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록코노믹스 - 록으로 읽는 경제학
피용익 지음 / 새빛 / 2021년 1월
평점 :
'록은 죽었다'
수십년전 록 음악에 머리를 흔들던 이들이 이제 어느덧 중년이 되어 자신들의 나이와 위치에 맞는
(사실 이 말이 맞는 말인지는 모르겠다) 재즈나 클래식을 더 많이 듣고, 그 시절 그 나이에 해당하는
이들은 더이상 록에 미치지 않는다. 그런 의미에서 '록은 죽었다'는 말이 이젠 점점 더 현실로
다가온다. 실제로 '록 스피릿(rock spirit)을 외치던 나의 친구들도 이제 더 이상 록을 듣지 않는다.
이 책의 제목인 '록코노믹스(Rockonomics)는 록(Rock)과 경제학(economics)을 합친 단어로 프린스턴
대학 애런 크루거(Alan Krueger) 교수가 대중음악을 통해 경제 현상을 쉽게 설명하기 위해 창시한
분야이다. 국내에는 저자가 몸 담은 이데일리에 처음으로 소개되었고 나 역시도 그의 글을 몇번은
읽은 기억이 난다. 책의 초입에 꼭 들어봐야 할 1950년대 로큰롤 13곡이 실렸는데 솔직히 '이 곡
아는 곡이야'라고 자신있게 말할 수 있는 곡이 다섯곡 밖에 안되는 것을 보면 난 분명 로큰롤에
관심이 없었던 것 같다. 물론 대부분 들어는 본 곡들이다. 이런 문외한에 가까운 나에게 이 책은
기초적인 수준부터 '쫌 아네' 정도의 록에 대해 알려주는 좋은 책이다.
록 음악은 경제의 산물이다. 1950년대 로큰롤(rock'n rool)의 태동부터 1960년대 헤비메탈(heavy
metal)의 출현, 1970년대의 펑크록(punk rock)의 인기와 1980년대 글램 메탈(glam metal)의
흥망성쇠, 1990년대의 그런지 록(grunge rock)의 부흥 등 록의 역사는 그 시대의 경제 상황과
밀접하게 맞물려 진행됐고 라디오와 주크박스가 로큰롤의 대중화에 기여를 했다면 인터넷의
발달은 로큰롤의 몰락을 가져왔다. 록 음악은 1960년대 일부 뮤지션들이 반전과 평화를 노래한
영향으로 흔히 '저항 음악(protest music)'으로 불린다. 비록 대놓고 저항을 외치지 않더라도,
보수적인 사회에서 마약과 섹스를 찬양하는 노래를 부르는 것도 일종의 저항이다. 가장 큰 저항은
어쩌면 유행에 상관없이 긴 머리카락을 휘날리는 것인지도 모른다.(1970년대 우리나라엔 장발
단속이라는 것도 존재했다)
1969년 8월 15일부터 사흘간 미국 뉴욕주 베델 평원에서 열린 '우드스탁 페스티벌(Woodstock
Festival)'을 기점으로 록은 대중화 되었고 1970년대는 록의 전성기였다. 이들은 '단순함'을 무기로
분노에 찬 대중들의 마음을 단숨에 휘어 잡았다. 여기에는 당시의 상황도 한 몫을 한다. 경제는
형편 없는 모양새였다. 실업률은 사상 최고치로 치솟았고 젊은이들은 화가 나 있었고, 반항적
이었으며, 일자리를 잃은 상태였다. 이들은 강한 주장을 갖고 있었고, 자유 시간이 많았다. 이런
사회적 현상은 결국 폭발적인 반응과 흥행으로 이어졌고 전세계는 록의 열풍에 빠져들있다.
록음악에 거의 문외한인 나도 레드 제플린은 알고 'stairway to heaven'은 가사까지 안다. 지미
핸드릭스가 레드 제플린 결성 50주년을 기념하여 모든 종류의 서프라이즈를 준비하고 있다고 해서
은근 그들의 공연을 기대하였으나 결국 불발이 되었던 기억도 있다. 1968년 영국에서 결성된 레드
제플린은 블랙 사바스, 딥 퍼플과 함께 헤비메탈 음악의 창시자로 불리는데 1980년 드러머인
존 본햄(John Bonham)의 사망 이후 짧은 역사를 뒤로하고 해체되었다. 그후 몇차례 일시적인
재결성을 했지만 지속적으로 이어지지는 못했다. 이에 대해 로버트 플랜트는 '38년 전 존 본햄이
죽었고 그것이 내가 아는 전부다. 그 누구도 존을 대신할 순 없다. 절대 못한다'는 말로 레드
제플린이 재결성 할 수 없는 이유를 분명히 밝힌다. 빌 클린턴 미국 대통령이 직접 나서서 레드
재플린 재결합 공연을 요청했지만 이마저도 거절했다고 하며, 한때는 로버트 플랜트가 8억 달러
(약 8500억) 짜리 공연 계약서를 찢어 버렸다는 소문이 돌기도 했다. 최근엔 마블 영화
'토르:라그나로크'에 'Immigrant Song'을 사용하도록 허락해주면서 월드 디즈니 컴퍼니(Walt Disney
Company)로 부터 역대급 사용료를 받은 것으로 전해진다. 어쩌면 이번 생에 그들의 재결성 무대를
볼수 있을 것이라는 꿈은 접어야 할것 같다. 그들은 8억 달러의 공연 계약도 발로 차버린 이들이다.
모든 위기에는 기회와 희망이 있다. 우리가 두려워 하고 그림자 속에 산다면 그 두려움이 우리를
집어 삼킬 것이다. 그러나 그 시련이 우리를 더 좋게 만드는 시간이라고 생각한다면 그 시간은
우리를 더욱 더 강하게 만들어 줄것이다. 그리고 음악은 여전히 계속 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