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답은 필요 없어 미야베 월드 (현대물)
미야베 미유키 지음, 한희선 옮김 / 북스피어 / 2007년 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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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녀가 창조한 캐릭터들은 지금이라도 당장 거리로 나서면 숱하게 볼 수 있을 정도로 평범한 이들이기 때문에 쉽사리 공감할 수 있다는 점이 좋으나, 안타깝게도(?) 그녀에겐 반짝이는 일순간을 포착하여 축약되고 정제된 언어로 묘사하는 재주가 부족한 듯 싶다.
 
앞에서 말했다시피, 지극히 평범한 캐릭터는 독자의 공감대를 형성하기 쉽다는 장점이 있긴 하지만, 구구절절한 묘사는 되려 지독한 지루함을 유발할 수 있고, 더 나아가 극이 아닌 틀에 박힌 일상, 그 자체에 대한 기록 정도로 전락할 위험 또한 안고 있다. 한 인간의 일상을 그대로 비디오로 담은 영상을 영화라 하지 않는 이유는 모든 장면이 특정 의미를 지니도록 선별되지 않았기 때문이다. 그래서 영화는 편집을 하는 것이고, 소설은 정제된 언어로 쓰여진다. 극에서 의미 없는 일상은 단순한 군더더기에 불과하고, 보통 비극적으로 글솜씨가 형편 없는 작가일수록 군더더기가 많다.
 
물론, 미야베 미유키에게 이따위 불만이야 하고 싶지도 않을 뿐더러, 애초에 맞지도 않는 말이다. 비록 그녀는 정제된 언어를 거부할지언정, 사전에 정확한 계산을 거쳐, 시시각각 시점을 바꿔가며 다양한 서술을 즐길 줄 안다. 비록 단순한 작업에 지나지 않지만, 순서도 없이 잘게 나눠진 정보가 캐릭터 사이를 오가며 하나하나씩 던져지는 광경은 그 자체로 묘한 미스터리를 자아낸다. 미야베 미유키는 이런 테크닉이 탁월하며, 그리고 드물게도 '떼극'에 굉장히 강한 작가다. 어디까지나 추측에 불과하지만, <이유>와 원고지 6천매 분량의 <모방범>이 압도적인 대표작으로 꼽히는 걸 보면, 모르긴 몰라도 완전 헛소리는 아니라고 생각한다.
 
그래서 그녀의 단편집, <대답은 필요 없어>에 큰 기대는 걸지 않았다. 혹여 기대라도 덜하면 조금 재미있지는 않을까, 싶었지만 역시나, 평범, 그 자체다. 여전히 살갑지만, 여섯 편 모두 순간적인 폭발력은 찾아보기 힘들다.
 
함께 산 <누군가>는 썩 두껍다. 기대하겠다. 정말, 미야베 미유키는 장편에 지독히 강하다.
 
ps. 별 두 개와 세 개를 놓고 고민하다 두 개로 결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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