피타고라스 생각 수업 - 수학자는 어떻게 발견하고 분석하고 활용할까, 개정증보판
이광연 지음 / 향기책방 / 2026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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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학책이라고 하면 아직도 마음이 조금 긴장됩니다. 많은 분들이 그럴 것 같습니다. 학교에서 수학은 늘 ‘공식 외우고 문제 푸는 과목’으로 느껴졌고, 성적이 곧 수학 실력이었던 기억이 남아 있으니까요.

『피타고라스 생각 수업』을 읽으면서, 저는 수학을 다른 눈으로 바라보게 되었습니다. 이 책에서 수학은 정답을 맞히기 위한 기술이 아니라, 세상을 차분히 바라보고 이해하는 하나의 **생각** 도구로 소개됩니다. “우리나라에서 하루에 팔리는 치킨은 몇 마리일까?”, “시카고엔 피아노 조율사가 몇 명이나 살고 있을까?” 같은 질문을 수학적으로 추측해 보는 장면은 아이들도, 어른들도 함께 즐길 수 있는 대목입니다. 숫자를 다루는 연습인 동시에, 일상의 궁금증을 논리적으로 풀어 보는 놀이가 되지요.

이 책에는 피타고라스뿐 아니라 유클리드, 페르미, 가우스, 힐베르트, 허준이 같은 수학자들의 이야기가 짧은 에피소드로 이어집니다. 분수, 함수처럼 익숙한 개념에서 프랙털, 리만 가설처럼 다소 어려운 내용까지 등장하지만, 설명은 최대한 쉽게 풀어 쓰여 있어서 수학이 부담스러운 독자도 따라갈 수 있습니다. 무엇보다도 각 장이 공부를 강요하기보다 “이런 생각은 어떨까?” 하고 조심스럽게 권유하는 느낌이라, 부모님과 아이가 함께 읽으며 대화를 나누기 좋은 구조입니다.

교육자의 입장에서 보면, 이 책은 아이들이 자주 하는 질문, “수학을 왜 배워야 해요?”에 부드럽게 답해 줍니다. 저자는 수학을 ‘문제를 푸는 도구’가 아니라 ‘문제를 찾는 도구’라고 설명합니다. 우리가 살면서 마주치는 여러 상황 속에서 진짜 고민이 무엇인지 알아차리고, 그 구조를 간단하게 정리하는 힘이 바로 수학적 사고라는 것이지요. 성적을 위한 공부를 넘어, 아이가 스스로 생각하고 선택하는 힘을 길러 주는 공부로 수학을 바라보게 해 주는 점이 인상적입니다.

또 한 가지 마음에 남는 점은, 이 책이 수학을 다시 ‘사람 이야기’로 돌려놓는다는 것입니다. 피타고라스의 절제된 삶, 힐베르트의 난제, 허준이 교수의 연구 과정이 단순한 업적 나열이 아니라, “지식이 우리 삶을 어떻게 넓혀 줄 수 있을까?”라는 질문으로 자연스럽게 이어집니다. 아이들에게는 수학자가 단지 어려운 문제를 푸는 사람이 아니라, 세상을 깊이 생각하는 사상가라는 사실을 알려 줄 수 있고, 부모님에게는 자녀의 수학 공부를 조금 더 따뜻한 시선으로 바라볼 수 있게 도와주는 책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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먼 거울 - 파국의 14세기, 흑사병, 백년전쟁, 그리고 움트는 혁명
바바라 터크먼 지음, 박중서 옮김 / 원더박스 / 2026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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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는 재앙을 처음 겪는다고 믿는 경향이 있다. 그러나 역사는 그 믿음을 조용히, 그리고 집요하게 부수어 왔다. Barbara W. Tuchman의 A Distant Mirror: The Calamitous 14th Century(1978)를 손에 들면서 내가 먼저 떠올린 것은 14세기가 아니라 지금 이 세계였다. 팬데믹의 기억, 전쟁의 귀환, 공동체의 균열—이 모든 것들이 이미 한번 일어났다는 감각. 역사가 우리에게 건네는 것은 해답이 아니라 이 감각, 즉 인류가 이미 여기를 지나간 적 있다는 쓸쓸하고도 단단한 인식이다.


