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를 움직인 문장들 - 7년 차 카피라이터의 방향이 되어준 메모
오하림 지음 / 자그마치북스 / 2020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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구판절판


작가처럼 나역시 책이나 드라마를 보다가 마음에 꽂히는 문장을 수집한다. 때로는 나와 닮아서, 혹은 나로 하여금 깊은 생각에 빠지게 하거나 공감으로 고개를 끄덕이게 하는 문장들이 곳곳에 흩어져 있다.

작은 노트에 적었다가 틈틈이 열어보는 노트들이 하나 둘 쌓여 어느 새 일곱 권 정도의 독서노트가 만들어졌다.
나에게 특별하지만 기대보다 평범한 문장일 수도 있다.
가슴을 울리는 문장도,
어떤 이가 무심코 내뱉은 어느 예능의 한 마디도
살다보면 떠다니던 생각들을 잡아놓는 값진 보물들이다.
나의 생각을 움직이고 행동을 변화시키고 반성하게 만드는 문장들처럼 작가가 만난 보석같은 문장들과 생각을 엮어놓은 책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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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 <더 코다이 패밀리>의 주인공은 나처럼 말주변이 없고 소심한 사람이다. 말주변이 없어 상대를 초조하게 만드는 게 단점이었던 주인공은 결국 스스로 단점이라고 생각했던 모습을 빛나는 장점으로 제대로 알아봐 준 상대를 만나고 영화는 행복한 결말을 맺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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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피커의 방향만 다르다 뿐이지 우리 같은 사람이 속으로 얼마나 많은 이야기를 하는데.
주인공이나 나 같은 사람의 스피커는 안을 향해 있다. 남보다는 자신에게 할 말이 많아서, 끊임없이 질문하고, 확인하고, 시간이 더 걸리더라도 한 번 더 고민하는 과정이 편한 사람인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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겨울의 추위는 힘들지만 춥지 않으면 만들 수 없는 음식도 있다. 추위도 소중한 조미료 중의 하나다.
-영화<리틀 포레스트>

누군가에겐 춥고 척박하기만한 겨울이라는 계절이 이치코에게는 맛있는 무말랭이를 만드는 시간이 된 것처럼.
받아들이는 순간, 담담해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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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른 사람들이 어떻게 바라보는가로 나를 규정했던 지난날과 비교해 지금은 다른 사람이 알아주지 않아도 충분히 행복하다.

/
제일 좋아하는 일을 하다 지치면, 두번째 좋아하는 일이 나를 기다리고 있다. 지칠만큼 많은 것들이 나를 기다리고 있다. 그러니 실패했다 생각하는 건 너무 섣부르다.
인생은 길고, 우리는 젊고, 대안은 많다.​

/
내 삶은 때론 불행했고 행복했습니다.
삶이 한낱 꿈에 불과하지만 그래도 살아서 좋았습니다.
새벽의 쨍한 차가운 공기, 꽃이 피기 전에 부는 달큰한 바람, 해 질 무렵 우러나오는 오늘 냄새,
어느 한 가지 눈부시지 않은 날이 없었습니다.​
지금 삶이 힘든 당신,
이 세상에 태어난 이상 당신은
모든 것을 매일 누릴 자격이 있습니다.
후회만 가득한 과거와 불안하기만 한 미래 때문에
지금을 망치지 마세요.
오늘을 살아가세요. 눈이 부시게.​
당신은 그럴 자격이 있습니다.
누군가의 엄마였고, 누이였고, 딸이었고
그리고 나였을 그대들에게.
이 말을 꼭 하고 싶었어요.
감사합니다.​
<55회 백상 예술대상> 배우 김혜자 수상 소감


**이 문구를 보니 <눈이 부시게>라는 드라마를 보고 펑펑 울었던 생각이 났다.
우리가 살면서 놓치고 있는 소중한 것들에 대한 이야기.
극 중 대사를 수상 소감으로 말하면서 진한 감동과 울림을 주었던 김혜자님의 진심이 담긴 눈빛과 음성으로 또 얼마나 새롭고 비범하게 들려오던지...
그저 감사의 말이 아니라 바라보는 우리 모두에게
바로 나에게 전해주는 뭉클한 메시지였다.​

/
그런 문제도 있어. 평생 계속 계속 생각해야 되는 문제, 그래도 생각하는 걸 포기하면 안되는 문제. 그런데 정답이 없는 문제.
-드라마<카이스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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앞뒤 없는 마음보다 강력한 스킬은 없다.
착한 당신은 지구를 지키고 있는거야.처럼
당신의 눈동자에 건배.처럼
사랑에도 유효기간이 있다면 내 사랑은 만년으로 하고 싶어. 처럼

