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스터리 세계사 - 세상을 뒤흔든 역사 속 28가지 스캔들 테마로 읽는 역사 3
그레이엄 도널드 지음, 이영진 옮김 / 현대지성 / 2020년 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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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실 나는 세계사에 그리 해박한 지식이나 관심을 갖고 있는 편이 아니다. 이 책을 통해 조금이나마 부족한 세계사에 관심을 갖고 싶었던 것 같다. 세상을 뒤흔든 역사 속 중요한 사건과 인물에 얽힌 미스터리를 다루었다는 책 소개에 솔깃했다. 우리가 친숙하게 알고 있는 많은 것들이 실은 허위와 날조된 것들과 수많은 의혹 투성이라는 점에 호기심이 생겼다.

제대로 기록되고 해석된 기록으로서의 역사일까? 궁금한 이야기들을 한데 엮어 흥미롭게 풀어냈다. 어디서부터 시작된 가짜 이야기로 의심을 받게 되었는지 반대 의견들도 여러 저서들과 비교하고 점검하며 이야기의 신빙성을 높였다. 던져진 화두들 중에 절반 가량은 내가 알지 못하는 세계의 역사적 사실이라서 접근이 쉽지 않다.
조금 얄팍하게나마 알고 있는 내용에 집중적으로 관심을 갖고 읽게되는 것은 어쩔 수 없었다.

학창시절 볼프강 아마데우스 모차르트의 영화를 본 기억이 있다. 모차르트를 죽인 것이 라이벌이자 친구같은 살리에리로 추정되는 것으로 끝이 난다. 많은 사람들이 질투에 눈이 멀어 작곡의 능력이 뛰어난 천재 모차르트를 살리에리가 독살한 것으로 알고 있지만 그건 사실이 아니라고 한다. 이미 모차르트는 여러 질병에 시달리고 있었다. 살리에리는 모차르트의 부인이 아들을 맡겨 음악 공부를 시킬 정도로 믿는다는 것으로 살인 의혹에서 먼 사람임이 밝혀졌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온갖 소문에 의해 정신이 쇠약해져 우울증으로 고생하다가 치매를 앓게 되었다.

진실과 마주하지 못하고 오해가 만들어 낸 사회적 비난은 한 사람의 인생을 피폐하게 만든다. 2인자의 대명사로 떠오르는 살리에리가 억울하게 살인자의 오명을 갖게 된 것이 안타깝다. 역사적으로나 현재를 보나 떠도는 근거없는 소문들은 진실이 무엇인지 알아보기도 전에 빠르게 전파해 나가는 무서운 사회의 맹독이라는 생각이 든다.

신체적으로 건강하지 않았던 모차르트는 이미 매독, 장티푸스,천연두, 폐렴, 기관지염, 세 차례의 류마티즘 열병을 겪다가 1791년 11월에 들어 급작스럽게 쇠락해졌다. 당시 겨우 35세였다. 실은 병석에 눕기 시작할 때부터 자기 아내 콘스탄체에게 횡설수설하며 스스로 독살설 루머를 퍼뜨리기 시작했다.

살리에리는 자신을 살인자로 낙인찍은 악의적인 소문에 정신적으로 짓눌려 지냈고, 그의 음악도 뒤에서 몰래 비웃는 이들로 인해 발목이 붙잡혔다.

많은 이들이 고대 세계의 7대 불가사의 중 가장 오래된 피라미드를 보기 위해 이집트로 여행을 간다. 그 곳의 건축물 피라미드에 대한 여러 가지 의문점을 풀어내는 내용은 공부하듯이 줄을 그어가며 읽었다. 그 이전에 이집트에 딱딱한 화강암을 자를 수 있는 철기는 없었다. 기껏해야 구리 뿐이었는데 정교하게 벽돌을 자를 수 는 없었다. 여기에서 역사를 연구하는 여러 학자들의 다양한 논쟁이 오간다. 어쩌면 딱딱한 화강암같은 자연석이 아니라 석회암이나 응회암 종류를 반죽한 인조석에 관심을 두고 문제를 풀어내는 과정이 흥미로웠다.

