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돌위에 새긴 생각
정민 엮음 / 열림원 / 2017년 10월
평점 :
전각은 가장 우리의 생각을 짧게 그리고 아주 단평하게 새겨놓은 예술로서 하나의 아름다움을 보여주는 도장으로 이끈 예술의 하나로 볼 수 있다. 무려 17년만에 개정판으로 나온 이 책은 한문학 전공을 하는 교수님답게 학산당인보라는 책을 발굴한 이유를 책을 통해 잘 제시하고 있다. 이 책은 명나라 때의 학자인 장호가 옛 경전 중 좋은 글귀들을 모아서 전각자들에게 부탁을 해서 도장으로 하나씩 새겨 놓은 것을 말한다. 그 무수한 글귀가 우리들의 마음에 가장 깊이 뿌리 내려놓은 감동과 깨달음을 전해 주게 된다. 세상을 살면서 우리가 잊고 있었던 것들에 대해서 다시금 이 책을 통해서 붙잡아 주고 있다. 세상은 그렇게만 힘든 것이 아님을 도장에 새긴 하나하나에 그 전각의 힘을 발견하게 해 준다.
학산당인보의 서문에 발제를 실은 실학자인 박제가는 글은 짧지만 의미는 길고, 널리 채집했어도 담긴 뜻은 엄정하다. ‘시경’ 국풍(國風)의 비흥(比興)과 ‘이소(離騷)’의 원망과 그리움, 뒷골목에서 부르는 노랫가락의 탄식이나 영탄과 매 한가지다라는 발문에서처럼 글에서 전해지는 소중한 마음이 우리 선조들을 통해 그 뜻과 참의미를 진정하게 전달하려고 하는 생각을 잘 발견해줌을 지금의 거울을 통해서 발견해 주고 있다. 그러한 점에서 우리에게 시사하는 바는 아주 크다고 할 수 있다. 하나같이 서로 다른 의미로 다가오는 그 글귀의 의미는 읽는 독자로 하여금 새롭게 재해석하는 의미구성과정으로서의 독서를 수행하게끔 해 준다.
나의 경우에는 도장이라는 것을 책에 찍는 책 도장 혹은 인장으로 대표되는 물건을 통해 본인의 책임을 나타내는 도구로서 사용하고 있다. 이 책은 내 책이다라는 영역 표시보다는 그 책을 구입하면서 가지게 된 그 순간들을 기억하고자 추억들을 하나씩 수집하기 위한 하나의 의미를 구성하는 과정이라고 생각을 해 보았다. 역시나 이 책도 그러한 점에서 마찬가지이다. 후세의 사람들에게 전하고자 하는 경전의 참뜻을 우리로 하여금 그 시대에 맞는 의미로 재해석할 수 있도록 한 것이 아닐까 그런 생각을 해 주었다.
"골짜기의 새들은 새를 부르고 산머리의 꽃들은 꽃을 꽂았네."라는 두 줄로 된 짧은 구절이지만 내 마음에 던지 파문은 아주 깊고도 그윽한 순간으로 다가왔다. 단정하고도 우아한 이 표현은 새들은 우리의 모습처럼 함께 어우러지는 일상의 모습을 잘 표현하고 있고, 공동체의 구성원으로서 살아가는 그 시간들을 잘 나타낸 구절이라고 내 식대로 해석한 것이지만 그 의미는 다양하게 해석될 수 있을 것이라고 할 수 있다. 따라서 이러한 구절 외에도 다양한 글귀는 전각이라는 예술로서 문자와 도장이라는 두 주체가 결합된 예술의 종합적인 형태라고 할 수 있다.
우리에게 주는 교훈 또한 이 책은 새로움을 넘어 우리의 주체적 사유의 지평을 확대시키는 기능도 하는 책임을 발견하게 해 준다. 사람은 우리의 행동을 통해서 자신을 인식하게 하지만, 동시에 책을 통해서도 자신을 넓은 마음으로 다스리게 해 주는 마음을 갖게 해 준다. 사실 전각은 잘 알고 있지만, 그 깊이의 사유까지는 잘 알지 못한 것이 사실이다. 그런 점에서 우리에게 우리의 마음을 깊게 들여다보는 우물처럼 인식의 재발견을 해준 좋은 책이자 매혹적인 의미로 받아들여진 책이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