터크먼은 14세기 프랑스 귀족 엥게랑 드 쿠시의 생애를 종축으로 삼아 시대 전체를 직조한다. 이 선택의 탁월함은 단순한 서사 기법의 문제가 아니다. 쿠시는 프랑스인이면서 잉글랜드 왕의 사위였고, 기사이면서 외교관이었으며, 봉건 질서의 정점에 선 자이면서 그 질서가 무너지는 것을 목전에서 바라본 자였다. 그는 경계 위에 선 인간이었다. 역사의 단층선이 가장 선명하게 드러나는 자리, 바로 그 자리에 터크먼은 자신의 서술자를 세워둔다.


이 책이 불러일으키는 감정은 비극적 숭고에 가깝다. 흑사병이 마을을 통과한 뒤의 침묵, 크레시 들판에서 철갑 기사들이 장궁 앞에 꺾이는 순간, 두 교황이 동시에 파문을 퍼붓는 교회의 희극적이고도 처절한 분열—터크먼은 이 장면들을 연대기적 사실로 나열하지 않는다. 그녀는 그것을 인간의 피부 위에 새긴다. 죽음이 일상이 된 세계에서도 사람들은 성당을 짓고, 시를 쓰고, 사랑하고, 신을 저버리지 않는다. 이 완강한 생의 의지야말로 재앙의 세기를 가로질러 터크먼이 끝내 건져올리는 것이다.


'먼 거울(a distant mirror)'이라는 제목은 단순한 수사가 아니다. 그것은 역사 쓰기에 관한 하나의 윤리적 선언이다. 과거를 들여다보는 일은 언제나 현재를 보는 일이기도 하다는 것, 그리고 그 반사가 완벽할 수 없다는 것—거울은 멀리 있고, 유리는 늘 약간 굴절되어 있다. 터크먼은 그 굴절을 감추지 않는다. 오히려 그것을 통해 우리로 하여금 14세기와 지금 사이의 거리를, 그리고 그 거리의 무서운 짧음을 동시에 감각하게 만든다.


재앙은 끝나지 않는다. 다만 이름을 바꾼다. 그것이 이 책을 반세기 가까이 독자들의 손에서 손으로 전해지게 한 힘일 것이다. 나는 이 책을 읽기 전부터 이미 무언가를 예감하고 있다. 14세기가 나에게 말을 걸어올 것이라는 예감, 그리고 그 목소리가 낯설지 않을 것이라는 예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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감정사회 - 감정은 어떻게 정치에 영향을 미치는가
마렌 우르너 지음, 마정현 옮김 / 다람 / 2026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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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렌 우르너 『Radikal emotional: Wie Gefühle Politik machen』 리뷰

정치는 원래 이성의 영역일까, 감정의 영역일까. 독일 신경과학자 마렌 우르너의 『Radikal emotional: Wie Gefühle Politik machen』(영어판: Radically Emotional: How Feelings Make Politics)는 이 질문에 “정치는 결국 감정의 협상 과정”이라고 답한다. 정치에서 감정을 빼야 한다는 오래된 상식을 뒤집고, 감정을 민주주의의 핵심 요소로 다시 불러들이는 책이다.

세 가지 키워드: 주의, 정직, 연결

우르너는 책 전체를 세 가지 키워드로 풀어간다.
첫째, 근본적 주의. 우리는 뉴스를 보거나 토론을 할 때, 머릿속에서 어떤 감정이 올라오는지 먼저 알아차려야 한다. 화가 나는지, 두려운지, 냉소적인지부터 인식하는 것이다.
둘째, 근본적 정직성. 내 판단 밑바닥에 깔려 있는 감정과 선입견을 숨기지 말고, 스스로 솔직하게 들여다보자는 제안이다.
셋째, 급진적 유대. 기후위기, 젠더, 불평등처럼 논쟁적인 이슈에서 서로를 ‘적’으로만 보지 말고, 감정을 매개로 다시 연결할 방법을 찾아보자는 이야기다.

