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크로스 게임 3
아다치 미츠루 지음 / 대원씨아이(만화) / 2006년 7월
평점 :
절판
<터치>, <러프>, <미유키>, 등 수많은 히트작으로 인기작가의 반열에 든 아다치. 한 작품이 만화로서 성공하면, 당연하게(?) 아니메 제작으로 이어지는 일본 특유의 구조 때문에 그런지, 아니메화 된 아다치 작품도 꽤나 된다. 그런데 아니메화 된 작품을 보자면 영 마음에 들지 않는다.물론, 그 어떤 작품이든 다른 매체로 이식될 때 대부분 원작보다 낮은 평가를 받는 게 사실이다만, 아다치 표 만화의 경우는 특히 심하다는 이야기다.나름대로 원작에 충실하게 아니메화 되었다는 <미유키>도 뭔가 '중요한' 게 결여되어 있다는 느낌을 지우기 힘들다. 분명 서사적 구조는 크게 다를 바 없는데도 말이다.
그렇다면 아다치 만화에는 다른 작품과는 차별화되는 그 뭔가 '중요한' 게 있단 이야기가 된다. 필자는 그 모든 것이 복선과 여운으로 대표되는 연출과 소년의 감수성을 그대로 가진하고 있는 그의 순수함에 있다고 본다. 아무도 없이 덩그러니 배트와 공만 늘어져 있는 저녁뜸의 그라운드. 아무 말 없이 텅 빈 공터에서 캐치볼을 하는 두 남녀. 그외에 온갖 '말없는' 사물과 인물, 배경이 끊임없이 나열되는 장면들.
이런 장면들 앞에서 괜히 가슴 한 켠이 뭉클해진다.
그러나, 아니메화 된 아다치 작품에선 이런 감수성이 상실되고 만다. 흔히 애니메이션을 그림에 혼을 불어넣는 작업이라 하지만, 그 대상이 아다치의 작품이라면 이것만은 예외인 듯 싶다. '정지' 상태이었을 땐 한 없이 감성적이었던 장면들이 '움직이는' 힘을 얻었을 때, 그 의미를 상실하고 만다.
만화와는 전혀 상관 없는 이야기다만, 일본 영화를 세계에 알린 거장, 구로자와 아키라 감독은 '정중동'을 카메라에 담는 데 있어서 최고였다고들 한다. 화면속 모든 것들은 분명 정지해있지만, 카메라가 담은 갖가지 인물, 사물들이 관객에게 전달하는 감성은, 정지, 그 이상의 의미를 갖는다는 평가다. 생각해 보면 만화라는 장르에서 한껏 뽐낼 수 있는 연출이란 바로 이런 게 아니던가? 텅 빈 그라운드에 널려있는 사물, 아무 말 없는 인물들. 그러나 그 침묵 속에서만 느낄 수 있는 특유의 감수성.
만화든 영화든, 모든 장르를 떠나서, 훌륭한 서사적 구조를 가지고 있는 작품은 정말 많다. 그러나 장르 고유의 매력을 고스란히 풍기면서, 감동 또한 함께 선사하는 작품은 그리 많지 않다. 물론, 서사적 구조가 훌륭한 작품을 폄하하는 건 아니다만, '장인'이라는 소리를 듣는 사람들은 대부분 후자에 속하지 않을까 싶다.
그런 의미에서, 아다치 미츠루 또한 '만화'라는 장르를 가장 훌륭하게 이해하고 있는 만화가 중 한 명이자, 그야말로 '장인'이 아닐까? 아마, 아다치 만화를 보고 한 번쯤이라도 '뭉클'해본 독자들이라면 어느 정도는 공감하리라 생각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