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를 살리는 말들 - 너무너무 힘들 때 듣고 싶은 그 한마디
이서원 지음 / 예문아카이브 / 2020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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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상에는 말을 잘 하는 사람도 많고
글을 잘 쓰고 그림을 잘 그리고 노래를 잘 하는 다양한 사람들이 있다. 하지만 말을 따스하게 할 줄 아는 사람은 그리 많지 않다. 농담처럼 내뱉은 그 말 하나로 관계가 틀어지는 일들을 자주 보고 듣고 중재를 해주는 사람이다. 그가 설명하고 가르치려는 것이 아니라 잔잔하게 자신의 내면을 드러낸 둥근 언어들이 네모에 갇힌 귀와 마음의 모가 난 자리에 잘 들어맞는다.

내가 가장 듣고 싶은 말을 상대에게 해 주는 배려와 남에게 해 주고 싶은 말이 어쩌면 상대가 가장 듣기 싫어하는 말일수도 있다는 생각을 하게 된다.

책을 읽고 서평단을 하다보면 표지가 이쁘거나, 제목이 좋거나 유명한 작가나 출판사에 꽂히게 되는 경우가 있다. 반대로 그 중에 하나라도 걸리지 않는 책을 만나면 둥한시하게 되는데 그러한 편견과 선입견이 사라져버린,, 읽다보니 의외로 좋은 책이었다.

작가의 여러가지 의미있는 에피소드를 통해 내 안의 말들과 덕분에 생겨난 사랑의 언어와 공감의 언어들이 감사했다. 어떤 외로움을 보면서 외로움에도 격이 있다는 생각을 했다는 부분이 꽤 낭만적인 이야기로 들렸다.

사람은 혼자 있어서 외로운 것이 아니라 혼자 있지 못해서 외롭다는 말을 읽은 적이 있다. 혼자 있을 수 있는 외로움은 혼자 있을 수 없는 보다 더 나은 외로움이다.
외로움은 내 바깥에 누가 없어서 생기는 감정이 아니라, 내 안에 내가 없어서 생기는 감정이다. 그래서 외로움은 충만한 내가 생기기 전까지 모든 사람이 안고 살아야 할 숙명적인 감정이다. 어차피 외로움이 숙명이라면 더 나은 외로움을 느끼는 편이 낫다. 그것은 내가 내 속의 나를 만나는 일부터 시작되어야 한다.
나는 나와 사이가 좋은가. 그렇다면 나는 지금 더 나은 외로움을 겪고 있는 것이다. 그러니 괜찮다. 앞으로 더 나은 외로움이 될 일밖에 없으니까.

혼자 있어도 외로움을 모르고 살았다. 내가 나로 살아가는 것이 기쁘고 내가 해야할 일과 할 수 있는 일이 있다는 것이 늘 즐거웠다. 딸이 필요할 때 든든하게 곁에 있는 엄마라서, 모르는 것을 가르쳐줄 수 있어서, 힘들 때나 기분 좋을 때 그 조잘거림을 들어줄 수 있어서 외롭지 않았다. 세상의 소나기가 퍼부을 때 쓰러지지 않고 내 길을 갈 수 있도록 내면의 강인함을 키워준 것은 그 동안 살면서 받아온 사랑과 신뢰덕분이라는 것을 깨달았다.

살다보면 말로 상처를 주고 받은 관계가 참 많다. 사랑하는 부부사이와 부모와 자식 관계에서 이루어지는 다양한 상담을 통해, 그리고 자신의 경험담을 솔직하게 털어놓으면서 제대로 살아가는 법을 적어놓은 책이다.

둥근 세상을 네모 반듯한 개념과 당위라는 틀 안에 가두고 살다보니 삐죽한 모서리에 치일 때마다 아프고 상처가 되었다. 둥근 세상을 그저 둥글게 바라보면 즐겁게 살아갈 수 있다는 따스한 질문을 계속 던져준다.

사람의 진짜 모습을 알려면 두 경우를 보면 된다. 지쳤을 때와 화났을 때이다. 이때는 이성이 작동하지 않고 익숙한 습관이 나온다. 습관은 특정 상황에서 오랫동안 일관되게 느끼던 감정과 그에 따르는 행동으로 이루어져 있다.
여유 있을 때나 기분이 좋을 때는 그 사람이 누구인지 알 수 없다. 이성이 작동하여 얼마든지 자신을 좋게 포장하고 통제할 수 있다.

사람이 언제나 잘나갈 수도 없고 살다보면 어려운 일도 겪고 늪에 빠져 허우적거리고 벼랑끝에 내몰리는 참담한 일도 만나게 된다. 그럴 때 가까운 사람의 위로와 말로 그 힘든 시간을 버티고 견딜 수 있다.

작가는 군대 시절 선임으로부터 모진 말을 항상 들어왔다고 한다. 항상 화난 표정과 날카로운 말투로 잘한 것을 빼고 못한 것만 콕콕 찍어서 지적하는 선임의 말을 들을수록 자존감이 바닥을 쳤다. 선임하사 덕분에 작가는 세상에서 그런 네모진 말을 하지 않겠다고 맹세를 했다. 표정을 바꾸고 말투를 부드럽게 하고 지적하는 말 대신 괜찮은 면을 칭찬해 주고 듣는 사람의 마음을 편하게 풀어주는 대화를 하기 시작했다.

세상에는 둥근 말을 하는 사람보다는 네모난 말을 하는 사람이 더 많다. 네모난 말이 정확하고 맞는 말이라고 해서 그런 말을 해야 상대가 반성하고 행동을 고친다고 생각하지만 착각이다. 사람들은 네모진 말에 다치고 분노를 느낀다. 대신 둥근 마음을 품은 부드러운 말은 사랑으로 대하고 스스로 돌아보며 행동을 고친다.

말의 습관은 무섭다. 자신의 모습을 들여다 볼 수 없기에 듣는 사람의 입장을 모르고 상처를 주기도 한다. 조금 더 생각하고 한번 더 살펴서 네모진 말 습관을 버려야 한다.

사람은 말한마디로 죽었다가도 말 한마디로 힘을 얻고 살아난다. 세 치 혀에는 칼이 들어 있고 꽃도 들어있다. 나에게 그리고 가까운 이에게 꽃을 주고 싶다.

평생에 상처가 되어 못박히는 말도 있고, 인생에 가장 행복한 말로 기억되기도 한다. 작가의 순수함 속에 담겨진 인생의 가장 중요한 것이 무엇인지 질문하며 다양한 말로 풀어낸 에세이다.

사람마다 피어나는 꽃의 온도가 다르듯이 피어나는 시기도 다르다. 매 순간 빛나는 한 인간으로 살아가기 위해 아름다운 내 인생의 꽃을 발견하고 꽃을 피우기 위해 따스한 온기로 나를 품어주는 시간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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