이 세 가지를 묶어 보면, 책은 결국 “감정을 잘 읽고, 솔직하게 인정하고, 그 감정을 바탕으로 다른 사람과 다시 관계를 맺자”는 일종의 감정 사용 설명서를 제안하고 있다고 볼 수 있다.

불안한 시대, 뇌과학으로 읽는 유권자

이 책이 특히 눈에 띄는 이유는 지금 우리가 사는 시대 때문이다. 기후위기, 전쟁, 경제 불안, 혐오 정치가 겹치면서 많은 사람이 상시적으로 불안과 분노, 무기력을 오간다. 우르너는 이런 상태를 신경과학과 심리학 연구를 통해 설명한다. 인간의 뇌는 불확실한 상황에서 장기적인 계획보다는, 눈앞의 불안을 줄여 줄 단순한 해답에 끌리기 쉽다는 것이다.

그래서 위기 상황일수록 “깊이 생각하자”는 말만으로는 부족하다. 감정이 어떻게 우리의 판단을 좁게 만들고, 어떤 메시지에 쉽게 휘둘리게 만드는지부터 이해해야 한다는 것이 저자의 주장이다. 이 지점에서 그는 언론과 정치인들에게도 역할을 요구한다. 공포와 분노만 자극하는 뉴스와 캠페인 대신, 감정을 인정하면서도 현실을 함께 풀어 가는 ‘건설적인’ 소통이 필요하다고 강조한다.

장점: 어렵지 않게, 그러나 가볍지 않게

이 책의 장점은 “전문적인 내용을 어렵게 말하지 않는다”는 데 있다. 뇌과학과 심리학, 정치 이야기가 섞여 있지만, 문장은 가능한 한 일상적인 예시와 함께 풀어낸다. 정치에 큰 관심이 없는 독자라도, ‘뉴스를 보며 느끼는 감정’에서 이야기가 출발하기 때문에 비교적 쉽게 따라갈 수 있다.

또한 기후위기, 혐오 표현, 온라인 갈등 등 지금 우리가 매일 접하는 이슈를 중심으로 이야기가 전개된다. 그래서 책을 읽다 보면 “이건 학술 이론이 아니라, 바로 내 일상 이야기”라는 느낌이 든다. 이런 점에서 시민, 활동가, 교사, 언론인 모두에게 두루 참고가 되는 책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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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슴 혁명
홍호기 지음 / 올리브나무 / 2026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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요즘처럼 머리 중심으로만 살다 보면, 정작 마음은 비어 있는 느낌이 들 때가 많습니다. 『가슴 혁명』은 그런 제게 “이제는 가슴으로 돌아와 보라”고 조용히 말을 건네는 책이었습니다. 이 책에서 말하는 가슴은 단순히 감정이 올라왔다 사라지는 자리나, 심장이 뛰는 위치 정도가 아니라, 내가 누구로 살아갈지를 다시 정하는 존재의 중심에 가깝습니다.

책은 어려운 이론 대신, 지금 여기에서 심장 박동을 느껴 보는 아주 간단한 연습에서 시작합니다. 그리고 그 작은 시도를 따라가다 보면, 사랑의 방·고요의 방·합일의 방·안식의 방·하나님의 방 같은 여러 내면의 공간으로 자연스럽게 초대받게 됩니다. 사랑의 방에서 제가 느낀 사랑은 “누군가를 좋아한다, 갖고 싶다”라는 감정보다, 그냥 이유 없이 따뜻하고 포근한 온기였습니다. 설명은 잘 안 되는데, 가슴 안쪽이 서서히 데워지는 느낌이라고 할까요. 그때 “사랑은 감정이 아니라 온도일 수 있겠다”는 생각이 문득 들었습니다.

