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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때 이렇게 말했더라면 - 관계의 벽을 허무는 하버드 심리학자의 대화 수업
몰리 하우스 지음, 박슬라 옮김 / 웅진지식하우스 / 2022년 4월
평점 :
저자는 사과에 집착한다. 사과의 가치는 보편적이며 시대마저 초월하지만 사과에는 용기가
필요하다. 바른 사과(용기있는 사과)는 손상된 관계를 회복시키고, 외로움과 수치심을
달래주고, 관계를 돈독하게 해 보다 친밀하고 문명적인 사회를 이룰 수 있게 한다. 그러나
우리의 일상속에서 사과의 완성도는 그다지 높지 않다. 이 책은 그런 우리에게 효과적으로
사과하는 방법을 알려준다.
사람은 누구나 실수를 저지를 뿐만 아니라 어떤 형태로든 나쁜 일을 한다. 판단 미스나 칠칠치
못한 실수, 상황에 맞지 않는 과민반응, 습관적인 하얀 거짓말, 보이지 않는 실수나 사소한
기만행위 등 우리는 자신이 세상에 보여졌으면 하는 모습과 항상 일치하지 않는다.
히브리어에서 죄악(sins)을 뜻하는 단어는 과녁을 놓쳤다는 의미를 가진다. 이말은 넘쳐도
모자라도 그것이 상대에게 죄가 된다는 것이다. 아쉽게도 우리는 너무나 쉽게 과녁을 벗어
나거나 과녁에 못 미친다. 우리는 우리가 생각하는 것보다 자주 잘못을 저지르며 다른 사람의
실수는 민감하게 알아차리면서도 자신의 실수에는 무심하다.
모든 사람은 실수를 하고, 다른 사람의 마음을 상하게 하고, 의도적이든 그렇지 않든 잘못된
일을 저지르며 어느 시점에서든 후회할 이유가 존재한다. 그런데 이 과정은 결코 자존감을
낮추는 쓸모 없고 해로운 감정이 아니라 오히려 그 원인에 대해 뭔가 조치를 취하도록
독려하기에 저자는 이를 '좋은 죄책감(a good sense of guilt)'이라 부른다. 이 생산적 죄책감
(불교에서는 '현명한 자책'이라 부름)은 수치심과는 구별된다. 자신의 행동에 대해 부정적
감정을 느끼는 '죄책감'과 자기 자신에 대해 부정적으로 느끼는 '수치심'은 명백히 다른
경로로 발현되며 다른 결과를 수반한다. 일반적으로 수치심은 숨거나 달아나거나 부인하거나
남의 탓을 하는 반면 죄책감은 같은 문제들과 역관계를 가진다.
효과적인 사과의 시작은 말하는 것이 아니라 듣는 것이다. 상대방의 말을 주의 깊게 듣고 그가
어떤 상처를 입었는지 파악하는 것이다. 이유를 설명하거나 변명하거나 그럴 의도가 아니었다고
해명하거나 반박할 때도 아니고 자신의 죄책감이나 수치심을 덜어낼 순간도 아니다. 이 시간은
상처 입은 사람이 무엇을 겪고 느꼈는지 듣고 이해하는 시간이다. 듣는다는 것은 기본적으로
수용적 행위이다.
저자는 이 책의 곳곳에 '진심'과 '진솔'이라는 단어를 포진시켰다. 진솔한 사과는 보복이나 분노의
감정을 긍정적으로 돌릴 수 있고 시시비비를 가리는게 아니라 양쪽 또는 관련된 모든 당사자가
온정어린 책임의식을 가질 수 있게 한다. 이때 자신의 입장을 굽히고 다른 사람의 말을 경청하고
감정을 가라앉히는 것이 중요하다. 좋은 사과는 정신의 안녕을 증진시키고 인간적인 확장과
성장에 기여한다. 스티븐 코비(Stephen Covey)의 말을 남긴다. '내가 인간 관계에서 배운 가장
중요한 원칙을 한 문장으로 요약한다면, 먼저 다른 사람을 이해한 다음에 나를 다른 사람에게
이해시켜야 한다는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