그가 다음 단계로 발견한 것은 나무틀의 내용물을 누르고 있는 모습이 나오는 벽화에 쓰여있는 '액체돌'이라는 상형문자였다.
그래서 그는 다시 대피라미드를 구성하고 있는 벽돌들에 관심을 돌렸고 석회암에서 매우 일반적으로 발견되는 패석 침전물들이 자연 퇴적물처럼 가지런하게 놓여 있지 않고 액체 안에서 뒤섞인 것처럼 뒤죽박죽 돼 있다는 사실을 깨달았다. 그렇다면 이 석회암 벽돌이 사실은 인조석이었다는 것인가?

따라서 증거에 따르면, 기저 피라미드들을 건설한 이들은 헌신적이고 자유로운 이집트 노동자들이었음을 알 수 있다. 그리고 다비도비추 교수가 맞다면 그들은 석회석 가루로 만든 자신들의 '레고' 벽돌을 점점 수를 줄여가며 구조물을 높여갔다.

스톤헨지에 관련한 내용은 흥미롭기도 했지만 잘 몰라서 인터넷을 참고했다. 고시대의 유물격인 스톤헨지는 지붕이 있었던 것으로 추정하고 원형의 구조물이라고한다. 지금 보이는 것은 구석기시대의 고인돌 느낌이다. 해가 뜨는 시간에 따라 광경이 다르게 보이는 멋진 곳이었다.

디양한 인물과 사건들을 다루는 세계의 미스터리들을 접해볼 수 있는 기회였다. 학교 교과사에서 배웠던 고루한 역사에서 벗어나 진짜 역사의 생생함 속으로 들어가보는 기분이 들었다. 과연 이것은 진실일까?
역사는 의심해 본 적이 없는 사실 그대로를 믿고 배워왔는데 이렇게 다양한 시선을 통해 토론하고 의문을 파헤쳐간다면 얼마나 호기심을 자극하고 생생한 체험공부를 하게 될까.
세계와 우리나라 역사와 유적들에 관심을 갖게되고 숨겨진 진실들을 만나보는 미스터리 세계사 도서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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펭귄은 펭귄의 길을 간다 - 수십 번 넘어져도 다시 일어나면 그만
이원영 지음 / 위즈덤하우스 / 2020년 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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펭귄을 떠올리면 뒤뚱거리는 모습이 너무 귀엽다. 짧은 날개와 다리로 둥근 몸을 지탱하며 위태하게 서 있는 펭귄은 사실상 걷기 힘든 몸의 구조를 가졌다. 하지만 누구보다 열심히 자신의길을 가며 이웃과 함께 어우러져 살고 있는 모습이 감동적이고 사랑스럽다. 
겨울 눈을 보기 힘들었는데 남극 펭귄 덕분에 남극의 눈을 실컷 보게 되었다.

"가도 가도 끝이 보이지 않지만
펭귄은 결국 바다를 건널테니까"
펭귄은 펭귄의 길을 간다​-이원영 글•사진

 눈을 살짝 위로 부릅뜬 펭귄모습은 
심술부리는 모습같아 너무 귀엽다. 어쩔?^^;;;
집에 오는 아이들이랑 딸 친구들에게 보여주며
함께 많이도 웃은 사진 중의 하나~~
이건 어디에서 뿜어져 나오는 당당함일까?

이 사진은 마치 춤이라도 추는 듯한 느낌이다. 
뭔가 기분 좋은 일이 생겼니??^^
룰루랄라~~♬♪♪
 
보기만해도 시원한 눈밭이 펼쳐진다. 
거기에 시원한 남극의 바닷 속으로 풍덩~~!!
우왕..부럽당^^

 이 아이들 어쩔거냐며..ㅎ
어느 것이 눈이고 어느 것이 펭귄인지
 분간이 안 될 정도로 온통 희고 하얀 풍경 속이다. 
다들 같은 포즈로 어디를 가는거니??^^

남극에서 극지 동물의 생태를 연구하는 직업이라면 어떨까 곰곰이 생각해 보았다. 잠시동안 바라보는 일이라면 흥미롭고 경이롭겠지만, 추운 남국에서 온통 눈밭과 펭귄과 물범 뿐인 세상이라면 문득 외로움에 젖어들 것 같다. 작가는 펭귄과 물범 등을 관찰하면서 처음에는 잘 그려진 풍경화를 보는 듯한 느낌이었다고 한다. 정말 나 같아도 처음에는 흠뻑 빠져 들었을 것 같다.

