관계는 틈이다
차이유린 지음, 김경숙 옮김 / 밀리언서재 / 2025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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출판사로부터 도서를 제공 받아 정독 후 진솔하게 작성한 리뷰입니다.


금문교의 50미터 간격으로 만들어진 틈이나 한옥의 숨틀(숨구멍), 일본의

전통 건축에서도 문과 문 사이, 방과 방 사이에 두는 ‘마(間)’라는 틈 모두

비우는 기술이고 이를 통해 살아 숨쉬게 된다. 다리의 내구성을 위해,

공기와 습도를 유지하기 위해, 공간의 여유와 자연과의 조화를 위해 각각의

틈은 존재한다. 사람도 마찬가지다. 우리는 너무 가까워져서 상처받고, 너무

멀어져서 외롭기에 적당한 거리가 필요한데 저자는 이를 '틈'이라고

부른다.


'이해한다'와 '머문다'는 분명 상생 가능한 단어들이다. 이해한다는 개념이

복잡다난한 삶을 아우르는 단어이듯 머문다는 그 감정을 움직이려고도

좌지우지하려고도 하지 않고 그대로 머물러 있는 것 만으로도 진정한

관계가 만들어지고 더 깊은 만남이 가능해진다. 어떤 것으로도 충족되지

않는 그 어떤 목마름일지도 이를 통해 상생이 가능해진다. 이것이 '함께'

이다.


관계는 채움이 아닌 비움이 선행되어야 한다. 스스로를 비울 줄 알아야

상대를 채울 수 있는 여유가 생긴다. 서로 숨쉬고 적당한 선을 유지하며

그 빈 공간을 조금씩 채워 나가는 것이 관계이다. 일방적으로 강요하지

않고 상호소통이 가능한 관계가 좋은 관게이다. 저자는 여기에 적당한

거리가 필요하다고 말하며 '사실 당신의 대단한 공적이나 우울할 때의

부정적인 불평불만, 과도하게 사적인 비밀을 듣고 싶어 하는 사람은

없다'고 말한다. 어떤 사회이든 어떤 관계이든 '틈'은 필요하다.


책을 읽으며 '이가 빠진 동그라미'라는 동화가 생각 났다. 동그라미에서

떨어진 한 조각이 잃어버린 나머지를 찾으러 이곳저곳을 다니며 정말

어렵고 힘들게 찾았지만 슬그머니 그 조각을 내려두고 스스로의 실을

떠난다는 내용인데 이 책과 묘하게 연관된다. 우리에겐 적당한 '틈'이

필요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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