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상이 의미 부여 - 시베리아 횡단 열차에서 찾은 진짜 내 모습 일상이 시리즈 4
황혜리 지음 / 책읽는고양이 / 2021년 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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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대를 보내는 끝자락에서 선택한 9박10일의 여행이 시베리아 횡단 열차를 타는 것이었다는 프롤로그를 읽는 내내 지나간 젊음을 되돌아 보았다.

일상에 의미를 부여하며 인생을 설계하고 새로운 곳으로 떠나면서 계획하는 소소한 것들에 함께 설렌다. 기차에 몸을 싣고 시베리아 횡단 열차에 동승하는 기분이 들 정도로 실감나는 에세이였다.

나에게도 기회가 온다면 무조건 어디로든 떠나고 싶다. 여전히 겁이 많은 사람이라 옆에 든든한 친구가 필요하다. 아마도 여행을 떠나본 가 또 다시 짐을 꾸리고 다음 여행을 설계하게 될 것이다. 먹어본 사람이 음식 맛을 알아차리듯이 여행하는 즐거움 역시 만끽하고 누려본 자들이 차지하는 특권이다.

꽉막힌 열차에서 2박3일을 지내야 하는 시간에도 철저한 루틴을 세웠다.
무조건 즐기고 실컷 자고 쉴 것,
하루 한끼만 먹고 군것질을 할 것(기차 안에서만 있어서 소화가 안되기에)
열차밖 풍경을 마음껏 사색할 것
좋아하는 노래를 들을 것
챙겨 온 책을 읽을 것
매일 일기를 쓸 것.

열심히 일한 자가 충분히 쉬려고 떠난 겨울의 러시아 여행은 그저 놀고 쉬는 그 자체였다. 평범하고 여유롭게 다니면서 그 안에서 따스한 사람의 온기를 느끼며 행복한 여정을 솔직담백하게 풀어냈다.

장거리 여행을 하려면 체력이 따라주어야 할 것 같다는 것도 배웠다. 낯선 도시를 찾아 다니며 일정을 소화하기 위해서는 짐을 들고 걷고 돌아다닐 체력은 기본 옵션이다. 이래서 젊을 때 여행을 다니는 것이 여유로울 수 있겠다는 생각까지 미치게 되자 조금은 자신감이 하락한다.

하지만 낯선 여행지에서 건네받는 따스함을 전하는 장면은 눈에 보이는 듯 온기가 느껴졌다. 사람의 인상을 볼 때 눈빛에서 오는 그 느낌이 중요하다. 언어는 통하지 않아도 진실한 마음은 통하기 마련이다. 부족하고 도움이 필요한 순간의 간절함을 알고 도와주는 다른 국적의 사람들을 만나 여행의 감동은 더욱 짙게 물들어간다.

올 겨울은 유난히도 눈이 많이 내렸다.
여기 저기 눈이 쌓이고 겨울나무에도 눈꽃이 피어나 겨울 왕국을 이루어 하얀 설국을 오래 볼 수 있어 행복했다. 눈으로 덮여 있는 러시아 여행은 얼마나 고요하고 적막하며 춥지만 멋지고 행복할지 상상이 되지 않는다.

눈이 펑펑 내리던 날에 따스한 커피를 마시듯이 그 곳에서도 마주 앉아 커피를 한잔 나눌 수 있다면, 하얀 눈위에 사랑하는 사람에게 안부를 전할 수 있다면 더욱 멋진 여행이 될 것 같다.

조용한 눈이 소복히 내리는 날에는 속마음을 꺼내어 진실을 나누고 싶다. 하얀 눈송이가 내 이야기를 듣고 그대로 묻어주어 온전히 비밀을 지켜줄 것 같은 눈의 세상을 한없이 상상해 보게 만드는 책이다.

책읽는 고양이 출판사의 책은 여러번 읽고 서평을 했는데 책을 작고 가볍게 만들어서 휴대하며 읽기 좋다. 어릴 적에 가방에 시집하나 넣고 다니는 것처럼 부담없이 꺼내 어디서든 읽을 수 있게 아기자기하게 만들어 주니 책읽을 맛이 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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