/
하나의 생각만 갖고 평생을 살아가는 사람은 없다. 우리는 살면서 자주 생각을 변화시킬 기회를 만난다.
우리는 언제나 옳을 수 없고, 타인은 언제나 틀리지 않기 때문에 이런 충돌을 겪으며 생각은 변화한다. 그러므로 영원히 옳은 나도, 죽을 때까지 이상한 너도 없다.​
우리는 이 의미있는 충돌을 겸허히 받아들이고 즐길 필요가 있다. 함께 이야기하며 변화하는 우리가 되기 위해서.

/
계속해서 던졌던 나의 인생에 대한 질문은 결국 나의 내부에서부터 해결해야 한다는 것을 이제서야 천천히 깨닫고 있다.

/
마음을 전하는 건 당연히 쑥스럽고 민망하다. 하지만 이런 감정을 우선해 대부분의 우리는 소중한 사람이 언제나 같은 자리에 있을거라는 생각으로 마음을 전하는 건 다음, 그 다음으로 미룬다. 혹은 말하지 않아도 알고 있겠거니 하며 영원히 전하지 않고 생략하게 되는 경우도 흔하다.


전하지 않으면 모른다. 어렵지도 않다.
고마워. 잘 먹었어. 맛있다. 예쁘다. 보고싶어
사랑해. 미안해.

심지어 이렇게 짧고 쉬운 말들 뿐이다.​
꼭, 늦지 않게 전하자.
말하지 않으면 모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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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런 사람 또 없습니다 - 원태연 필사시집
원태연 지음, 히조 삽화, 배정애 캘리그래피 / 북로그컴퍼니 / 2020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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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물두 살에 낸 첫 시집이 150만 부 이상 판매되며 인기 시인이 됐다. 원태연은 제목과 시가 이어지는 센스있는 시가 종종 있어서 기억에 남는다.
<넌 가끔가다 내 생각을 하지 난 가끔가다 딴생각을 해>
<손끝으로 원을 그려 봐 네가 그릴 수 있는 한 크게. 그걸 뺀 만큼 널 사랑해> 제목 자체가 시가 되어 버리는 사랑과 이별의 시로 많은 사람의 공감을 얻는다.


안그래도 보고싶어 죽겠는데
전화벨만 울려도
눈물이 날 것만 같은데
-비까지 오다니-​

시의 내용과 제목의 찰떡궁합에다가 비가 들어가는 시라서 좋아하고 외우는 시.

​기존의 시 70편과 신작 시 30편을 수록한 필사시집이다. 오랜만에 연애세포를 톡톡 건드려 주는 아기자기한 시들이 노래 가사처럼 입에 달라붙는다. 원태연의 매력이 가득한 시와 오밀조밀한 그림이 함께 하는 시집.
게다가 읽으면서 옆에 필사하는 재미까지 더해준다.


시를 읽다가 필사하는 문장들이 가슴에 오래 남는다.
내가 좋아하는 나무, 비가 들어가는 시들을 필사해 본다.


솔직한 표현이 사람의 마음을 움직이는 원태연 시인의 매력은 책과 노래, 무지컬로도 만날 수 있다. 18년 만에 출간한 시집<그런 사람 또 없습니다>를 시작으로 다시 시를 쓴다고 하니 기대가 된다.
심쿵하고 달달한 시들은 사랑과 이별을 해 본 사람이 갖는 특별한 감정들을 여과없이 그대로 적어내려 사람들의 공감을 받는 것이 아닐까.


너를 보고 있을 때도 좋았지만
니가 보고싶어질 때도 참 좋았으니까
<괜찮아>중에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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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84 (양장) 새움 세계문학
조지 오웰 지음, 이정서 옮김 / 새움 / 2020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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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84#조지오웰#새움출판

움베르코 에코는 이렇게 말했다.
"도서관의 책들은 자신들끼리도 말을 한다.가만히 귀를 기울이면 양피지들끼리 자신의 언어로 나누는 나즈막한 소리가 들려오지 않는가?"

인간이 비로소 책을 펼쳐야만 책들이 깨어난다는 시선에서 벗어나 에코는 책들끼리도 말한다고 선언한 것이다.