고요의 방에서 인상 깊었던 건, 고요함이 ‘머리를 억지로 비워서 만든 상태’가 아니라는 점이었습니다. 오히려 세상의 소음은 그대로 있는데, 그 밑바닥에서 아주 옅게 흐르던 침묵을 처음 알아차리는 느낌에 가까웠습니다. 잠깐이었지만, 내 안과 밖을 갈라 놓던 선이 조금 흐려지는 순간도 있었습니다. 그 이후로는 명상을 할 때 “잡념을 없애야지”라는 조급함보다, “이미 있는 고요를 한 번 믿어 보자”는 쪽으로 마음이 많이 바뀌었습니다.

합일의 방과 안식의 방은 제 일상을 보는 시선까지 바꾸어 놓았습니다. 합일의 방에서는 타인의 기분과 고통을 남의 이야기로만 보지 못하고, 그렇다고 거기에 완전히 휘둘리지만도 않는 이상한 균형을 조금씩 배워 갑니다. 안식의 방에서는 그동안 지우고 싶었던 감정들―부끄러움, 분노, 후회 같은 것들―이 사실은 나를 더 깊은 자리로 데려가려는 신호일지도 모르겠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이 책 덕분에, 예전 같으면 ‘내가 왜 또 이렇지’ 하고 자책했을 순간들을 “아, 지금도 가슴이 뭔가를 알려 주려는 거구나”라고 받아들이게 되었습니다.

하나님의 방을 읽을 때는, 종교적인 언어에 익숙하지 않은 독자라도 크게 부담 없이 따라갈 수 있을 것 같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여기서의 ‘하나님’은 멀리 있는 절대자가 아니라, 사랑·고요·합일·안식이 모두 합쳐진 가슴의 가장 깊은 자리이기 때문입니다. 그 지점을 향한 설명을 읽다 보면, 가슴이라는 곳이 단순한 감정의 창고가 아니라, 신성과 인간이 만나는 아주 개인적인 성소처럼 느껴집니다.

『가슴 혁명』은 화려한 기법을 약속하는 자기계발서도, 난해한 영성 이론서를 가장한 철학책도 아닙니다. 다만 “조금만 더, 가슴에 머물러 보자”는 말을 끝까지 밀어붙이는 책입니다. 책을 덮고 난 뒤, 제 안에서 바뀐 것은 대단한 깨달음이 아니라 질문 하나였습니다. “어떻게 더 잘 살아야 하지?”에서 “내 가슴이 원래 알고 있던 나의 자리는 어디였을까?”로. 그 조용한 질문 하나만으로도, 이 책은 제 일상에 꽤 큰 파문을 남겼습니다. 가슴으로 다시 살아 보고 싶은 분들께, 천천히 곁에 두고 읽어 보시라고 권하고 싶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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MAGIC 프롬프트 프레임 - 어떤 AI 앞에서도 당황하지 않는 질문 구조 만들기
김대중 지음 / 원앤원북스 / 2026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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생성형 AI를 쓰다 보면, 어느 순간부터 “모델의 한계”보다 “내가 던진 질문이 엉성했다”는 사실과 마주하게 된다. 김대중의 『MAGIC 프롬프트 프레임』은 바로 그 지점을 집요하게 파고드는 책이다. 단순히 “프롬프트 예시 100선”을 모아놓은 안내서가 아니라, 질문하는 인간 쪽의 사고 구조를 갈아엎는 데 초점을 맞춘다.


핵심은 제목에 걸린 MAGIC 프레임워크다. Make it Clear, Add Context, Give Examples, Include Goals, Check & Iterate라는 다섯 단계는, 겉으로 보면 익숙한 체크리스트처럼 보이지만 실제로 따라 해보면 사고의 순서를 완전히 바꾸어 놓는다. 특히 마케팅·콘텐츠 실무에서 흔히 던지는 “좋은 카피 써줘”, “SNS 전략 짜줘” 같은 요청이 얼마나 많은 해석의 여지를 남기는지, 각 단계가 이를 어떻게 좁혀가는지 사례를 통해 설득력 있게 보여준다.


