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원서동, 자기만의 방 - 여행자의 마음으로, 여행자의 집을 꾸리는 삶
한량 지음 / 북노마드 / 2019년 2월
평점 :
처음 이 책을 읽고 작가님의 이름도 필명이지만 참 여유로운 마음을 가지신 분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한량’이라고 표현한 작가의 이름은 이 책이 어떻게 여행이라는 타이틀을 가지고 각지를 여행하는 사람들과의 만남을 이야기할지 궁금해졌다. 특히, 원서동이라는 공간은 내가 가장 좋아하는 서촌 공간이 맞닿아있는 조선시대의 오랜 역사의 풍경이 남아 있는 곳이기도 하기 때문이다.
서촌을 갈 때면 그 곳에 살았던 옛날 중인 계층의 사람들이 어떠한 마음을 갖고 살았을지에 대한 마음이 역사를 좋아하는 나로서는 그것이 가장 먼저 떠올랐다. 어쨌든 이 책은 현재의 서촌 그것도 경관이 가장 좋은 집을 구하는 과정도 정말 흥미로웠다. 이것을 통해여행자들을 위한 에어비앤비 숙소를 운영하는 주인으로서 살아가는 기록이 담긴 담백한 에세이로 큰 사랑을 받으면 좋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처음 누구나 그렇듯 좋은 한옥 집에 살아가는 소망은 늘 꿈꾸곤 한다. 하지만 비싼 가격과 목이 좋은 집의 위치는 언제나 구하기는 힘들다. 하나씩 발품을 팔면서 성공한 나만의 집을 구하는 과정은 마치 애정을 가지지 않으면 진심으로 얻어지지 않는다는 것을 깨닫게 된다. 진심으로 구하는 것은 사람과 사람 사이의 소통을 바라고 원하는 작가만의 마음이 그 집의 공간과 시간의 기록이 더해지기 때문에 가능해 지는 것이 아닌가 생각을 했다. 이 집의 이름은 어떻게 정할까? 개인적으로 호기심이 생겼다. 작가 분을 만난다면 진심으로 묻고 싶었다. 왜 이런 이름으로 집의 이름을 부르게 되었나요? 하고 말이다.
‘우리에게 약간의 돈과 마음껏 외로울 수 있는 공간이 주어진다면’이라는 의미에서 자기만의 방이라는 이름을 지을 수 있었고, 우리의 마음에는 사람과 사람을 연결하는 그 무엇이 가장 중요한지를 알아가는 소중한 시간이 되었다고 생각한다. 이름처럼 그 곳을 방문해가는 사람들은 하나 같이 자신이 다녀간 흔적들을 기념품이나 음식 재료들을 통해서도 추억을 하나씩 쌓아가고 있는 모습도 흐뭇했다.
가장 오랜 시간 머물렀던 헝가리 사람인 페트라 씨는 작가에게 있어서 가장 기억되는 사람 중 한 명이 아닐까 생각이 들었다. 전쟁으로 인해 파괴된 도시는 우리나라의 한국전쟁으로 남아있는 궁궐의 모습이나 현대의 빌딩건물 사이에 남은 오래된 건축물들을 소개하는 장면에서는 여러 생각으로 한 가닥 끝에 남아 있었다. 추억할 수 있는 공간에서 일어나는 마음들은 ‘인연’에 대한 생각으로까지 이어졌다.‘서울이든 부다페스트이든 아니면 다른 어느 곳이든,다시 만날 수 있을지 몰라. 그때까지 건강히 잘 지내.’라는 짧은 인사말은 누구든 아쉬운 마음도 들곤 하지만 우리가 가장 기억해가는 사람과의 소중한 인연을 언젠가는 또 다시 만날 수 있다는 희망이 엿보였다.
처음의 시작이 새로운 만남으로 새겨지고, 조금씩 사람과의 만남이 이렇게 힘이 된다는 사실을 <원서동, 자기만의 방>의 책을 읽으면서 더욱 깊이 생각하였다. 사람의 관계는 더욱 깊은 솔직한 마음에서 나누고 만들어가는 소중함이 가지는 의미가 아닐까 하고 되돌아보았다. 어쩌면 당신에게 있어서의 소중한 만남은 그리 멀리 있지 않다는 사실을 알게 해 줄 것이다. 그것이야말로 ‘우리’라는 세상의 만남을 깊이 각인하는 시간이 되길 바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