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해밀턴의 그리스로마신화 ㅣ 현대지성 클래식 13
이디스 해밀턴 지음, 서미석 옮김 / 현대지성 / 2022년 4월
평점 :
저자는 이 책을 읽는 독자들에게 저자가 얼마나 재미있게 다시 썼느냐가 아니라 얼마나
원전에 가깝게 썼느냐를 눈여겨 보라고 말한다. 억지로 모든 이야기를 하나로 통합하려고
하기 보다는 위대한 작가들이 주제에 적합하다고 여긴 방식으로 써내려가는 그들의
이야기를 자신의 방식대로 풀어 각각의 작가들의 차이점을 독자들이 뚜렷이 구별할 수
있게 전개한다.
이 책은 우리가 익히 아는 토마스 블핀치(Thomas Bulfinch, The Age of Falde)가 아닌
이디스 해밀턴(Edith Hamilton)의 작품이다. 이디스 해밀턴은 교사에서 은퇴한 후 63세에
처녀작인 'The Greek Way'를 출간하여 대중적 사랑과 인지를 넓히게 되었고 '진리의 증인
: 그리스도와 그의 해석자들'(1949)과 '신의 대변인'(1949)등의작품을 집필하였고 토마스
블린치와 더불어 2대 신화 작가로 불린다.
까마득히 먼 옛 고대인들, 그들은 무슨 생각을 하며, 어떤 감정을 느끼고 살았을까라는
의문이 이 책의 출발점이다. 신화는 자연친화적이다. 대부분이 땅과 나무, 바다, 산,
꽃들과 밀접하게 연결되어 있고 이를 통한 상상력도 생생하게 살아 움직인다. 냉철한
이성은 불필요하며 우리는 신화 속에서 님프를, 나이아니(Naiads, 물속 요정)를 만날 수
있다. 뿐인가 바다에서 솟구쳐 오르는 프로테우스, 제우스와 그의 형제인 포세이돈과
하데스를 비롯한 올림푸스의 열두명의 신들도 만난다. 아는가. 제우스와 그의 형제들이
우주를 놓고 제비뽑기를 해 바다는 포세이돈에게 지하 세계는 하데스에게 제우스는 만물의
최고 통치자가 되었다는 사실을. 겨우 제비뽑기로.
우리의 상식은 '신=완벽'이다. 그래야 신답고 신은 그래야 한다. 전지전능하기에 그들에게서
실수나 약점이 발견되어서는 안됨에도 그리스 로마 신화에 등장하는 산들 중 대부분은 너무도
인간적이다. 누가봐도 어리석은 선택과 행동을 하는 것은 애교 수준이고, 사랑을 하다
어이없게 배신당하고, 눈노 가득한 복수혈전을 벌이기도 하고 인간이 가진 불완전성이라는
특징을 고스란히 드러낸다. 진시황이 그렇게도 목 매었던 '불노장생'이 산들에게 걸림돌이
되고 비극이 되기도 한다.
이 책의 특징은 에피소드 중심이 아니라 신의 이야기, 왕국 이야기, 영웅들의 서사, 사랑, 모험,
여기에 그리스 로마 신화의 중요한 배경이 되는 가문들이(아트레우스 가문, 테바이 왕가, 아테네
왕가) 상세하게 소개되었고 가계도를 배치하여 흐름과 관계를 정리하는데 도움을 준다. 맨
뒤편에 위치한 그리스 로마 신 이름 비교는 각각의 이름이 어떻게 다르게 불리는지 알수 있다.
흔히 우리가 아는 제우스(그리스 식) - 유피테르(로마 식) - 쥬피터(영어 식, 목성)등은 물론이고
포세이돈(그리스 식) - 넵투누스(로마 식) - 넵툰(영어식, 해왕성)등 20여명의 신들의 이름을
각각 표기하여 이해를 돕는다.
이 책 두껍다. 무려 500여 페이지가 넘는다. 불리워지는 이름도 어렵다. 욕심부리지 말고 천천히
가계도와 흐름을 짚어가며 읽어 나가면 어느새 마지막 장이 넘어가는 것이 아쉬움으로 다가올
것이다. 나는 그렇게 읽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