"어떻게 살아야 할까 막막할 땐 펭귄을 떠올린다. 하루하루 묵묵히 걷고 또 걷다보면 어딘가에 다다르는 날이 오겠지. 그러다보면 뭐라도 되어있지 않을까 싶다."

펭귄은 대체로 암수의 외형이 비슷하다고 한다. 겉으로 봐서는 알을 품고 있는 녀석이 엄마인지 아빠인지 구분은 잘되지 않지만 흰 가슴에 잔뜩 묻은 얼룩으로 보아 꽤 오랫동안 둥지에서 알을 품고 있었다고 짐작할 뿐이다. 알을 낳는 건 엄마지만, 그 뒤로 알을 품는 일은 엄마와 아빠가 교대로 한다. 참 따뜻해 보이고 묵묵하고 믿음직한 책임감이 느껴진다.

"사람들은 동물에게서 보고 싶은 면만을 골라서 본다. 그리고 인간의 관점에서 그럴 듯한 의미를 찾는다. 하지만 동물은 사람에게 교훈을 줄 생각 따위는 없다. 그저 자기들의 방식으로 살아갈 뿐이다."

얼마 전 극장에서 <해치지않아>라는 가족 영화를 딸과 함께 보았다. 그 곳에서 갇혀 지낸 북극곰을 캐나다의 좋은 환경으로 보내주는 내용이 인상적이었다. 실내체험 동물원이라는 명목으로 각종 희귀 야생동물을 가둬두는 것도 모자라 만지고 품에 안고 사진을 찍는 체험을 한다. 실제로 서울의 한 쇼핑몰에 칠레나 페루 해안에 서식하는 홈볼트 펭귄이 갇혀 있다고 한다. 어쩌다가 한국에까지 오게 되었을까? 우리도 펭귄을 원래 살던 환경과 비슷한 곳으로 돌려 보내기 위한 노력을 해야하지 않을까?

올 겨울은 유난히 따뜻하다. 이제는 점점 이런 겨울이 더 많아질텐데 남극의 겨울 눈도 얼마나 지켜낼 수 있을지 갑자기 걱정이 된다.

최승호 시인의 시집 <펭귄> 중에서 [벌]이라는 동시의 구절을 함께 나누고 싶다.

손 들어!
손이 없는데요.
그럼 날개 들어!
알았습니다. 선생님

펭귄의 짧막한 손은 팔일까 날개일까?^^
지느러미일까?^^
신체적 특징을 잘 나타낸 귀여운 시에 싱글벙글 미소가 만개한다. 
펭귄이 실제로 하늘을 날아다니는 것이 아니니 날개라고 하기엔 뭔가 부족해 보인다. 
물 속에서 만큼은 신나게 날듯이 헤엄을 칠수 있으니 지느러미 팔일까?
날개지느러미일까?^^

펭귄의 삶을 보며 쉬엄쉬엄 걷기도 하고 때론 멈춰서 눈보라를 피하기도 하고 스윽 지나치는 펭귄의 모습. 쉬지 않고 길을 가는 펭귄에게 삶의 묵묵함을 배운다는 작가의 말처럼 눈밭에  쓰러지더라도 다시 일어나는 힘을 펭귄에게서 얻어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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명화와 함께 읽는 셰익스피어 20 - 4대비극, 5대희극 수록 현대지성 클래식 4
윌리엄 셰익스피어 원저, 찰스 램.메리 램 엮음, 김기찬 옮김, 존 에버렛 밀레이 외 그림 / 현대지성 / 2016년 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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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동안 글밥이 많고 흑백의 삽화가 들어간 현대지성 클래식도서를 읽었다면, 이번 책은 셰익스피어 비극과 희극을 포함한 대표작 20편이 컬러풀한 명화와 함께 곁들여져서 눈이 즐거운 책이었다. 줄거리를 알고 있지만 어렴풋한 기억이 맴도는 내용도 다시 읽으니 재미가 배가되고 새로웠다. 책 표지는 명작 중의 명작 <로미오와 줄리엣>의 한 장면이다.

