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에겐 12척의 배가 있나이다' 사실 말이 안된다. 어쩌면 선조와 중신들의 수군의
전력을 육지로 불러들여 성을 수호해야 한다는 말이 옳을지도 모를 정도로 말이
안된다. 이미 적 수군의 배는 1000여척이 넘는다고 정탐과 보고가 된 상태에서
이 말은 허언으로 들릴 지도 모른다. 결과를 알고 있는 우리가 아닌 절체 절명의
그들에겐 더더욱 그렇다. 그렇기에 세계 해전사에서도 그 유래를 찾아 볼 수 없는
전공이라고 하는 것이다. 손자병법에 나온 ‘지피지기면 백전백승'이 이길 수 있는
조건이 갖춰진 전쟁만 한다는 의미라면 이미 적을 알기에, 어떻게 싸우면 이길지
알기에, 무엇을 가지고 싸울 것인가가 아니라, 지금 무엇이 남아 있는가에
집중하였기에 장군은 당당할 수 있었고 최선의 병법을 사용한 것이다. 전쟁은
그야말로 생과 사의 갈림길이다. 인간적인 윤리나 도덕 보다는 힘의 원리가 더
먼저 작용하기에 늘 힘없는 민초들은 억울하지만 그냥 죽어 갈수 밖에 없다.
침략군인 왜군은 물론이고 도움을 주고자 참전한 명군들에게도 유린당하는 백성은
어느 누구의 도움도 받을 수 없고 결국 배고픈 백성들은 살기 위해 서로를 잡아
먹어야 하는 아비귀환을 맞이하나 여전히 그들 곁엔 아무도 없다. 왕과 중신들은
살길을 찾아 도주하기에 바쁘고 정적을 잡아 먹지 못해 안달이고 제 식구 챙기기에
혈안이 되어 백성은 보이지도 않는다. 난중일기는 이러한 백성들의 실상을
적나라하게 드러내기에 정사가 아님에도 더 정확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