병원에 간 과학자 - 삶과 죽음 사이에서 만난 과학의 발견들
김병민 지음 / 현암사 / 2025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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출판사로부터 도서를 제공 잗아 정독 후 진솔하게 작성한 리뷰입니다.



공평하지는 않지만 공정하다. 질병은 모든 이에게 같은 모습으로 다가오진 않지만

누구에게도 예외는 없다. 모든 생명은 자연 앞에 겸손해야 하나 인간의 모습은 늘

교만과 허영에 가득차고 알수없는 자신감은 현실의 눈을 감겨 버린다. 자연은

인간에게 특별한 혜택을 준적이 없지만 인간은 늘 최고의 존재인양 착각하며 산다.

자연은 인간 역시 재료의 일부로 삼고 자신의 법칙에 따라 공정하게 세상에 적용하고

있으나 인간은 그것을 불공평하다고 불평하며 더 지배하려고 애쓴다. 저자는 자신이

틀렸다는 것을 암이라는 질병과 마주하며 인정하게 된다.



세상에는 변하지 않는 것들이 있다. 겉보기에는 복잡하기만 한 세상이지만 완벽하고

흠이라곤 찾아 볼 수 없는 아름다운 규칙이 그 내부에서 작동한다. 우리는 존재하기

위해 스스로를 파괴하는 것을 받아 들여야 한다. 생명이란 필연적인 소멸이라는것을

알면서도 잠시동안 빛나는 용기일 것이다. 과학자의 시선이라서 그런가. 마취 마저도

단순한 의학적 도구를 넘어 의식의 본질에 대한 탐구 창구로 본다. 단지 몇 방울의

화학 물질이 우리의 자아를 일시적으로 지울 수 있다는 사실을 통해 인간의 의식이

얼마나 신비롭고 동시에 취약한지를 이야기한다. 마취 없이는 현대의학의 많은

부분들이 불가능함을 전제하며 우리가 누구인지, 우리의 생각과 감정은 어디에서

왔는지에 대한 진지한 질문을 던진다. 저자는 마취제의 작용을 이해하려는 인간의

노력은 결국 우리 자신을 이해하려는 노력이며 그것이 과학이 인간에게 줄 수

있는 가장 위대한 선물 중 하나라고 말한다.



비트겐슈타인은 ‘언어의 한계가 곧 세계의 한계이다’라고 말했다. 우리가 질병을

바라보는 방식 역시 우리의 언어와 개념에 의해 제한된다. 정신적으로나 물리적으로나

인간은 경게를 그리는 존재이며 그 경계로 ‘나와 남’을 구분한다. ‘암’을 침략자나

적으로 묘사하는 언어는 우리의 사고를 전쟁의 패러다임으로 고정시키지만 이런 언어적

틀에서 벗어나면 새로운 이해의 가능성이 열린다. 암을 병원체가 아닌‘생태계의 일부’

(사실 받아들이기는 쉽지 않지만)로 간주한다면 단순한 적이 아닌 복잡 미묘한 관계로의

전환이 가능해지고 개인적인 위안이 되며 암과의 공존이 가능해지게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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