셰익스피어의 초상화로 시작해서 다양한 작품이 수록되어 있다. 세계적인 극작가의 작품을 한데 모아놓은 책이라 더욱 흥미로웠다. 드라마도 새드 앤딩이 더 오래 기억에 남는 것처럼 4대비극이 더 오래 기억되는 내용이 많았다. 그 외 대표작으로 말미에 수록된 <로미오와 줄리엣>이 왜 4대 비극에 들어가지 않는지 의아할 정도로 내게는 너무도 비극적이고 슬펐다. 아마도 원수지간이었던 두 가문이 자녀들의 사랑으로 인한 죽음 앞에서 결국 화해를 했기 때문일까.

4대비극
<햄릿><오셀로><리어왕><맥베스>

그를 가장 괴롭게 한 것은 아버지의 석연치 않은 죽음이었다.
그가 보았던 아버지의 유령은 계속 그의 상상 세계에 출몰했고, 살인자에게 복수하라는 신성한 명령을 이루기까지 그는 쉬지 못했다. 복수가 연기되는 모든 시간이 일종의 죄를 짓는 것처럼 느껴졌고, 아버지의 명령을 어기는 처사로 생각되었다.---햄릿

햄릿은 배신 행위를 알아채고 문을 닫으라고 명령했고, 그러면서 원인을 찾았다. 레어티즈는 그에게 자신이 배신자라고 자백했다. 그리고 햄릿이 자기에게 상처를 입혀 목숨이 얼마남지 않은 것을 느끼고 자신의 배신 행위를 고백하고, 어떻게해서 음모의 희생자가 되었는지를 고백했다. --햄릿

이아고는 교활했고 인간 본성을 깊이 연구한 터라 사람의 마음을 괴롭히는 모든 고통 가운데 (신체의 고통을 훨씬 초월하는) 질투의 고통이 가장 참을 수 없는 것이며 가장 매서운 가시를 가지고 있음을 알고 있었다.--오셀로

공기처럼 가벼운 사소한 일이 질투 어린 증거가 되면 성경처럼 강력한 법으로 변한다. 아내의 손수건을 카시오가 들고 있었다는 사실은 기만당한 오셀로에게 어떻게해서 카시오가 그것을 얻게 되었는지를 한번 알아보지도 않고서 두 사람에게 사향선고를 내리게 만들 정도로 충분한 이유였다.---오셀로

권력이 아첨에 넘어갈 때 명예는 평범해진다. 리어왕이 아무리 위협한들 이미 목숨을 그의 처분에 맡긴 켄트에게 두려운 일이 무엇이겠는가? 분명 위협은 직언의 의무를 가로막지 못했다.---리어왕

허위와 위선이 선한 태도와 타협할 수 없는 것처럼 참된 사랑과 절개는 악한 태도로도 떼어놓을 수 없는 것이다. ----리어왕

5대희극
<베니스의 상인><말괄량이 길들이기>
<한여름 밤의 꿈><뜻대로 하세요>
<십이야>

안토니오, 나는 생명만큼 소중한 아내와 결혼했네. 그러나 나의 아내와 온 세상이 내게는 자네 생명보다 귀하지 않네. 자네를 구할 수만 있다면 모든 것을 잃어버려도, 여기 악마에게 주어버려도 좋겠네. ---베니스의 상인

하지만 이젠 삶이 변해 버렸어. 사랑을 비난했던 일을 참으로 반성했다네. 사랑을 조롱한 복수로, 사랑이 내 매혹된 눈에서 잠을 쫓아내 버렸네. 프로테우스. 사랑은 강력한 군주로서 나를 매우 겸손하게 만들었네. 고백하건대 사랑의 징계만큼 비통한 일이 없고, 그에게 봉사하는 것만한 기쁨이 없다네.----베로나의 두 신사

작품 속에 사랑과 이별, 욕망과 배신 그리고 질투과 용서가 반복되어 나오는 것을 보면서 인간의 사랑이란 얼마나 초라하고 볼품없는지 망연자실한 기분이 들었다. 아버지의 사랑이라고는 아첨하는 딸들에게 속는 것이고, 막내 딸의 진심어린 사랑을 모르는 <리어왕>을 시작으로 가문의 몰락을 보여준다. 사랑하는 선왕을 죽이고 그의 형제와 결혼한 부도덕한 햄릿의 어머니, 유약한 <햄릿>의 이야기는 정말 비극의 정수같았다.