많은 책들이 소곤거리는 도서관에서 나의 시선으로 읽었던 <1984>소설을 새움출판사의 새로운 번역으로 만났다.

소설의 내용뿐 아니라 번역에 대한 생각을 다시 해 보게 된다. 줄곧 의역을 해오면서 독자에게 가까이 다가오려는 노력을 해왔던 민음사 번역이 일반적인 세계문학이었다. 그 이전의 번역들은 다른 번역어를 보고 다시 번역하는 단계를 거치면서 내용이 훼손되어 이해가 되지 않는 세계문학이 어렵던 시절도 떠오른다. 그만쿰 번역의 중요성이 느껴진다.

작가의 원문을 될수 있으면 그대로 복구해서 번역하려는 이정서 번역가의 노력이 돋보이는 책이다. 의역과 직역 사이에서 처음에는 전혀 맥락을 잡지 못하고 문장의 흐름이 끊어져서 읽기 힘들기도 했지만 읽다보니 또 적응이 되어간다.

의역이든 직역이든 오역만 아니라면 번역가의 재량이라는 생각이 든다. 처음 접해 읽었던 1984 책과 비교해 가면서 읽는 재미가 좋았던 시간이었다.

1984는 전체주의라는 거대한 지배 시스템 앞에 놓인 한 개인의 저항과 파멸의 과정을 그린 디스토피아 소설이다.

"이중사고란 사람의 마음속에 두 가지 상반되는 생각을 동시에 품는 것을 그리고 그 둘을 모두 받아들이는 것을 뜻합니다"

1948년에 쓰여져서 36년의 미래를 겨냥했던 1984.
지금으로부터 36년전의 과거에서 만날수 있을까

“윈스턴은 그늘과 햇빛으로 얼룩진 오솔길로 접어들었다.
나뭇가지가 벌어진 곳에 이를 때마다 내리쬐는 황금빛 햇살로 길이 갑자기 환해지곤 했다. 나무 밑에는 블루벨 꽃이 안개처럼 자욱하게 피어 있었다.
입 맟추듯 피부에 닿는 공기는 부드럽고 향기로웠다...”

태어나면서부터 보고 듣고 자라온 사회통념과 의식으로 인해 말하고 행동하기를 망설이고 의도적으로 변한다. 다른 사람의 시선을 의식하고 내 감정표출에 관여된다면 이것 역시 보이지않는 텔레스크린이 아닐까..
과연 나는 나로서 살고 있다고 말할 수 있을까?

이 책의 주제로 요약되는 "이중사고"에 대해 이해해야 한다. 한 사람이 두가지 상반된 신념을 동시에 가지며 그 두가지 신념을 모두 받아들일수 있는 능력을 의미한다. 과거를 끊임없이 날조하는 당은 정당하다고 여기며 현실을 통제한다.

조지오웰이 말하고 싶었던 것은 무엇일까?
작가는 깊어가는 페병의 고통속에서 작품을 썼다. 이 시대적 배경에는 온 세계가 권력과 자국의 이익을 위해 서로 파괴하던 제2차 세계대전의 막바지였다.

여러 시대를 겪어내며 살아온 우리가 지금은 과연 무엇을 위해 어떤 삶을 살고 있는 것일까?
태어나면서부터 보고듣고 자라온 사회 통념과 학습되어진 것들에 의해 말하고 행동하며, 색다른 것을 하고 싶을 때는 망설이고 의도적으로 변명하기도 한다. 다른 사람의 시선을 의식하고 내 감정 표출조차 조정당하고 감시되는 텔레스크린이 존재한다면 행위가 자연스럽지 못할 것이다.

하지만, 지금 곳곳에 설치된 CCTV앞에서 그다지 부자연스럽지 않은 생활을 하고 있다. 어쩌면 우리도 알지 못하는 사이에 텔레스크린의 존재에 노출되어 살고 있는지도 모른다. 철저한 통제와 조정 속에서 자기 자신을 잃고 자유의지대로 살지 못한다는 것은 무서운 일이다. 어떤 경우에서도 권력은 정당화 될수 없으며 자유는 소중한 것임을 느끼게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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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음 곁에 두는 마음 - 오늘 하루 빈틈을 채우는 시인의 세심한 기록
박성우 지음, 임진아 그림 / 창비 / 2020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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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인의 감성으로 바라보는 세상의 기록들이 잔잔하게 밀려오는 글이다.

