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람은 자기가 하고 싶은 어떤 것이 있기 
마련인데 어릴 때부터 독서, 독서 하면서 
아이들이 독서에 반감을 가지게 해놓으면 
남의 글을 허투루 훑어보고는 
엉뚱한 비평을 하거나 
제대로 이해를 못하기도 하는 것 같다. 
내가 어떤 매체에 글을 몇 편 올리면서 
느낀 바이기도 하다. 이제는 꼭 제대로 된 
책을 읽어야만 하는 것도 아니고 
전자책도 있고 온갖 압축된 글을 
스마트폰으로 볼 수 있지 않나.
그러면 이걸 잘 읽어야 이해를 할 테니, 
굳이 책이라는 형태로 되어있지 않더라도 
남의 글을 의도한 대로 
잘 읽는 연습 정도는 해야할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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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린 시절을 떠올리면 이내 배경음처럼 
깔리는 고성과 파열음 사이로, 한편 아주 
대조적인 이미지가 서서히 떠올라 그 
소란함을 덮으며 시야를 가득 채운다. 
성당과 바다의 이미지다. 
어린 시절엄마를 따라 갔던 성당의 높은 천장과 촛불, 성가대의 노래, 엄숙하고신성한 분위기 같은 것은 내게 깊은 인상을 주었다. 설명될 수 없는것이 있다는 감각, 세상이 이게 다가 아니라는 느낌. 집에 모여서함께 기도하고 노래하는 ‘레지오‘ 모임의 차분하면서도 신비로운 분위기도 오래 기억에 남는다. 성인이 된 나는 종교를 
믿지 않지만 종교의 형식- 건축, 음향, 동선, 리듬, 기도 
같은 것들이 얼마나 큰위안이 되는지 알고 있다. 
마음이 힘들 때면 절이나 성당을 찾아가서
안식을 얻기도 한다. 엄마도 
지금은 무종교인이 되었는데, 아마
당시의 엄마에게는 종교와 거기서 
만난 사람들과의 교류가 큰 힘이되지 않았을까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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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독립, 자유, 품위, 배움, 시간같이 
진짜로 소중한 걸 살 수 있으니까요.˝


"500원짜리나 천 원짜리는 엄마에게 다 주고
동전으로 한 개 주면 좋아한다."

아직 어려서 그렇지 크면 자연스레 
경제 관념이 생길 거라고 생각했던 엄마는 
성인이 되어서도 돈 개념이 너무 없는 딸이 
슬슬 걱정이 된 나머지 돈은 중요한 것이라고 
자주 일깨워 주려고 했다. 이때에도
인용구가 동원되었는데 앞서 말한 
《조개 줍는 아이들》』의 일부분이다.
"돈이란 중요한 거예요. 
돈으로는 좋은 것을 얻을 수 있기 때문이죠.
좋은 차, 모피 코트, 하와이 여행
이나 보석을 말하는 것은 아니에요.
독립, 자유, 품위, 배움, 시간같이 
진짜로 소중한 걸 살 수 있으니까요."
나는 40대 중반이 되어서도 여전히 
친구들로부터 ‘돈등신‘이라는 별명으로 
불리지만 덕분에 돈이 중요하다는 사실은 
잘 알고 있다.
돈의 가치에 대한 나의 생각에 단단한 틀이 되어준 문장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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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러 해가 지나자 나의 예민함은 좀 줄어들었다.
나는 철이 늦게 든 편이었고, 
가족의 입장을 배려하는 경우는
예민한 엄마의 잠을 신경 쓰는 것 외엔 거의 없었다. 
만약 철이 일찍 들어 
모든 가족을 배려하는 성격의 아이가 있다면 
그아이는 어른스럽다는 칭찬은 많이 듣겠지만 
자라서 남모를 고충을 가지게 될 수도 있겠다는 
생각이 든다. 
엄마는 항상말했다. 
"새근이 너무 일찍 나는 건 
(철이 너무 일찍 드는 건좋은 것만은 아니야. 
철 모르고 지 하고 싶은 거 하겠다고
씌우기도(고집부리기도) 하고 그래야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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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런 엄마가 가끔 어떤 구절을 
계좌번호 등등이 쓰인 수첩 뒤쪽 
같은 곳에 적어두었다가 내게 읽어줄 
때가 있었는데 어떤 것은 아직도 기억이 난다.
"그것은 좋은 일이었소. 좋은 일은 사라지지 않는다오."
로자문드 펼처의 《조개 줍는 아이들』 》속의 구절인데 
지금원문과 한국어 번역본 문장을 찾아보니 이렇다.
"It was good, and nothing good is truly lost. 
It stays part of a person, 
becomes part of their character.
 (인생에서 진정으로 좋은 것은 
사라지지 않는 법이오. 
그것은 한 인간의 부분으로 남아 
그 사람 인격의 일부가 되는 것이오."
엄마가 평생 읽어온 그 숱한 문장들도 기억에서 가물거릴수는 있겠으나 사라지지는 않았을 것이다. 그것은 엄마의부분으로 남아 인격의 일부가 되었을 것이다. 그러니 삼성판세계문학전집 60권의 작가들은 엄마를 통해 나에게도 말을걸어왔을 것이다. - P6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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