자의 가설을 써놓은 인터텟 커뮤니티의 글을 읽었다." 

렐레는 딸이 죽지 않았다고 강하게 믿고 있으며 딸의 방도 그대로 두었고  딸의 체취가 행여 사라질까 청소도 하지 않은 채로 둔다. 실버 로드가 책 제목이자 사건의 단서가 되는 소설의 무대이고 또한 우리를 이색적인 북유럽이란 공간으로 초대하는 곳이다. 이 책의 흥미로운 점이라면 스웨덴이란 이국적인 자연환경과 백야이라는 특이한 풍경을 꼽을 수 있겠다. (여담이지만, 스웨덴이 선택한 듯 안 한듯한 코로나 19 집단면역이라는 도전은 현재 시점에서는 실패인 것 같다. 북유럽의 대표적인 복지국가인 스웨덴이 많이 망가지질 않기를 기도한다. 지금이라도 검사키트 수입해서 검사라도 했음 한다)  

"실버 로드는 노를란드(스웨덴 가장 북쪽이고 국가 전체 면적의 절반이 넘는 광활한 지역) 전원을 가로질러 광범위하게 뻗어나간 수많은 이면도로와 연결된 간선도로이다. 이곳에는 하늘을 찌를 듯이 자란 나무가 늘어선 길이며 스노모빌이 지나다니는 길, 버려진 마을과 인구가 줄어든 도시 사이로 구불구불 이어진, 사람들이 많이 지나다니는 길도 있다. 땅 위 그리고 아래로 강과 호수, 마실 수 없는 시냇물이 흐르고, 진물이 나는 상처처럼 퍼지며 김이 모락모락 나는 늪이 있는가 하면, 바닥이 안 보일 정도로 깊고 시커면 호수도 있다." - 37P

이야기의 또다른 한 축은 메야라는 소녀가 맡고 있다. 메야의 엄마 실리에는 알콜중독에 약물중독까지 정신과 진료가 필요한 여자인데 인터넷으로 만난 토르비요른이란 늙은이와 살려고 사건의 무대로 이주한다. 이 스토리의 초반에 등장하는 이 메야와 그 주변 인물이 어떻게 렐레와 연결되는지가 책장을 넘기는 이유가 되었다. 

메야는 제정신이 아니고 예측불허인 엄마를 벗어나고 싶어한다. 그리고 그 늙은이는 ...멀쩡한 사람은 아니다. 동네를 돌아다니다가 우연히 칼요한이라는 남자애를 만나게 되고 그 집까지 가서 가족들을 만난다.  
한편, 렐레만의 비공식 수사는 계속된다. 딸의 남자친구, 미카엘을 닥달하기도 하고 실버로드 근처의 버려진 주택 등을 몰래 들어가기도 하고, 마약공급책을 찾아 탐문도 벌인다. 그 여정에 딸의 환영은 조수석에서 다음과 같이 계속 아빠와 대화한다. 

"날 찾아야지. 날 찾을 수 있는 사람은 아빠 뿐이야."
"미카엘은 절대 날 해칠 사람이 아냐, 아빠." 
"닙엥 가, 아빠. 여긴 아빠가 있을 곳이 아냐."

그러던 중 조간신문 헤드라인에 17세 여학생 실종이라는 기사가 실린다. 본능적으로 렐레는 이 사건이 정확히 3년 전 자기 딸의 실종과 연결되었음을 직감한다. 스웨덴에는 프로파일러가 없었는지...지역경찰의 반응과 수사속도는 뜨뜨미지근...원래 소설은 이런 것인지....세월호 조사에는 적극 훼방을 놓았던 당시 정권과 합체가 되었던 모든 사건들이 내 의식 속에 떠오른다. 

76p. "요즘 렐레는 이웃 간의 돈독한 정이나 공동체 의식 따위에는 관심이 없었다. 그가 원하는 것은 그져 진실이었다."  

렐레의 고독한 딸 찾기와 진실은 어떻게 끝이 날까? 
1부와 2부로 나뉘어지는데 1부만 읽고서는 범인이 누구인지 전혀 알 수가 없었다 적어도 나는.
책을 읽어가면서 "양들의 침묵"이 떠오르기도 했으나, 희대의 살인마 이야기로 전개되지는 않는다.
범인이 누구인지 좋은 추리 게임을 해 보시면 어떨까? 난 이제 영어판을 읽어보고 싶어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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