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병철의 자기 착취는 신선하다 못해 섬뜩하다. 2010년 그는 <피로사회>에서
현대인을 착취하는 것은 더 이상 외부의 주인이 아니다. 자기 자신이다. 누가 시켜서가
아니라 스스로 원해서 누구의 강요도 없이 자발적으로 우리는 우리 자신을 끝까지
쥐어 짜며 그것을 ‘자기계발’이라 부르며 흐뭇해한다. 자기를 넘어서라는 그 명령,
더 나은 사람이 되라는 그 목소리가 사실은 가장 정교한 착취의 다른 이름일 수 있다.
이 자발적 착취에서 멈춰야 하며 우리에겐 멈출 용기와 의지 그리고 결단이 필요한데
롤 메이는 이를 ‘창조적 용기’리고 말하며 이를 악문 의지는 아무것도 이루지 못한다고
말한다. 떨면서도 손을 움직이고 발을 내 딛는 사람이 결국 이루는 것이다. 자기를
넘어서는 일은 떨림이 멎기를 기다리는 것이 아니라 떨리는 손으로 첫 획을 긋는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