「미숫가루를 실컷 먹고 싶었다
부엌 찬장에서 미숫가루통 훔쳐다가
동네 우물에 부었다
사카린이랑 슈거도 몽땅 털어넣었다
두레박을 들었다 놓았다하며 미숫가루를 저었다

뺨따귀를 첨으로 맞았다」
박성우<삼학년> -가뜬한 잠-


엉뚱한 삼학년 아이가 미숫가루를 혼자 먹으려고 우물에 타지는 않았을 것이다. 일하러 나간 엄마 아빠, 동네 아저씨 아줌마들과 모두 나눠먹으려는 생각으로 통크게 미숫가루를 전부 풀었을 상상을 하니 웃음이 났다.
우물물로 미숫가루만 타는 것이 아니라 밥도 하고 빨래도 해야한다는 생각에 미치지 못한 천진한 아이의 마음을 시로 적어내는 순수한 감성을 지난 사람이 박성우 시인이었다.


시인이 적는 산문의 문장은 이미 시의 문장이다.
*쑥부쟁이 줄기에 매달려 있던 가을볕이 연보랏빛 쑥부쟁이로 피어나는 시월이다..

시월을 나타내는 시인의 문장에 가만히 눈을 감고 지난 시월을 떠볼려본다. 시골에서 자라난 시인은 글의 여기 저기에 나른한 고양이의 모습이나 자연의 아름다움을 글로 풀어내는 것이 자연스럽다.

「산행을 마치고 다른 길로 돌아오는데 파란 잉크 방울을 주렁주렁 달고 있는 것 같은 작은 나무가 눈에 띈다. 노린재나무다. 딸아이와 그 친구들 덕에 시 한 편 너끈히 쓰고도 남을 마음의 잉크를 얻어 집으로 간다.」

나는 노린재나무를 본 적이 없다. 딸아이와 친구들과 산행을 하며 시간을 보내고 돌아오는 길에 시 한편 쓸만한 마음의 잉크를 얻어오는 넉넉한 마음, 시인의 시선은 열매를 보아도 잉크방울처럼 보이는 모양이다.

「시인은 책을 읽고 시를 쓰던 젊은 날, 달은 외로운 가슴에 빛이었고 길이었다고 했다. 불을 끄고 방에 누우면 달빛이 창호지 문으로 새어 들어왔는데 시인은 이 달빛을 직어 그 위에 시를 썼다고도 했다.」

시인의 유년시절의 아주 작은 기억부터 시작해서 안도현 시인이나 김용택 시인, 천양희 시인과의 만남, 아내와 딸과 소소하게 사는 이야기, 시를 짓는 사람으로서의 여러 감상들을 편안하게 쓴 글이다.

읽고 싶을 때 어디든 펴서 읽으면 마음이 움츠러드는 요맘때 즈음, 차가워지는 가을바람에 마음이 누그러질 것 같은 온화한 글들이다.

<마음 곁에 두는 마음>
제목에서 풍기는 시인의 내적인 따스함이 충분히 담겨있다. '곁'이라는 말에서 주는 잔잔하고 포근한 마음,
누군가에게 곁은 내어주는 평안함과 안온함,
어릴 적에 바라보던 뜰과 마당, 나무와 햇볕, 그리고 나른한 오후를 즐기는 고양이나 새들이 마구 찾아와 주는 글들이라 읽는 내내 얼굴에서 미소가 떠나지 않는다.

시를 필사하며 시인의 마음으로 살고 싶은 내 마음과 비슷해서 아끼며 읽었다. 특별한 사람이 시인이 되는 것은 아니듯, 또 누구라도 시인이 되는 것은 아니지만, 간절함이 빚은 시인의 길들이 빛나는 삶의 언어들이 가을낙엽처럼, 겨울 눈처럼 쌓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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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녕, 소중한 사람
정한경 지음 / 북로망스 / 2020년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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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 날개에 써진 작가 소개글부터 가을감성에 제대로 꽂혀 책장을 넘기게 만든다. 작가처럼 멋진 말로 내 소개를 하고 싶어진다. 시인감성을 입은 에세이.

정한경​
자주 머무른다.
자세히 들여다본다.
천천히 걷는다.
자꾸만 돌아본다.
내내 그리워한다.
어떤 종류의 흔적이라도 남았다면
그것으로 족하다.
그렇게 믿는다.