<오셀로>는 사랑하는 부부사이에 질투라는 감정을 매개로 이간질하는 자의 계략으로 부인을 의심과 부도덕함으로 몰아 결국 죽음을 보고나서야 진실을 알고 후회를 한다. 어리석고 부질없는 사랑의 형상들에 화가 나고 답답했다. 비극을 지나 희극을 읽으며 한결 분위기가 밝아졌지만 <말괄량이 길들이기> 굳이 아내 카타리나를 길들여 순종하는 여자로 만들어가는 과정이 불편했다. 현대소설이 아닌 고전이니 어쩔 수 없는 시대였겠거니 하면서도 속에서 작은 반항심이 꿈틀거렸다. 반면에 사랑의 확신과 기쁨으로 가득찬 작품을 읽을 때는 함께 행복이 가득 피어오르는 기분이 들었으니 셰익스피어의 작품들이 소설화되고 영화로 재탄생되는 이유를 알 것 같다. 비극들과 다른 성격의 희극이라하지만, 갈등도 심각하고 음울한 느낌의 희극이었다.

뭐니뭐니해도 역시 <로미오와 줄리엣>이 가장 서정적이면서 애처로웠다. 사랑은 타이밍이라는 게 맞는 말인가보다. 죽음을 위장했다는 소식을 전해듣지 못하므로 인해 서로의 운명을 갈라놓아 죽음을 맞는 서사는 셰익스피어 작품의 백미이지만 사랑하는 두 연인에게 너무 가혹했다. 그래서 더 아름다운 사랑으로, 이룰 수 없음에 마음아픈 사랑의 대명사로 오래도록 남아있는지도 모른다.

무엇보다 셰익스피어의 작품들을 천천히 읽어 볼 기회가 생겨서 너무 행복하고 뜻깊은 시간으로 남게될 것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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알아주든 말든 - 나는 본질을 본다
소노 아야코 지음, 오유리 옮김 / 책읽는고양이 / 2019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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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알아주든말든#나는본질을본다#에세이추천#책읽는고양이

[책읽는 고양이]는 동물병원 안에 있는 작은 출판사로서, 무심한 듯 우아하게 나 자신을 찾아 떠나는 여행같은 책을 펴내는 곳이다. 동물병원과 출판사를 오가는 고양이들은 종종 책 위에서 휴식을 청하곤한다. 귀여운 표지그림에 짧막한 제목이지만 알찬 내용들이 묵직한 울림을 전해주는 에세이다.

<알아주든 말든>​소노아야코 에세이

"나는 본질을 본다."
이 문장 하나에 책의 내용이 궁금해져서 신청하게 된 책이다.
본질이란 무엇일까? 나는 과연 누가 알아주든 말든 상관없이 본질을 지키며 살고있는가?
나의 삶을 둘러싸고 영위하고 있는 겹겹이 에워싼 것들에 대한 본질을 들여다 보는 일을 해본 적이 있던가? 관계의 본질, 사랑의 본질, 인간의 본질, 삶의 본질, 운명의 본질 등에 대한 작가의 차분한 생각들이 길지않은 문장으로 나열되어 있어 그것들은 읽으면서 함께 사려깊은 생각 속으로 이끌려간다.

인간 관계란 원래 내 몸에 맞지않는 옷을 입는 것처럼 어색한 것이다. 서로의 언행이 일치하지 않는 것이며, 오해의 소지가 있고 이해하기 어려운 것이다.
-인간관계란

사실 사람이 살아가는 데 있어 일생을 두고 반복되는 것은 '인식의 오차를 확인하는 일'이다. 그 중에서도 특히 중요한 것은 자기 자신에 대한 평가이다.
-오차를 확인하는 일

살아오면서 어떤 일이나 관계에 대해 명확히 경계를 세우지 않고 막연하고 두루뭉술하게 지내왔던 적이 있다. 그들을 이해한다거나 친절함과 사랑이라는 말로 포장해온 것은 아닌지 되돌아보는 시간이었다. 내 몸에 맞지않는 불편한 인간 관계에 얽매여 나의 자유를 오히려 옭아매는 일은 없었는지. 혹은 반대로 나의 친절과 이해가 호의로 포장한 호신술은 아니었는지 곰곰이 생각해본다. 남에게든 자신에게든 일관성있는 나 자체의 삶의 본질에 대해서나 사랑과 행복에 대한 정의를 나름대로 갖고 산다면 더욱 좋을 것 같다. 남의 생각들만 받아들이고 끄덕이는 것에 그치는 것이 아니라 똑같은 명제를 내 생각과 견주어보는 일도 해보고싶다.

