발상은 좋다. 수많은 천사를 효율적으로 통치하기 위해 세운 루시엘,
가브리엘, 미카엘의 대장들 중, 신이 창조한 인간을 교육하기 위해
세운 총명하지만 감수성이 예민한 대장 루시엘, 그에게서 인간의
시기와 탐욕이 드러난다. 점점 인간다워지는 아담에 대한 시기와
질투, 거기에 점점 더 아름다워지는 하와에 대한 탐욕과 욕정, 결국
루시엘은 하와를 탐하며 여기서 마리아의 비밀이 시작된다. 성령
잉태에 대한 의문과 질문에서 시작한 이 책에는 인간을 향한 신의
고민과 고뇌 그리고 그 인간을 향한 사랑으로 보내지는 그의 아들에
대한 이야기들이 작가의 상상력을 통해 녹아 있다.
결국 에덴에서 쫒겨난 아담과 하와, 그들의 주인이 되려는 루시엘,
루시엘이 빼앗은 하늘의 정혼자를 되찾으면 하늘의 아들이 나온다는
신, 그후의 구약의 인물들을 거쳐 예수의 등장 사건에 벌어지는
엘리사벳의 갈등, 요셉의 의로움(어쩌면 작가가 유일하게 건들지
않은 인물이다), 예수의 탄생에 불쾌해 하는 루시엘, 헤롯의 광기를
피해 이집트로 향한 마리아의 도피등 성경과는 조그씩 괘를 달리하는
내용들은 그냥 흥미롭게 읽으면 된다. 굳이 여기에 신앙과 믿음을
갖다 댈 필요는 없다. 물론 각각의 인물들의 인간적인 면모는 흥미롭다.
성경이 전하지 않은 그들의 심리와 갈등 등을 읽고 있노라면 '그래
그럴수도 있겠네' 정도의 반응이 나온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