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식이 모였지만 어느 순간 그런 지식이 좀 공허하다는 느낌이들었다. 그리고 그 관점이나 대상이 달라졌다. 오래된 집문에 얼굴을 바짝 들이대면 코로 스르르 들어오는 오래된 문의 창호지냄새, 뚫어진 창호지 구멍에서 새어나오는 집 냄새와 흙벽 냄새, 마룻바닥이나 기둥을 손으로 쓸어볼 때 느껴지는 매끈하면서도 눅진한 오래된 나무의 결, 집의 틈으로 바람이 들어오는 소리, 나뭇가지를 흔드는 바람 소리 등 오감을 자극하는 그 자극들이 주는 안온함, 마루에 햇살이 슬그머니 들어서 기둥에 빛을 비춰주며 나뭇결이 선명하게 드러날 때 가득 번지는 온기......오래된 집이 나에게 주는 진정한 가르침은 그런 것들이었다. - P92
람들이 집을 떠나거나 그 집이 여러 가지 이유로 사라지게 되더라도, 그 집에 쌓인 시간과 그 집에 살았던 사람들이 남긴 생각은그대로 남게 됩니다. 그렇게 집은 생명력을 얻고 영원히 기억됩니다. 이 책은 그동안 우리가 만났던, 좋아하는, 함께 지었던 집에 대한 이야기이자, 우리가 살아가는 지금의 이야기입니다.2019년 가을노은주. 임형남
집은 우리의 일상과 정신이 담긴 곳이자, 우리의 삶을 담는 아주 소중한 곳인데 말이다. 다시 말해 집은 개인이나 집단이 담고공유한 특정한 기억이나 정서를 뛰어넘는 한 개인의 우주다.집이란 언제든지 돌아갈 수 있는 곳이어야 한다. 낮에 아무리 힘든 일이 있고 사람들하고 부대끼고 피곤했어도 편안하게 쉴 수 있는 곳이어야 한다. 집은 무릎 나온 트레이닝복처럼 헐렁하고 편안해야 한다. 그렇기 때문에 추억이들어 있는 집, 기억이 묻어 있는 집, 언제든 돌아갈 수 있는 집, 가족이 함께 머무는 집이 정말 좋은 집이 아닐까? 집은 사람이 사는 물리적인 공간만을 의미하는 것이 아니라 어떤 민족이나 문화적인 공동체가 살아온 역사의 한 부분이다. 그래서 집은 사람이 들어감으로써 이야기가 완성된다. - P287
내면으로 향하는 나만의 온전한 시간동지를 앞둔 초승달, 조용한 새벽 풍경, 아침을 맞이하는 탄천의 부스럭거림, 강물에 반사된 가로등 불빛, 안구를 힐링 시키는 쭉 뻗은 주로, 마음을편안하게 하는 천변 들녘, 쨍하게 머리를 얼리는 공기, 양볼을 훑고 지나가늘찬 겨울바람, 자박거리는 발걸음 소리, 들숨 날숨소리, 내면으로 향하는나만의 온전한 시간ᆢㆍ . - P186