일이 잘되면 잘 되는 대로 괜찮지만, 안 좋으면 또 안좋은 대로 그 나름의 의미가 있다.
-나름의 의미

인간은 알게되서 만족을 느끼는 것도 사실이지만, 모르고 지냄으로써 빛나는 자유의 맛을 느낄 수도 있다.
-몰라도 괜찮다.

인간은 슬픔 속에서 본질을 만난다. 인간이 신과 조우하는 것도 많은 경우 그럴 때이다. 인간은 슬픔 속에서야말로 본성과 마주하기 때문이다. 어쩌면 슬픔과 외로움의 극한까지 추락해보아야만 할지도 모른다.
-슬픔 속에서 본질을 만나다

결코 똑같은 인생이란 없다. 그것이 좋은 것이든 나쁜 것이든 받아들이는 수밖에 없다. 다만 아무리 나쁘게 보이는 인생일지라도 그것은 신이 당신을 믿고, 감당할 수 있다는 믿음에서 당신에게 특별히 선사한 것이다.
-특별한 선물이다

우리를 둘러싼 모든 것은 한 순간의 미래도 보장이 없다. 오로지 딱 하나 분명한 것이 있다. 바로 죽음이다. 감동적일 정도로 신기한 일이지만, 무엇 하나 확실한 것 없는 이 세상에 죽음만은 확실하다.
-죽음

죽고 싶다고 생각하는 것도 이해할 수 있다. 그러나 죽음은 몇 십년이든 기다리면 확실히, 내가 보장하건데, 반드시 찾아온다. 그러니 우리들은 최소한 겸허하게 그 때를 기다려야 한다.
-반드시 찾아온다

작가는 나이듦과 죽음에 대해 자연스러운 통찰을 담아내고 있다. 1972년에 작품을 발표한 이래 꾸준히 사랑받고 있는 소설가답게 뜨끔해지는 생각의 오류들을 지적하기도 한다. 지금까지 나 역시 어느 정도의 성실함과 그와 엇비슷한 정도로 약간의 불성실함으로..하지만 대부분 성실함과 진실함으로 사람들을 만나왔다. 대부분의 인간관계란 그 이상 기대할 것도 없다는 사실을 인정해야할 것 같다. 나의 성실함이 상대에게 반드시 만족을 준다는 보장은 없으므로...
작가의 말대로 자유라는 것은 진리 이외에 어떤 것에도 얽매이지 않는 것이다. 누가 알아주든 말든 나만의 참된 본질을 찾아가는 인생을 살다가 준비된 운명같은 그 시간을 맞이하게 되기를 겸허한 자세로 기다려야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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천진 시절 소설Q
금희 지음 / 창비 / 2020년 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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창비에서 진행되는 서평이벤트를 신청했는데 정호승님의 신간시집에 이어 소설까지 연달아 당첨되어 오랜만에 돌고래 비명을 발사했다. 창비 출판에서 내일을 향한 질문, 젊은 문학의 새로운 발견이라는 슬로건으로 <소설Q> 시리즈를 기획한 것같다. 네번째로 이름을 올린 금희 작가의 소설을 만나는 행운을 잡았다.

"나는 그 곳을 생각보다 쉽게
사랑할 것 같다는 예감이 들었다."

제목 <천진시절>을 보고는 천진했던 어린 시절의 이야기일까 궁금했는데 공간적 배경이 중국의 천진이었다.^^
금희 작가는 중국 길림성에서 태어난 조선족 작가답게 그곳을 중심으로 서사를 자연스레 꾸려냈다. 경제발전을 일궈 나가던 시절의 중국 천진에서의 직장생활이 조금은 생경했지만 요즘 '사랑의 불시착'이라는 드라마를 가끔 봐서 그런지 중국의 천진이라는 곳의 그림이 쉽게 그려졌다. 중국 연변 쪽이면 북한과 가깝거나 비슷한 어느 언저리쯤이 아닐까~^^;;;
우리나라도 경제가 발달하기 이전의 시대에는 취직을 하기위해 고향을 떠나는 젊은이들이나 객지에서의 삶을 소재로 한 작품들도 많았었다. 최근에 읽은 소설 중에서 추억을 곱씹게 만드는 잔잔하면서 첫사랑의 상처와 연민 그리고 이루지 못한 사랑에 대한 궁금증과 막연한 그리움들이 적절하게 잘 버무려진 소설이었다.

