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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일 아침에는 정말 괜찮을 거예요 ㅣ 시요일
시요일 엮음 / 창비 / 2021년 3월
평점 :
가끔 살아있다는 것을 망각하고 있다. 문 하나만 열고 나가면 세상인데 그 문 하나 열고 나가는 일이 이토록 커다란 결단과 용기가 필요한 일이 되었다. 조심스럽고 어렵사리 눈치를 보며 문밖을 나가 살아가는 모습이 길들어가는 동물같기도 하고, 하나씩 키우는 식물같기도 하다. 살아있는 식물인지 조화인지 알수도 없을 만큼, 정교한 식물들처럼 사람 사는 일이 혼자 먹고, 혼자 말하고, 혼자 잠드는 일에 익숙해져간다.
서로 얼굴을 맞대고 웃어보는 일도 점점 사라지고 우물에 갇힌 듯 답답한 세상이다. 잘 지내냐는 안부를 묻기도 조심스러운 날들에 창밖 풍경이라도 근사하면 좋으련만 미세먼지로 뿌연 하늘과 답답하게 막힌 아파트 숲이다. 깊은 밤하늘에 반짝이는 별들을 바라볼수 도 없이 희뿌옇다.
다행히 봄이다.
언 땅이 녹고 겨울동안 세상이 숨겨놓은 가장 여린 연두와 노랑 싹들이 초록이 되기 위해 아장아장 걷는 아가들처럼 선물같은 계절이다.
마치 해묵은 마음을 떨쳐버리고 집 밖으로 나오라는 봄의 초대장처럼 느껴진다. 이왕 봄이 되었으니 살아있는 꽃처럼 내 삶의 시계를 멈추지 말고 아름다운 꽃으로 열어가고 싶다.
허무한 절망을 노래한 시도 있고 색이나 향기로 피어오르는 사랑과 자연을 이끌어낸 시, 고독한 마음을 읽어주는 시, 무심코 지나가는 내 슬픔에 어루만져 주는 고마운 시, 손을 잡아주고 어깨를 다독이는 시들이 조용히 피어오른다.
이 봄에는 가볍게 시를 얹고 싶다.
나뭇잎 하나따서 '온다 안온다, 좋아한다 싫어한다'를 점치던 그 시절처럼 사랑하는 시들을 하나둘 베어물면서 잘 지내고 싶다.
양장본으로 기존 시인들이 발표한 시집 중에서 출중한 시들을 묶었다. 시요일이 준비한 소중한 시들이 포근한 봄날, 나에게 날아들었다.
눈뜨고 일어나면 내일 아침에는,
오늘 아침에는 정말 괜찮을거예요..처럼
괜찮은 일들이 가득했으면 한다.
자박자박거리던 마음의 우물이 찰랑거릴때까지
오래오래 읽고 싶은 시집이다.
쉽게 읽어지는 시들도 있지만 오래 곱씹을수록 좋은 시들이 다른 시집에 발표된 시들 중에 골라 모아서 대체적으로 아름답다.
제목들만 읽어도 시인의 마음으로 앉아있게 된다.
눈을 감고 생각 담요를 덮고 단단한 고요 속으로,
벽 속의 편지로 들어가 기억을 버리기도 하고
공원을 거닐기도 하고
흐린 날의 침대를 바라보기도 한다.
혼자가 되기도 하고 눈물의 입구를 찾기도 하다가
결국 아프지 않기 위해 햇빛을 보고 가끔은 기쁘며 사랑스런 추억 속으로 들어가 상처가 되지 않는 바람으로 사라진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