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린 시절을 떠올리면 이내 배경음처럼 
깔리는 고성과 파열음 사이로, 한편 아주 
대조적인 이미지가 서서히 떠올라 그 
소란함을 덮으며 시야를 가득 채운다. 
성당과 바다의 이미지다. 
어린 시절엄마를 따라 갔던 성당의 높은 천장과 촛불, 성가대의 노래, 엄숙하고신성한 분위기 같은 것은 내게 깊은 인상을 주었다. 설명될 수 없는것이 있다는 감각, 세상이 이게 다가 아니라는 느낌. 집에 모여서함께 기도하고 노래하는 ‘레지오‘ 모임의 차분하면서도 신비로운 분위기도 오래 기억에 남는다. 성인이 된 나는 종교를 
믿지 않지만 종교의 형식- 건축, 음향, 동선, 리듬, 기도 
같은 것들이 얼마나 큰위안이 되는지 알고 있다. 
마음이 힘들 때면 절이나 성당을 찾아가서
안식을 얻기도 한다. 엄마도 
지금은 무종교인이 되었는데, 아마
당시의 엄마에게는 종교와 거기서 
만난 사람들과의 교류가 큰 힘이되지 않았을까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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