글을 읽다가 생각해보니, 진정한 위로를 한답시고 힘든 사람에게 자꾸만 힘을 내라며 일어서는 방법을 알려주려 했던 젊은 날이 있었다. 살아가면서 내가 힘들 때 제대로 된 공감과 위로를 받아보고, 사람들의 입바른 소리가 상처에 소금을 뿌리는 일이라는 것을 알게 된 이후로 섣부른 위로를 하지않으려 노력한다. 아프고 힘든 사람이 제대로 바른 길과 방법을 알지 못해서가 아니라 그저 잠시 쉬는 중이라는 것을 알아주는 사람이 되고 싶다.

입바른말이 반드시 좋은 말이거나 옳은 것이 아닌데 가르치는 직업병인지 종종 가르쳐 주려 애쓴다. 그런 말을 들었을 때 얼마나 힘들고 아팠을지를 생각한다면 따스한 온기를 전해준 이후에 해도 늦지 않다는 것을 기억하기로 한다.

일어설 힘조차 없는 사람에게 일어서는 방법을 알려주거나 주저앉아 울고 싶은 사람에게 울지 않는 방법을 알려주는 것보다 진심어린 마음으로 손을 잡아주고 곁에 있어주는 것으로 충분하다. 내 곁에 있어주는 그 한사람으로 살아갈 힘을 얻는다.

세상을 살아가는 것은 쉽지 않고 시간이 흐를수록 책임져야 할 것은 많아지고 고민은 늘어간다. 진정한 위로와 진정한 어른이 된다는 것은 울음을 삼키는 법이 아니라 울고 싶을 때 울 수 있는 용기가 필요하다는 것을 알아가는 일인지도 모른다. 그것은 주저앉는 게 아니라 오히려 살아갈 힘이 되어주는 것이기에..

지금의 상태만을 판단하고 조언하는 사람들의 말이 힘들었다. 지금 잠시 아파하고 나면 나아질텐데 그 시간을 기다려주지 못하고 진단하고 처방까지 내리는 사람들은 공감을 하는 것이 아니다. 그런 해결책은 아픈 사람을 잠시 안아주고 난 후에 해도 늦지 않다. 자신의 아픔을 그 모습 그대로 바라봐 주는 사람이야말로 나를 사랑해주는 사람이다. 가장 조심해야 할 것이 섣부른 충고라는 말에 고개를 끄덕였다.

"충고는 공감의 뒷자리에 어울린다."

사람이든 사랑이든 잃고 나서야 배우는 것들이 생겨난다. 그것이 나쁜 일만은 아니다. 잃고 나서야 배우는 것들의 소중함에 대해서, 그리고 나와 우리, 살아가면서 맺는 사람들간의 사랑과 이별의 감정과 상처에 대해 위로하는 잔잔한 에세이다.

보통의 하루가 지나면서 그런 일들이 따분했을 때 올 한해 코로나19로 인해 잃어버린 시간의 그 무료함마저 소중해지고 그리웠다. 모든 순간들이 당연한 것은 없었고, 그런 순간들이 기적이었음을 잊고 살아간다.
풍경을 가까이에서 바라보면 아름다움을 알지 못한다.
꽃은 가까이에서 보아야하지만 멋진 풍경은 그 안에 속해 있을 때에 제대로 볼 수 없는 아름다움이 있다. 한걸음 멀리 내 인생을 바라보고 다른 사람을 바라볼 수 있다면 같은 생각을 하는 사람들과 사랑하며 이해하며 살아갈 수 있지 않을까.

지금 당장에 어떤 문제를 해결하려고 급하고 두려운 마음으로 인생을 살아가는 것이 아니라 할 수 있다는 믿음으로 힘을 내라고 한걸음 갈 수 있는 용기를 전한다. 아팠던 마음을 알아주고 진심어린 위로와 공감으로 소중한 나와 우리를 지켜나가는 마음가짐에 대한 사랑스런 속삭임이다.

"살아간다는 것이 당연하지 않게 되는 순간이 있다.
무엇에서도 의미를 찾을 수 없고
어떤 말로도 위로가 되지 않는 새벽이 있다.
삶의 무게가 감당할수 없을만큼 가슴을 짓눌러
전부 놓아버리고 싶은 그런 날.
누구에게도 보이지 못한 숨겨 둔 마음을 끌어안고,
토해내는 한숨으로 긴 새벽을 간신히 버텨내는 당신에게
특별하진 않더라도 한결같은 사람으로
작은 온기라도 전할 수 있는,
당신에게 나는 그런 의미이고 싶다
그러니까
도망 와, 나에게."

어떤 고백*가을 이맘때가 되면 약해지는 내 마음을 대변해주는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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