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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구 평화를 향한 탐구 - 핵무기와 전쟁이 없는 세계를 이야기하다
이케다 다이사쿠.로트블랫 지음 / 중앙books(중앙북스) / 2020년 9월
평점 :
현대 사회는 대립과 분단으로 대변되는 사회구조를 가지고 있다. 계층, 계급, 소득 수준, 피부색 등
대립을 이루는 요소는 넘치고도 넘쳐 극심한 사회 갈등으로 이어지는 현실이다. 지금이야말로 저자의
말처럼 대화를 통한 이해와 소통, 그리고 조화가 필요한 시기이다.
핵무기의 등장으로 인류는 '종(種)의 멸망'을 생각하게 되었고 인류를 위협하는 가장 큰 적 중 하나가
바로 '핵 무기'다. 인류의 역사를 두가지를 나눈다면 핵무기 이전과 핵무기 이후로 나눈다는 조금은
파격적인 발상을 차지하더라도 '핵'이 인류 역사에 한 획을 긋는 분기점이 되는 것은 사실이다.
이 책은 이 시대를 대표하는 평화운동가인 이케다 다이사쿠와 노벨 평화상 수상자이자 핵 무기
폐절 운동의 대표주자인 조지프 로트블랫의 대담집을 엮은 책이다.
'네가 공격한다면 즉시 보복하겠다. 아직 우리에게 많은 핵 무기가 남아 있으니까'로 대변되는
'상호확증파괴(Mutual Assured Destruction)' 개념은 저마다 핵무기를 가져야 하는 충분한 이유를
단박에 알게 한다. 이는 핵무기가 자국의 안전보장에 필요하다는 인식에서 기인하며 지구상에는
약 3만발의 핵무기가 존재하는데 이 중 전략 핵무기는 1만 2천발이라고 한다. 서로를 억제하기 위한
수단으로서의 핵이라면 지금 수준의 백분의 일만 있어도 충분한데 자신들이 가진 것으로는 상대방을
완벽히 제압하지 못한다는 판단에 의해 핵무기는 점점 늘어나며 강력해 지는 추세다.
이 책에서 오래전 들어 봤던 '세계인'이라는 단어를 다시 만났다. 우주 비행사들이 우주 공간에서
지구에 대한 강력한 파트리(향수)를 갖고 진정한 '지구민족' 의식을 가졌다고 말하는 것처럼
근본적으로 세계인이라는 큰 틀 안에서 공존공생하는 모두를 아우르는 말 '세계인'. 물론 아직
갈 길은 멀고 소원하다. 국가 주의라는 강력한 벽과 민족주의라는 거친 장벽을 넘어서야 하는
어려움은 존재하지만 궁극적으로 우리가 추구해야 할 길은 아마도 '세계인'일 것이다. 그런 관점에서
'주권'의 개념은 '국가 자립성'으로의 전환을 맞이하게 될 것이다.
대답은 자연스럽게 '세계정부'로 이어진다. '러셀, 아인슈타인 선언'을 예로 들며 군사력을 세계정부
아래에 둔다는 가설을 설명한다. 이들이 말하는 세계정부는 모두가 같은 독재자 아래 놓인다는 의미가
아니고 국민국가는 나름의 자치권을 가지고 그대로 존재하고 언어나 문학을 발전시키는 문화적인
기능은 남긴채 세계 모든 지역에서 권력을 행사할 수 있는 권한을 부여하고 그에 대한 무력 반응을
대부분 무력화 시키는 역할을 하는 것을 의미하는데 지금의 UN이 어느정도 그 역할을 수행하고 있다.
물론 유엔이 대안은 아니다. 다만 전 세계를 아우르는 통합기구라는 점에서 유사하다고 볼 수 있다.
이 책에서 로트블랫 박사는 적절한 과학 활용의 관점에서 미래를 보는 창의적 시각을 보여줬다면
이케다 회장은 그의 지식의 근원인 불교 철학을 바탕으로 논리의 관점에서 평화를 바라 보았다.
얼핏 어울릴것 같지 않은 두 관점이 묘하게 '세계평화'라는 명제 앞에서 만나 어우러져 하나의 줄기를
이룬다. 핵 무기에 대한 시대적 흐름을 따라 나누는 대화는 읽는 이로 하여금 절로 고개를 끄덕이게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