마케팅 관점에서 이 책이 유용한 이유는, 프롬프트를 단순히 “문장 한 줄”이 아니라 브리프의 축약본으로 다루도록 강제한다는 점이다. M과 A 단계에서 타깃, 예산, 채널, KPI, 캠페인 기간, 경쟁사 포지셔닝까지 정리하게 되면, 그 자체가 하나의 미니 크리에이티브 브리프가 된다. 여기에 G 단계에서 실제 랜딩페이지 카피, 인스타그램용 포스트, 리타겟팅용 카피 등 구체적인 예시를 붙이면, AI는 더 이상 두루뭉술한 마케팅 조언이 아니라 “지금 이 캠페인에 써먹을 수 있는 안”을 가져다준다. 자연스럽게 재질문 횟수와 수정 라운드가 줄어드는 것이 이 프레임워크의 가장 실무적인 효과였다.


개인적으로는, 이 책을 읽은 뒤 실제로 소규모 캠페인 기획 작업에 MAGIC 구조를 적용해 보았다. 예전에는 “신규 강좌 런칭용 SNS 카피 작성” 정도로 주문하던 것을, 타깃(20–30대 직장인), 등록 마감일, 가격대, 경쟁 강좌와의 차별점, 원하는 톤(긴장감 있는 카운트다운 vs 안정감 있는 안내), 최종 산출물 형식(3종 카피 + 해시태그 세트)까지 한 번에 명시하도록 프롬프트를 재작성했다. 같은 도구를 썼음에도 초안의 완성도가 훨씬 높아졌고, 특히 역프롬프트 방식을 활용해 AI가 임의로 가정한 할인율·과장된 표현 등을 거꾸로 추적해 수정하는 과정은 A/B 테스트용 카피 후보를 뽑아내는 데 꽤 실용적이었다.


개인적으로 가장 인상 깊었던 부분은 G와 C, 즉 예시와 검증·역프롬프트를 다루는 대목이다. 원하는 스타일과 구조를 예시로 제시하는 것은 이제 당연한 기법이 되었지만, 저자는 한 걸음 더 나아가 “AI가 임의로 채워 넣은 전제를 역추적해 다시 프롬프트에 반영하라”고 요구한다. 이 과정에서 역프롬프트라는 개념이 등장하는데, 사실상 A/B 테스트와 가설 검증을 프롬프트 설계에 옮겨놓은 메타 작업이다. 초안에서 마음에 들지 않는 구간을 통째로 잘라내어 “여기에 빠져 있는 조건은 무엇인지, 내가 말하지 않았는데 AI가 가정한 것은 무엇인지”를 되묻는 방식은, 마케터가 숫자와 문장을 동시에 다루는 사람이라는 점을 다시 환기시킨다.


이 책의 강점은 무엇보다 실무 지향성이다. 각 장에는 기획서, 제안서, 마케팅 콘텐츠, 보고서 등 당장 오늘도 써야 하는 산출물들이 예시로 등장하고, MAGIC 단계를 따라 요청을 바꿨을 때 결과가 어떻게 달라지는지 Before/After로 보여준다. 덕분에 이론서를 읽는다기보다, 잘 만들어진 브리프 템플릿을 해부하는 느낌에 가깝다. 여러 도구를 병행 사용하는 환경에서도 그대로 옮겨 쓸 수 있는 구조라는 점도 장점이다.


물론 프레임워크 특유의 반복과 장황함이 전혀 없다고 할 수는 없다. 이미 고급 프롬프트 엔지니어링을 어느 정도 체득한 독자에게는 다소 기본적인 이야기로 느껴질 구간도 있다. 다만 “초안 1초, 수정 하루”라는 악순환을 끊고 싶다면, 한 번쯤은 책에서 제시하는 다섯 단계를 성실하게 따라가며 자신의 프롬프트를 재구축해 볼 만한 가치가 있다. AI를 그저 아이디어를 뽑아주는 도구가 아니라, 의사결정 가능한 결과물을 함께 만드는 동료로 끌어올리고 싶은 마케터·기획자라면 특히 그렇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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