천장의 무늬 - 이해할 수 없는 통증을 껴안고 누워 있으며 생각한 것들
이다울 지음 / 웨일북 / 2020년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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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프다. 그러나 의학적 병명과 진단명이 없는 아픔은 엄살이라고 혹은 게으름이라고 불린다.

그리고 스스로를 의심한다. '내가 정말 아픈걸까?'. 지어 낸것이 아니라 명백히 실제하는데도

나는 여전히 꾀병이다. 이 책은 이런 억울함에서 시작한다. 그래서 저자는 모두의 아픔이 보다

자세히 말해졌으면 좋겠다는 희망을 전한다. 엄살이라는 말이 우리를 위축시키지 않기를

기대하며 말이다.

누군가와 같이 산다는 것은 큰 결심이고 어려움이다. 그것이 가족이어도 마찬가지다. 특히나

혼자 지낸 시절이 긴 사람에게 이것은 고문이다. 어려움을 겪고 찾아 온 친구를 거절하지 못하고

집에서 지내게 하다 딱 이틀만에 스스로 호텔 신세를 진 적이 있는 나에게 저자의 엄마와의

동거는 백번 이해가 된다. 이것은 가족을 떠나 불편함이고 어색함이고 이질적 존재감이다.

그래서 저자는 이렇게 말한다. '내게 그녀는 너무 부지런했고 그녀에게 나는 너무 게을렀다.'

맞다. 생각이 다르고 행동양식이 다르고 의지가 다르기에 같을 수 없음에도 궂이 같음을 찾기에

우리의 동거는 항상 힘들다. 그게 누가 됐든 말이다.

이 책의 제목은 '천장의 무늬'이다. 아마도 저자가 아픔을 겪으며 누워 있었던 그 침대에서 바라

보는 천장을 말하는 것이겠지만 나에게 '천장의 무늬'는 도화지가 된다. 몸을 움직일 수 없을

정도의 고통의 순간을 함께 해준, 눈을 뜨면 처음 마주하는 공간, 섬뜩하리만치 강렬한 통증을

온 몸으로 받아내고 있는 나에게 유일한 눈빛 대화를 나눌수 있던 친구와도 같은 존재가 바로

천장이었다. 그 속의 무늬들을 가지고 마음껏 유희를 즐기며 무한변신 로봇을 대하듯 이리저리로

움직여 새로운 것을 창조하기도 하고, 옮겨진 방의 천장과 긴장감 가득한 대치를 경험하며 서서히

받아들이기라는 숙제를 풀어 나갔던 공간이 천장이다. 그리고 그 무늬는 매번 달랐다. 이 다름은

새로움이라는 호기심과 다양함이라는 흥미를 제공한다. 호기심과 흥미는 이내 확정되었습니다

또 다른 새로움과 다양함을 가져온다. 그리고 반복된다.

공유할 수 없는, 규정할 수 없는 통증의 시간이 빚어내는 불안과 불화와 조율에 대해 처절하고

섬세하게 그리고 용감하게 맞선 작가의 노력과 의지에 경의를 표한다. 아픔 그 자체를 글 쓰기로

녹여내는 저자의 내면의 울림이 그대로 전해지는 이 책은 '아픈 몸과 함께 살아가는' 몸부림이자

외침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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