"정작 그 시절이 그물에 걸려 올라오는 정어리떼처럼 반짝반짝 들뛰기 시작하자 나는 깜짝 놀랐다. 무의식이라는 창고 속에서 진작 한 줌의 재로 사그라졌을 거라 여겼던 기억이기 때문이었다."
잊고 살았던 기억의 파편이 어느 순간 떠오를 때가 있다. 깊이 가라앉은 기억의 바닥에서 떠오를 때의 느낌을 표현한 문장이 마음에 들었다. 망각이라는 창고 속에 갇혀있던 것들이 나올 때 설레기도 하고 슬퍼지기도한다. 잊어서 아쉬웠던 기억에는 희열로 화답하게되지만 굳이 기억하지 않아도 될 기억이 떠오를 땐 아직도 아물지않은 상처가 더 아파온다.
주인공이 오랜만에 정숙언니를 만나 과거를 회상하듯이 나도 중학교 절친을 대학졸업이후 만나지 못했다가 20여년 만에 연락이 닿아 설레던 기억이 났다. 지금도 만나는 친구와 여러 시절을 함께하게 되는 추억의 공유의 힘은 의외로 막강한 관계를 형성시켜준다.
주인공 '상아'는 어린 시절부터 보아왔던 '무군'이라는 청년과 흐지부지 약혼까지 하게되고 취직을 핑계삼아 얼떨결에 고향을 떠나 천진에서의 생활이 시작된다. 처음에는 무군을 오빠처럼 듬직하게 믿어온 상아의 모습이 나온다. 사랑이라는 확신은 없지만 포근했던 유년의 기억들로 인해 오래 이어진 소중한 인연으로 가약을 맺게된 것이다. 어릴 때 사랑을 아는 사람이 얼마나 있을까?^^
사랑인지 아닌지 확인할 겨를도 없이 떠밀려오게 된 시간을 함께 지내다가 불현듯 사랑에 대한 확신이 사라진다. 사랑이 깨어지는 순간, 콩꺼풀이 벗겨지는 순간에는 같은 사람이 갑자기 생판 다르게 보이기 시작한다. 누구를 탓할 수 있을까. 사람의 마음이 변하게 될 때에는 어떤 감정이 작용하게 되는 것일까.

"여전히 포장칸에서 박스와 씨름하는 무군, 아주머니가 소리치기 바쁘게 식당으로 달려가 고등어찜을 맛있게 먹는 무군, 휴일이면 희철이랑 공을 차고, 출출하면 나 몰래 사비로 고기를 사서 굽고, 저녁이면 소파에 길게 누워 발가락을 꼬물거리며 리모컨을 손에 쥔 채 키득키득 웃는 무군. 덕광에 출근한지도 1년 반이 되어가는데 무군은 변한 것이 아무것도 없었다. 이 상태라면 그에게서 더 무슨 변화를 기대할 수 있을까 싶었다.
나의 약혼자가 저런 사람이었던가. 내가 저런 사람이랑 결혼하려고 여태 이렇게 살아왔단 말인가하는 생각이 갈마들때마다 나는 맛도 없는 음식을 허겁지겁 먹다가 체한 사람마냥 속이 더부룩했다."

사랑이 현실이 되는 순간 욕망과 꿈의 저울질에서 사랑과 사람을 자신만의 엄격한 잣대로 선택하고 수없이 속으로 헤어린다.
상아는 그제서야 무군의 곁을 떠나 새로운 삶을 살아간다. 지금의 남편과 무뚝뚝한 대화는 현실적이기도 하다. 아마 이럴 때 다른 사람을 떠올리듯이 문득문득 무군의 시선을 느낀다.

"나는 그에게 오늘의 일정을 대충 적어 보냈다.
-오늘 오후는 상황묘, 예원갔다가 저녁에 동방명주랑 외탄본대.
-어.​
-내일은 금성이가 훈이 데리고 디즈니랜드 가겠다네.
-어.​
-엄니 아부지 내일 푹 쉬라하고, 우리 모레 다 같이 집으로 갈거야.
-알았어.​
-자기, 거기도 많이 덥지? 요즘 일 힘들어?
-더워.​
대화의 의지가 느껴지지 않는 남편의 문자 앞에서 나는 노력을 그만 멈췄다. 항상 이런 식이었다. 그래도 그는 우리가 '한팀'이라는 사실을 망각하지는 않는 것 같았다. 경기가 어려우면 잠깐씩 알바를 해서라도 생활비를 보냈고 이번 금성의 결혼식에도 부줏돈을 넉넉히 통장으로 넣었다. 핸드폰을 잠그고 창밖을 내다보며 나는 느닷없이 어떤 상상을 해보았다.
무군이라면 어땠을까?​
혹은 무군은 지금 아내에게 어떤 남편으로 살아갈까. 무군을 추억하기 전에는 한번도 해보지 않은 상상이었다."

"나아지지않는 친정집의 형편, 치료비가 없어 방치하는 동안 점점 악화되어가는 남동생의 사정, 그 모든 것에 대한 부담감과 조급함, 게다가 오직 사랑밖에 모르는 너무도 단순한 남자친구. 정숙은 그들 사이에서 어떤 결정을 내리려는데 다다랐고 희철은 일이 그렇게 될 때까지 아무런 변화의 조짐도 느끼지 못하고 있었다. 나는 생각했다. 항상 그게 문제지. 상대방은 순간순간 흔들리고 생각이 변하는데, 그동안 아무것도 보지 못하고 느끼지 못한다는 것. 그런 의미에서 보면 남자라는 족속은 시작이 바로 결과라고 유추하는, 현실에 대해 총체적으로 방심하는 한심한 군체였다. 희철이 그랬고 무군이 그랬다."

무군은 남다르게 성실하며 상아에 대한 순수한 사랑을 간직한 사람이지만, 상아는 더 나은 미래를 향해 적극적인 삶을 개척하려는 포부가 없는 그를 초라하고 답답하게 여기게 된다. 어쩌면 무군과 계속 함께하는 삶은 그녀가 누릴 수 있는 신분상승의 기회를 놓친다고 생각했을까? 누군가를 경유하지 않고는 도시의 취직이나 접근이 어려웠던 시절임을 생각해 볼 때 상아의 선택은 여성이 주체적인 삶을 개척하기 어려운 상황을 드러내 안타깝다. 현재의 삶을 살면서 과거의 기억은 강물처럼 흐르다가 돌연 수면 위로 떠오른다.
어떤 기억이 우리를 급습하게 될까? 아련한 사랑의 추억 한켠을 떠올리게 하는 소설이었다. 순진무구했던 무군의 사랑이 오랜 잔상으로 남는다. 비록 추억과 사랑이 나의 생각과 다르게 기억된다해도 퇴색되지않을 만큼 소중하게 떠오를 수 있기를 바라게된다. 지난 사랑에 대한 예의를 진실하게 표현한다는 건 무얼까? 상대를 존중하는 사랑으로 완성됨을 알게 되려면 어떤 시간을 견뎌내야 가능해지는 감정일까. 떠나온 사람과 남겨진 사랑들에 뭉클해지는 부분이 따스하고 애틋해서 겨울에 읽기 좋은 소설이었다.

"나는 누군가의 시선 속에 잡혀 있다는 느낌이 들었다. 내가 걸으면 그 시선도 따라왔고, 내가 멈춰 돌아보면 시선은 숨어버렸다. 나는 종시 그 시선과 마주할 수 없었다.
그는 위협적이지도, 악의나 분노, 조소같은 것을 품지도 않았다. 그저 조용히 은밀한 곳에서 나와 함께 걷고 싶어할 뿐인것 같았다. 그것은 오랜만에 느껴보는 친절함과 따스함이었다. 누군가의 심장이 툭툭 뛰고 있다는 것만 느껴졌다. 그것은 끝난 사랑에 대한 예의를 표하는 진실한 고백이었다. 한번도 사랑을 해본 적이 없었지만, 나는 이제 안다. 무군, 그만큼 사랑을 잘하는 사람은 사실 흔치않다는 것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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